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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돌아가는 길

규격화된 인싸 vs 유일무이한 아싸

by 라이터스하이 2022. 2. 1.

 

상징적인 내 첫 번째 돌아가는 길은 대학이었다. 대학 가야만 성공하나? 이런 포부는 조금뿐이었고, 그냥 똑같이 옷 입고 똑같은 걸 배우는 게 싫증 났던 거다. 그렇다고 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도 아니라서, 관심도 크게 없었던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로 내 20대의 일하는 시간들을 채웠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언젠가 댓가를 치르는 법. 허리가 좋지 않아 수술을 하게 됐다. 그제야 내가 몰입할 수 있고,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블로거, 마케터, 작가, 영상편집자,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등의 이름을 바꿔 달아 왔다.

 

 

돌아가는 길이란 말이 마음에 든 이유는, 단지 내가 돌아가는 길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뻔한 글은 적고 싶지 않다. 이런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꽤 벌거나하면 주변의 시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늘 바뀐다.)

그러면 추천하지도 않는 이 길에 대한 이야기를 왜 적는 걸까? 나도 모른다. 아마 한 때의 나처럼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해서, 마음속 모든 걸 벗어놓기 위해서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돌아가는 길을 어떻게 설명해야 문학적으로 그럴듯해 보이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회피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몇 가지가 떠올랐다. 

현실적 세상과 무리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상과 감성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

이렇게 말하면 꽤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나는 이 표현이 더 좋다.

규격화된 인싸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 유일무이한 아싸로 살아가는 인생

사족일지 모르지만 오해는 없길 바란다. 내가 뭐 특별한 인간이라는 생각은 없다. 그냥 좀 별나가는 생각은 있다.

 

 

상상일 뿐이지만 이 글이 만약 내가 죽기 전에 책으로 태어난다면 'Left Wing Minimalist'라는 제목이었으면 좋겠다. 미니멀리즘 좌파라는 단어는 요즘 녹음하고 있는 노래의 가사 중의 일부다. 

대한민국에서 정치 이야기는 아직도 금기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래서 더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다. 죄짓는 것도 아니니 누구나 모여 정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철없는 좌파 미니멀리스트인 것이다. 정치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보험보다는 모험을 즐기는 편이니까.

 

 

나는 대인기피증이 있는 히키코모리로서, 오지랖 넓고 타인의 시선 많이 의식하는 이 땅에서 버티고 있다. 아무도 관심 없지만 더더욱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도 관심 없길 바란다. 동시에 반대로 내 결과물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으면 하는 게 내심이다. 축구는 잘하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던 박지성의 말처럼. 

이런 성격 때문에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록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아싸라고 할지라도,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그 존재는 빛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돌아가는 길을 더 확신을 갖고 걸어올 수 있었던,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는 그 본질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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