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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싸이 행오버, 끝물을 직감한 YG의 바통터치?

by 라이터스하이 2014. 6. 9.



'단 하루만에 만신창이가 되는건가?' 심해도 이건 좀 격한 반응이다. 싸이의 행오버 뮤비가 출시된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국내 팬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아니, 그 이상이다. 어쩌면 군대를 두 번 가던 그 시절보다 심하게 물어뜯기고 있다. 곧 다가올 복날의 강아지도 이렇게 심하게 두들겨 맞을까 싶을 정도다. 강남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선정성에 무게를 둔 것 같다. 


"아직도 강남스타일의 그늘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등등 여론의 실망 이유는 꽤 여러가지다. 한 부분만으로 물어 뜯긴다면 그것마저도 절망 속 희망의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 있겠지만, 작금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컨텐츠가 부실하다는 결론밖에 쓸수가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 여론은 싸이 행오버에 대해 차갑기만 한 지금이다.




행오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듯?


싸이의 행오버, 음악은 다소 미국스럽고(겨냥의 무게를 미국으로 뒀다는 게 맞을지도), 뮤비는 한국스럽게 표현됐다(한국 감독이 연출했으니). 전작인 강남스타일에선 한국적 배경을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다면, 이번엔 한국의 문화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담아냈다. 물론 싸이다운 B급 19금 코드로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강남스타일에 버금가는 컨텐츠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부재에 있었다. 


뮤비는 둘대치더라도 음악적 색깔이 너무 미국 정서에 막게끔 만들어진 것 같은 아쉬움이다. 차라리 미국 프로듀서로, 철저히 미국 스타일로 갔다면 오히려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말이다. 싸이의 행오버는 이도 저도 아닌 짬뽕 냄새가 난다는 평가들이 많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한 숟가락 떠야할지 모르는 그런 느낌이란 것인데.




강남스타일의 대박 이유


월드스타라는 인지도 측면에서 봤을 때, 젠틀맨에서 싸이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이번 행오버로 네임벨류의 수직하강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눈에서 한가지 의아한 부분은 싸이가 다소 서두르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젠틀맨을 들고 다시 나왔을 때 "벌써 다음곡을?" 이런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시기 상조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역시 젠틀맨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며 차츰 묻혀갔다. 강남스타일의 범접하기 힘든 대박도 큰 벽이었겠지만, 결국 그 분위기에 확인사살을 한 건 젠틀맨이란 걸 부인할 수 없다.


서양세계의 눈은 젠틀맨에게 차가웠다. 시건방춤을 플래쉬몹하는 10대들도 보이지 않았고, 젠틀맨 젠틀맨이라며 따라 부르는 중독성도 얻어내지 못했다. 강남스타일과는 너무 비교가 됐다. 강남스타일을 한 번 떠올려보자. 유투브와 SNS로 시작된 바이럴 마케팅, 그리고 동양인이 카이보이처럼 춤을 우스꽝스럽게 추는 장면이 주는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중독성있는 컨텐츠(음악) 3가지 쎈 무기가 있었다. 천운을 타고난 노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정서적인 교감과 마케팅이 정말 적절하고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젠틀맨과 오늘의 행오버도 전만큼 뜨겁게 타오르지 못하는 게 당연한 흐름일수도 있겠다. 또 하나의 의문은 YG가 강남스타일을 노리고, 행오버를 내놓았냐는 것이다. 필자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쳐링이라고는 하지만 스눕독의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아서 콜라보라 해도 될 정도다. 다분히 미국시장에 대한 애착을 표현한 것이다. 


강남스타일 이상의 퍼포먼스를 더 이상은 기대하기 힘든 지금 흐름에서 스눕독과의 작업, 그리고 네임벨류가 아직은 떨어지는 라이징 스타들, 마지막으로 지드래곤과 씨엘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철저하게 주관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싸이의 힘을 받아 지드래곤과 씨엘을 대륙의 힙합씬으로 전송시키겠다는 YG의 재도전이 아닐까 의심해봄직 하게 말이다.




싸이는 에미넴급의 특급스킬을 가진것도 아니고, 마이클 잭슨 급의 무대매너를 갖고있지도 않다. 긍정적으로 말해 싸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월드스타란 명분으로 보자면 내리막을 걷고있다. 컨텐츠와 정서적 교감의 굿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 서양을 향한 오리엔탈리즘의 어필이 홈런 한 방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번 싸이의 행오버는 오리엔탈리즘이 아닌 그저 한국의 백그라운드를 적나라하게 비추는 체험 술의 현장에 포커스를 둔 것 같아 안타깝다. 보이기는 하지만 느끼지는 못하는 교감의 부재다. 만약 지드래곤과 씨엘이 싸이를 이은 미국진출을 위한 밑밥깔기가 아니라면 이번 싸이의 행오버는 맥을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YG의 최대 실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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