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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 Fukuoka

깨지고 박살난 규슈여행 #1. 김해공항-후쿠오카공항-나가사키

by 라이터스하이 2015. 2. 25.





 

이런 저런 선작업들을 마치고 통유리앞에 선다. 활주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나온 길, 앞으로의 길, 그리고 지금 내가 떠나야 할 길... 비행기의 모습은 흡사 뒷모습은 수평계, 옆모습은 비둘기, 앞모습은 독수리같다.

생각의 상자를 접고 잠시나마 넋을 잃게 만든다. 무거운 백팩을 내려놓을 생각도 없이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분이고..

 

 




 

이 문장을 써내려가고 있는 나는 지금 나가사키의 카페인 Gusto에 앉아있다. 지금도 날씨는 아주 지랄이지만 부산에어를 탔을 때부터 이 날씨는 시작되고 있었다. 2박 3일 중에 2박이 비가오다니. 그리고 지금 감기 기운도 조금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오사카보다 더 밀집되어 있는 듯 보이는 후쿠오카의 첫 인상. 공중에서 본 제주도의 첫인상이 초콜릿이었다면, 오사카와 후쿠오카는 레고같다. 공간 활용을 어떻게해서든 효율적으로 해야하는 일본의 특징 중 하나다. 뭐 강남도 그렇게 된지는 오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나가사키로 간다. 후쿠오카는 이틀째와 마지막 날 들르기로 했다. 내리자마자 카모메 특급열차를 타러 갔다. 하카타에서 탈 수 있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 200엔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망설였지만, 역시 지하철이 더 빠르다는 말을 들었다. 하카타는 후쿠오카에서도 교통의 중심지에 있는 곳이다. 나가사키나 기타큐슈를 잇는,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철에서 내려 레일패스 교환을 위해 외국인 전용창구로 갔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처음와봄에도 금방 외국인 창구를 잘도 찾았다. 미리 리뷰를 봤기 때문이다. 그 이미지만 머릿속에 넣어둔 것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된다.

친절의 나라 일본답게 내가 표를 갖고 어리버리 하니까 직원이 다가왔다. 그리고 북큐슈 레일패스권 교환을 해줬다. 너무 고마웠다.

 

 





 

잊혀져가는 아날로그의 소리를 귓가에 오래 맴돌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투박한 "철컥, 철커덩" 소리에 취해 2시간을 갔다. 멀티스페이스라는 곳이었는데, 책도 보고 이것저것 할 수 있도록 커텐도 칠수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감칠맛나는 열차 여행의 서막이다.

한 시간쯤 달렸을 때, 핸드폰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내 마음도 좌불안석이었다. 거기에다가 기장의 빠른 멘트가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가사키가 종점인 걸 알면서도 괜히 불안하다. 그래서 내친김에 말안통하는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2014년 여름에 오사카에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일본어는 똑같이 잼병인데 무슨 배짱일까 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느껴보는 네이티브 스피커의 유창한 일본어.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아 할매, 좀 천천히 말해줘요'

"#$$#%#$%#$*("

그렇게 저렇게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도 내가 알아먹지 못하자 할머니는 곤란해 했다. 내 입제어 이사하야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도 할머니는 말씀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참 이상한 나라다 일본은. 못 알아듣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소통을 위해 애쓴다. 

이사하야 다음 다음역이 나가사키라는 것을 알았고, 그 할머니는 이사하야에서 내리셨다. 이 뒤에도 나는 말도 안 통하는 여러 일본사람들에 말을 걸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면 일부러 말을 걸려고 왔다. 평소라면 이런 똥배짱을 부릴 수도 생각해 본적도 없었지만, 해외여행을 한 번 다녀오고 나서 이런 요상한 짓을 즐기기 시작했다. 후쿠오카에서 2번째 만난 그 할머니는 운이 없게도 내 두 번째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정말 다음에 올 때는 일본어 기본회화라도 공부해야겠다.

 

 




 

"오냐 찍어주마" Around the Kyushu라 적힌 너의 그 위엄스런 옆얼굴을. 국민열차라도 되는 모양으로 여러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방해하기는 싫어 2-3장에 그쳤다. 입구로 나오는데 요란한 소리가 시작됐다.

 

 




 

'어, 이건 설마 랜턴 페스티벌?'

정말이었다. 랜턴 페스티벌이 내리자마자 시작되고 있었다. 선을 넘으면 곧바로 기무라를 걸어 내 팔을 꺽어버릴 인상의 장정들이 서있었다. 그 뒤로 용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보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대신한다.이 때 까지만 해도 난 정상이었다. 엔돌핀 지수, 바이오리듬까지 오롯이 평균이었다. 재앙은 이 날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재미없는 1편이 끝났다. 앞으로도 재미 없을지 모른다. 아, 중요한 사실 하나를 빼먹었는데. 일본에 가서 NECTAR라고 적힌 복숭아 그림 음료수가 있다면, 일단 마셔라. 두 번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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