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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8시에 만나, 왜 뼛속까지 공감되는가?

by 라이터스하이 2016. 10. 4.


1인가구 500만의 시대,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초식남과 1인 가구가 더 많아진 요즘인데요. 혼자서 밥 먹는 것이 '쪽 팔리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는 혼자 밥먹는 것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눈치보거나 '친구없어 보인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저는 혼자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직장 동료들이 알게 되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지만, 혼자 밥 먹으면서 책쓰기 작업을 하면 그게 마음이 제일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1인으로써 이런 프로그램의 등장은 개인적으로 기쁩니다. 혼밥러의 일상화를 위한 초석다지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9월 27일 방영된 올리브 TV의 8시에 만나에서는 유병재, 박두식, 미쓰에이 페이가 출연했는데요. 다른 멤버보다 유병재의 혼밥이 같은 남자로써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진운이 "혼밥할 때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습관이 있냐"라고 유병재에게 질문했는데, "내가 다른 목적이 있는데 바쁘게 먹고 있다는 티를 내기 위해, 노트와 펜을 챙겨가서 막 쓰는 척 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조금 심할 떄는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화난 척 인상을 쓴다. 내가 초라해 보이지 않게, 말 못 걸게 화난 척 다른 데 신경이 곤두서 있는 척한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병재가 했던 말 그대로의 행동이 제가 혼밥을 할 때의 모습이거든요. 오전 중에 작업했던 내용을 정리하거나 퇴고를 하기 위해 펜과 메모를 들고가곤 합니다. 그런데 유병재의 저 발언으로 앞으로 혼자 밥 먹을 때 '저 사람은 초라해 보이기 싫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할까봐 조금 두렵기도 하군요.(ㅋ)




1인가구들이여, 기꺼이 혼밥러가 되자

개인적으로 저는 혼자 밥먹는 것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김정운 작가의 책이 있는데요.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2,3인칭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면 안보이던 것들도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색도 자연스럽게 되구요. 피곤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혼밥도 3-4번 정도 하다보면 자연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화되어 밥먹는 시간에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밥 먹으면서 깔깔거리고 웃고있는 사람들이 더는 부럽거나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도 점점 줄게 됩니다.




그럼에도 혼자 밥먹기가 창피하거나 부담스러운 여자분들은 8시에 만나와 같은 프로그램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혼밥러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금 바뀔 수 있을테니까요. 혼밥러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밥먹는 일식집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10-20년 뒤에는 오사카의 돈부리 집처럼 정말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은 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지금 1인가구의 식생활 문화는 혼밥러들의 일상화로 가는 성장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병재의 바쁜 척, 화난 척은 혼밥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정 문화'로 오는 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가는 멘트인 것 같습니다. 혼밥러들이여, 부끄러워하지 마시길. 누가 쳐다보더라도 바쁜척 하시길. 그 바쁜척이 정말 바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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