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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내던져져 기스난 캐리어 원상복구 시키기

by 라이터스하이 2015. 6. 22.

저가항공사에 굉장히 맘상할 때가 있다면 바로 캐리어를 소흘하게 다룰 때다. 아는 지인은 티*이 항공을 이용하다가 그만 캐리어가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저가항공을 왠만하면 타지 않는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기에, 저가항공사를 이용해야만 한다. 1-2시간 비행이라면 나쁘지 않다는 나름의 평가에 흠집을 낸 사건이 최근 있었다. 주인공은 시베리아 항공.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오면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내에 넣지 않고 맡기게 되었다. 2%의 찝찝함은 재앙이 되어 돌아왔다. 만신창이가 된 캐리어가 내 눈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쓴지 하루 된 캐리어가 이런 모습으로 당도했을 때, 주먹은 이미 울고 있었다. 아프리카 종주를 3번 반 정도는 한 것 같은 빈티지한 모습이었다. 빡침이 전두엽까지 타고 흘러 들어와, 곧바로 시베리아 항공 사무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항공사의 사무실이 인천공항에 없다는 것이었다. 담배 2개를 연속으로 피고 '그래, 내 잘못이야' 라며 법륜스님 코스프레를 잠시 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그냥 이대로 쳐박아두었던 캐리어를 이사하게 되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흠... 이걸 어떻하지?'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은데?? '아 맞다' 예전에 기름 때가 묻은 제품에가 대고 에프킬라로 처리하는 모습이 기억났다. 한 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 상처받은 캐리어

- 에프킬라

- 물티슈나 닦을 것

- 엄지와 검지




너를 보니 내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도대체 어떻게 캐리어를 다룬건지. 이제 에프킬라를 뿌려 캐리어에 1-2분 정도 스며들게 한다. 증발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헐... 진다. 사라진다. 설레발을 떨어도 될만큼 잘 없어진다. 필자는 물티슈를 섰는데, 천으로 쓱싹 쓱싹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루종일 놀이터에 놀고 들어온 7살짜리 아이의 빈티지룩이 깔끔하게 잘 빨린 느낌이다. 다른 물건은 몰라도캐리어에 모기가 끓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또 하나가 있다. 상처가 깊을수록, 범위가 넓을수록 더 스며들게 했다가 닦는 게 효과적이다.




역시 사라졌다. 이럴거면 진작 닦아볼걸 싶었다. 물론 다른 세제를 활용하거나, PB골드같은 하드코어 아이템을 사용할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일단 에프킬라는 간편하다는 점, 여름이라 쉽게 손이 잡히는 곳에 있다는 점에서 활용성이나 편리성이 보장된다. 티는 나지 않지만, 구석 구석에 숨은 잔기스들이 보였다. 이건 저가항공사의 물류 시스템을 믿은 내 잘못이니 감안해야할 터.




흰색 캐리어일수록 상처가 2배는 큰 기스. 미뤄둔 세척작업할 가방이 있다면 응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가항공사를 타는 분이라면, 배낭여행자가 아닌 캐리어를 들고 가시는 분이라면, 20인치 캐리어를 사서 기내에 들고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물론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예전 택배사에 컴퓨터를 배송하다가 맛탱이 간 걸 생각해보면, 분명 소비자가 조심해야 할것이다. 아니면 나만 손해니까 말이다. 기스난 캐리어들이 에프킬라를 만나 환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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