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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7 · Nagasaki

50년은 명함도 못 내미는 맛집 동네, 나가사키

by 라이터스하이 2022. 7. 11.

 

한국 여행지 중에선 특히 여수를 좋아하는데, 난 이 동네의 감성이 여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환경적으로 닮았다. 일본의 제일 왼쪽 아래에 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만약 여수에 은하수 같은 야경만 있다면, 더 싱크로가 올라갈 것 같다.
이곳 역시 한국만큼 빠져나가는 지방 인구가 많아져 빈집이 늘고 있다. 산업 또한 다양성이 줄고 있는데..
그중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주요 상업 중 하나가 음식이다. 일본이야 어딜 가도 독특한 메뉴가 쏟아지는 편이지만, 이곳만의 특별한 점이 바로 '나가사키에는 역사 깊은 장인들의 맛집이 많다'는 것.

 

 

츠루찬 (ツル茶ん) 1925년

점심시간만 되면 늘 줄서서 20-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곳. 츠루찬이다. 한글 발음으로는 츠루찬 또는 쓰루찬 정도 될 것 같다. 나가사키의 유명한 메뉴인 도루코 라이스(トルコライス)가 대표 메뉴.

 

 

특징은 한 접시에 여러가지 반찬이 담져있다는 점. 성격 급하고 다양한 메뉴 좋아하는 사람의 올인원 메뉴로 좋을 듯. 100% 일본요리는 아닌, 서양식 퓨전요리. 물론 오사카나 고베에도 이 메뉴가 있지만 내용물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규슈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나가사키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 
일반적인 메뉴로는 필라프, 나폴리탄, 드미글라스가 곁들여진 돈카쓰라는 조합. 처음 나가사키에 갔을 때 허름한 가게의 할머니가 해주신 도루코 라이스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커피 히토마치 (珈琲人町) 2005년

이곳은 오늘 소개해드릴 곳들 중에서 비교적 역사가 짧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끼는 스폿이라서 한 번은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사진에 보이는 사장님이 커피에 대한 열정이 굉장해서 브라질로 유학을 갈 정도. 커피 맛은 굉장히 깊고 밸런스가좋다.
재미있는 점은 이 가게 바로 앞에서 이 사장님이 노점으로 시작했고, 나중에 이곳을 매입해 영업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커피 맛집. 이곳 역시 내 생각에는 나중에 50년은 거뜬하게 넘기지 않을까 예상되는 곳. 이곳에서 처음 마셨던 사이폰 커피의 맛은 최고였다. 요즘도 사이폰 커피를 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있다면 추천드린다.

커피도 커피지만 이곳을 들르는 이유는 분위기 떄문이다. 사진에 보이는 갈색 가방쪽이 벤치인데, 양 옆으로 하나씩 있다. 거기에 앉아서 이곳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게 참 좋다. '여유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소음과 분위기다.

 

 

시카이로 (四海樓) 1899년

나가사키라고 하면 떠올리시는 짬뽕이다. 나가사키에서 유명한 짬뽕 맛집은 시카리오, 군라이켄 정도가 있고, 사라우동 맛집은 코잔로(江山楼), 츄카다이하치(中華大八), 간로(康楽) 등이 있다. 솔직히 나는 코잔로에서 짬뽕을 먹었고, 시카이로에서도 먹어봤지만 맛은 별로였다. 오히려 나가사키 쇼핑몰 유메의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은 숙주 테러 짬뽕이 더 맛있었다.

오히려 여기에서는 사라우동을 추천드린다. 나가사키의 유명한 집이라는 곳들의 짬뽕은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면의 스타일이다. 탄력이 생각보다 적고 국물과 면이 따로 논다는 느낌도 조금 받았다.

 

 

 후지오 (Fujio) 1946년

오전 시간에 가면 모닝세트를 먹을 수 있는 후지오. 하마노마치 아케이드 근처고, 메가네바시와 히토마치와도 가까워서 가기 좋다. 저는 히토마치에서 1차로 커피를 마시고, 2차를 여기서 하기도 하는...^^;;
레트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듣기로는 3대째라는데, 자제분으로 보이시는 분이 마지막으로 갔을 때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조용하고 깊은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메뉴도 독특한 게 많았는데, 아이리시 커피를 처음 마셔본 곳이다. 
오전 9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2-3번 정도 갔었는데, 한번은 오후 늦게 갔다가 눈치본 적이 있다. 적당한 시간에 가시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실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일본 커피와 우리 커피는 다른 느낌을 받는데, 우리 커피는 신맛이 조금 더 강하다면 일본은 감칠맛이 조금 더 강한 느낌이다. 고소한 부분을 더 부각한 밸런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나가사키에는 100년 넘은 집들이 꽤 많다. 다음에는 카스테라 3대장으로 해볼까 한다. 한국분들도 후쿠오카나, 가고시마, 유후인 등에 질리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2023년에 신칸센을 개통하는 나가사키에서 여유를 즐기는 분들도 많이 생기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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