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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 Jeju

제주도의 속살 #2. 뭐가 그리 잘나서

by 라이터스하이 2015. 8. 6.



KAL 호텔에서 빠져나와




한식대첩에 나와서 유명해졌다던 가게에서 뺀지를 맞고




허브팜이라는 곳을 잠시 들렀다가




기지개를 한 번 편다.




그리곤 다시 애월 해안도로로 달렸다. 여자친구와 걷고 싶지만 올 수 없어서 슬펐던 코스.




개허세샷을 찍었다.




나는 사진을 못 찍는다. 오히려 내 여자친구가 더 잘찍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최근에 한 생각이다. 김중만의 말처럼 사진이라는 것이 예술이 아닐수도 있을 것 같다. 생업으로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프로페셔널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최근 들어서 사진이라는 것은 결국 장비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머신이 좋고 원두만 좋으면 최상급 커피를 뽑아내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참 쓸데없는 짓을 많이도 했다. 삼각대에 망원렌즈에, 구색 다 갖춰가서 개폼잡았던 걸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다. 그리고 이 제주도 사진들을 보면서 또 한번 반성해 본다. 제주도는 두 번이나 내게 채찍을 휘둘렀다. 내가 제주도를 싫어할 수가 없는 이유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며, 언제가도 그 모습 그대로인 절경을 비춰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항상 인간은 자연을 넘을 수 없다는 기승전결로 내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더 비싼 카메라로 담으면 제주도가 더 아름답게 나올까? 이제 그 대답에 아니요라고 강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는 사진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으로 보아야 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전부인 곳이 제주도 였다면 나는 두 번다시 제주도를 찾지 않았을테니까.




붉은 노을이 바다위를 부끄럽게 만들어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 곳에 30분 이상 머물지 못했다. 모두가 다음 코스로 가기 바빴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 내 머리의 기억장치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 시간은 있기로 한다. 어느 여행지건 마찬가지다.




신의 선물 앞에서 바쁘다는 건 보편적인 핑계일 뿐이다.




누운 돌도 예쁘고




천천히 돌아가는 바람개비도 예쁘다. 흡사 네덜란드라고 속이고 싶지만 참는다.




맛있는 구름이 삼겹살 모양이다.




카메라가 퇴근할때즈음, 배들이 출근한다.




바쁘게...




최근 들어서야 겨우 느린 여행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두 번째 제주도 여행에서 4-5군데만 보고온 걸 감안하면 꽤 성공적이다. 뭘 그리 잘 안다고 코스브레이크를 해가며 미친놈같은 여행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이제 조금 여유있게 여행해도 되지않나 싶다.




돈 아까워, 비행기표 아까워 그랬던 것 같다. 이제 내 기억의 메모리에서 그곳들이 사라지는 게 조금 더 무서워졌다. 




사진도 여행지도 후기도. 애초에 내가 잘나 봐주는 것은 아니니. 오른손은 거들뿐, 카메라는 담을 뿐이다.















내 사진은 예술이 아니다. 사진에 담긴 그곳들이 신의 선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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