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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무원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by 라이터스하이 2022. 7. 9.

 

몇 년 사이에 공무원과 싸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싸운 공무원 계열은 구청,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그리고 오늘 인천본부 세관까지. (그 외에도 무수히 참고 지나간 것도 부지기수.) 예전엔 피해볼까 봐 쉬쉬했지만, 요즘 들어 인내심이 줄어든 것 같다. 

해외에서 중고 물품을 샀고, EMS로 배송받을 예정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물건 값이 꽤 나간다는 거였다. 아무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통관 관련 문자가 왔다. 간이통관 신청서(?)를 쓰라는 거였다. 직구를 하면 '늘 적는 통관번호를 적는가 보다' 하고 대략 적어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다음 날 날아온 문자를 받고 기겁했다.

100만 원이 안되는 물건에 매긴 세금이 19만 원이다. '뭐야, 이것들 제정신인가?' 버로 인천 세관에 전화를 했고, 직원은 공무원스럽게 받았다. (미지근하게 받았다는 이야기) 이런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약간 흥분했지만, 내 상황을 설명했다.

왜 이렇게 세금이 많이 붙는지 모르겠다, 다른 택배를 받으면 이렇게 안 붙는데 왜 그러냐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그게 어떤 물건인지 링크를 가져오라는 거다. 아마존에서 샀던 마이크라며 DHL이라고 했더니, 그건 자신들과 상관없다며 낭창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무식한 건 인정해야 했다. DHL과 EMS는 다른 곳이니까. 그만큼 내가 몰라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초등학생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설명해주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도 차가운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를 자극했다. 

 

 

그간 공무원들에게 쌓인 마일리지로 유럽 한 바퀴를 돌 수준이 되었기에, 슬슬 압박을 시작했다. (그들을 대하는 방법도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인천세관이 정부 어느 부처의 예하기관이냐고 물었다. 공무원들은 상관이 아니라 이렇게 정부부처 이야기를 해야 자극을 받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국민 신문고에 해외문화홍보원을 진정한 적도 있기 때문에, 진정을 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물론 진정을 넣어도 그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민감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겠나. 민감하지 않으면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으니.그래도 이 공무원은 내가 진짜 진정하겠다 싶었는지, 내가 그렇게 차갑게 받아야겠냐고 하니까 그제야 친절 모드가 되었다. 나도 마음이 약한 편이라 나긋해졌다. 공무원도 공무원이지만 간이통관 신청서를 보내고, 일반통관 절차도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는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보였다. 실컷 소리 지르고 난 후에야 관세사를 통해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니 실제 시민들이 공무원들의 월급에 미치는 금액이 엄청 적다는 식의 영상을 봤다. 내 보기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싸움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무원은 '복지 서비스직'이다. 복지 서비스에서 '서비스'가 빠진 복지만 있다면 AI가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의 물건 담당이 된 그 사람도 재수가 없지만, 세금 도둑들이 판치는 이 땅에 살아 예민해진 나도 재수 없는 건 매 한 가지다. 

이제 그만 신고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에게 공무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대해야 그들에게 눈치 안 보고, 그들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매뉴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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