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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 Fukuoka

깨지고 박살난 규슈여행 #2. 클라스가 다른 나가사키 랜턴 페스티벌

by 라이터스하이 2015. 3. 3.





 

이 날 황제퍼레이드는 볼 수 없었지만, 혼을 빼놓은 스케일의 공연이 나가사키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이글을 쓰는 지금은 나가사키를 조금 더 있다가 떠날까 고민까지 된다. 나가사키 3대 야경이라고 써놓은 이 곳을 뒤로하고 호텔로 향했다. 내 감기의 주된 원인인 비는 이 때부터 슬금슬금 나를 괴롭혔다. 


 

 





 

나가사키 몬터레이 호텔이다. 성수기라 싼 가격에는 못 질렀다. 아마 비수기였다면 가격대비 좋은 호텔이었을거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엔틱한 걸 아주 좋아하는데, 그 맛이 좋았다. 사이즈는 일본의 비지니스 호텔 생각하면 맞다. 소프트웨어는 빈 냉장고를 빼면 다 괜찮았다. 오사카에서는 냉장고에 여러가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후쿠오카에서 지낸 두 호텔에는 그런 서비스는 없었다.

 

 




 

가방을 작은 침대에 던지고 나가야 되는데, 비가 더 많이 온다. 그래도 나가야 본전이니까 나간다.

 

 




 

'그래, 내가 기대했던 게 이런 건물이라고.'

 

 





 

블랙샷을 기다렸다는 듯, 연륜있는 집들이 필터를 쓰게 한다. 나는 그냥 거들 뿐이다. 저 건물은 몇 번의 지진과 태풍을 견딘걸까?

 

 





 

걷고 걷다보니 랜턴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곳까지 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랜턴의 잔치가 바로 여기다.

 

 




 

이걸 보려고 이 날짜를 잡은 게 아니었다. 얻어걸린 이 페스티벌에 너무 감사한다. 중국인들 위주의 축제답게 중국인들의 러쉬로 호텔 방도 없었는데, 지금 호텔도 그나마 흘러나온 것을 겟한 것이다. 아니었으면 정말 길거리에 자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숨도 안쉬고 나는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신치중화가를 두 세번 정도 왔다갔다 하니까 여기가 일본인가 중국인가 싶다. 샤오츠의 천국이라던 대만의 야시장이 이런 느낌일까? 가보지는 못한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노점들과 상인들의 더할나위 없는 풍년으로 보였다. 원조 나가사키 집이라 불리는 짬뽕집들은 10명 이상이 줄서고 있어서 들어가볼 엄두도 못냈다.

 

 




 

우산도 없이 카메라를 괴롭히다보니 드디어 렌즈필터 앞에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프타임', 식당에 들어간다. 회도 팔고 튀김도 팔고 돔부리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에비 후라이와 참치 덮밥을 주문해 먹었다. 

 

 





 

다음 사진부터는 습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때라 상태가 좋지 못하다. 감안하고 봐주셨으면 한다. 그나마 방수팩을 사서 씌운 것이 그나마 시야를 잡아줬다.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사자춤이었다. 동영상을 억지로 촬영한 게 정말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빼곡했다. 실제 보는 퍼포먼스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공연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북소리의 장엄함에 세포들을 맡겼다. 

 


 


 

동영상을 조금 더 좋은 각도에서 깔끔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공연이 재미없고 있고를 떠나 북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을 주는 현장감을 모두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공연을 마친 뒤 아쉬움이 남는다. 멀리 떠나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웃고 떠드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 호텔에 일찍 들어가기가 미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일루미네이션 축제들보다 훨씬 공을 들인 장식물 하나하나가 찍을 맛을 더해주었다. 모두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가까이 가면 다 다르다. 똑같은 물고기라도 색깔이 다른가 하면 색깔이 같아도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디테일이 돋보이다. 그래서 똑같이 찍기 미안한 나머지 필터를 사용하게 만든다.

 

 




 

돌아오는길. 이 번 여행에서 내가 챙겨간 배터리는 모두 4개였다. 결과적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배터리의 여분이 없었다면 동영상을 찍어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점이 흐린 사진을 찍는 여유도 덕분에 부릴 수 있었다. 누군가 나가사키의 바닷가 근처를 보면 부산같다고 하는데, 글쎄.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마다 감성이 다르겠지만 나는 여수와 비슷했다. 항구 반대편으로 펼쳐진 산위의 집들은 돌산공원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보는 느낌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황홀했던 구스토의 팬케익 한조각
호텔에 돌아왔다. 급한대로 드라이기로 방수 디카팩을 말리고 렌즈를 융으로 닦는다. 그리고 또 나가야했다. 이 여행의 감각이 잊혀지기 전에 리뷰를 써놓아야 그 날의 감흥을 잊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생겨버린 이 지긋한 버릇은 정말 나를 힘들게 한다. 이런걸 천성이라고 하는걸까? 스스로를 힘들 게 할수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길에 봐두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의 이름은 Gusto. 큰 기대없이 들어간 이 식당에서 아주 맛있는 팬케익을 먹었다. 나가사키 오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 가격은 6천원 정도로 싼 가격은 아지미나, 제값은 해주는 놈이었다. 칼로리는 높을거라는 생각을 먹으면서 했지만, 하루의 노곤함을 씻어주기에는 좋은 메뉴였다. 샐러드바처럼 음료를 무한리필해서 마실 수 있다. 물론 많은 메뉴는 아니다. 커피가 5가지 종류 정도있었고, 웰빙야채 주스와 모두 합해 7-8가지 음료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라떼 한잔과 펙케익, 그리고 야채음료 두잔을 마시고 나왔는데, 가격은 천엔 조금 넘었다. 바나나 팬케익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들어오기 전 몬터레이 호텔 1층에 있는 디스플레이된 장식을 찍어봤다. 들어오는 길에 나는 확신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에 제대로 퍼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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