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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nterview

솔비, 부족했던 그녀와의 2시간

by 라이터스하이 2012. 10. 21.

 

'요요의 아이콘이라 자칭하는 여자', '방송에서 할 말은 하고 보는 여자', '너무 솔직해 가끔 컨셉인가 싶은 그 여자', 솔비를 만났다. 리얼 리뷰란 이름으로. 원래 솔비와 약속된 시간은 7시였지만, 중천부터 설레기 시작한 마음. 결국 한 시간도 전에 약속 장소로 나를 데려다 놨다. 설렜다. 몇 안 되게 매력을 느꼈던 여자 연예인이라서일까?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7월에 가졌던 한예슬과의 만남 때보다 심장의 RPM은 한 단계 높아진 LTE 급이었다. 힘겨운줄도 모르게 도착해 가볍게(?) 세팅을 마치고 셔터를 눌러댔다.

Ep .1 두근거림

여기는 가회동에 있는 별당이라는 갤러리&카페. 아기자기한 이 깜찍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우리는 만났다. 그 공간의 바로 맞은편에는 필자에게도 익숙한 출판사인 김영사가 있었다. 여기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세상 참 좁다. 바람도 쐴 겸 주위를 몇 장 더 찍었다. 그러기를 5분 정도. 혹시나 '급'붐벼 자칫 금붕어처럼 멀뚱멀뚱만 하다 갈까봐 다시 별당으로 들어왔다.

 

처음 들어왔을 때 미쳐 눈여겨보지 못한 솔비의 그림을 마저 찍기 시작했다. '지안'이라는 조금은 날려 쓴 듯한 날인과 함께였다.(솔비의 본명은 권지안) 한개 두개 지나치다 보니 그림 세계의 묘한 일관성도 느껴지는 듯했다. 한 장의 그림 위에 그렁그렁 달린 솔비의 생각이 과연 어떤 에피소드를 풀어줄지. '얼른 만나 당장 만나' 비밀을 전해듣고 싶어졌다.

Ep.2 미리보기

"눈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이 믿기도 싫은 한 줄에 가장 큰 피해자는 연예인이 아닐까 싶다. 솔비도 물론 예외란 없다. 필자에겐 우리 결혼했어요 이후,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몇 주, 생각해보면 그 뒤의 기억은 전혀 없다. 솔비의 말을 빌려 그 기간이 무려 3년이란다. 3년의 공백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그러면 솔비는 대체 3년 동안 뭘하다 이제서야 나타난 것일까? 우선 눈에 띄는 4가지만 말해보자면, 단연 화두에 오른 성형, 그리고 다이어트, 출간, 그림이다.

 

이미 방송에서 만나본 분들은 알 거다. 몰라보게 달라진 솔비의 이날 모습은 다이어트의 태풍에 들어와 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 성공적인 계기로 솔비의 바디 시크릿이란 책을 출간했고, 이미 매진 이후에 재발행이 들어가있다고 한다. 그리고 솔비의 뇌 구조를 속전속결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그림이다. 그림은 솔비에게 시각적인 만족을 넘어 행복 그 자체인 것만 같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지는 잠시 후 솔비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될 듯싶다.

 

 

Ep.3 만나보기

7시 5분 쯤.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전에 없던 청순미를 무장하고 나타난 솔비. 흔한 말이지만 이 말이 정답이었다. 예뻤다. 속보여도 어쩔 수 없다. - 사실 고백하자면 솔비가 별당으로 들어오기 10-15분 전쯤 필자는 잠깐 들러가는 솔비를 만났다. 하지만 오른손을 뒤따라 셔터로 옮겨가는 왼손 모두를 겨우 말렸다. 부담스러울까봐, 당황스러울까봐라는 이유를 써보지만 연예인도 사람인데 혹 기분 나빠하지나 않을까?하는 작은 배려였다고 생색내 본다. 조심스러운 듯 신기한 듯, 수줍은 미소를 품은 솔비에게 급한 마음에 필자는 질문부터 던졌다.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네~" 라는 솔비의 목소리가 들렸고, 뒤따라 셔터들의 오케스트라가 메아리쳤다. 앉아있던 솔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즈까지 취해준다. 남자기 전에 블로거로써 굉장히 고마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한 차례 찰칵거림의 쓰나미가 지나가고... 바이 리뷰의 진행자님께서 행사의 차례를 비장하게 읊어주신 뒤에야 솔비의 인사를 엿들을 수 있었는데. "제가 대단하지도 않은데 만나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저도 그렇게 꽉 막혀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연예인과 팬들의 만남이 아니라 커피 마시고 편안한 자리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말 중간에 끼어들으셔도 되구요, 고민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셔도 되요. 여자친구 문제라던지"(장내웃음)

Ep. 4 그림보기

자세하게도 설명해주던 솔비의 작품들 중 첫번째 그림. 필자가 느낀 감정으로 이 그림의 제목을 감히 지어보자면 유혹의 도가니다. 손보다 훨씬 큰 보석, 술잔이 먹어버린 술집,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들에 너무 갇혀서 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탄생한 솔비의 작품이라 한다. 처음엔 굉장히 난해하지만 솔비의 설명 하나도 모든 것이 이해가 갔고, 공감도 가는 아이러니기도 했다. 솔비의 그림들은 예능에서 보여준 그녀의 느낌과는 예상과 다르게 혀실적인 주제가 많았다. 영원을 꿈꾸지만 그와는 대조적인 현실. 다리가 아닌 부의 상징이 되버린 남자의 세단. 오히려 그렇게 살고있기에 뜨끔한, 가끔은 따끔한 그런 다이나믹함이 느껴졌다.

 

 

Ep.5 잠시쉬기

그림 설명을 하는 내내 솔비의 들뜬 기분에 함께 올라타 조금은 홀가분했던걸로 기억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그녀의 표정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그림에 대한 솔비의 조금 더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그녀이 말처럼 보는 사람의 시각과 생각에 따라 또 달리 해석되는 게 그림이기에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겠다. 필자 또한 솔비의 설명이 있기 전까지는 영 엉뚱한 해석을 하고 앉아있었으니. 잠시 주인을 잃은 의자에 다시 모두 앉았다. 다음으로 블로거들이 설레는 시간, 질문세례를 던지는 타이밍이 다가왔다.

 

하지만 왕년 예능이 블루칩답게 솔비의 골든마우스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그녀에게 그림의 의미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이해하고 나서야 수긍이 갔다. 연예인과의 만남에서 항상 2시간이 짧은 이유다. 솔비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언론에게 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싶어하기에. 시계의 2바퀴는 그것을 담기엔 너무도 작은 그릇이기에. 그 그릇에 흘러넘친 이야기까지 모조리 담아 다음 에피소드로 가보자.

Ep.6 작가솔비

책은 오래전부터 솔비가 쓰고 싶었다고 한다. 스스로도 무슨 용기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솔비는 출판사에게 당당하게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쎄(?)다며 다이어트 책부터 내 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승락은 했다. 하지만 역시 당찬 솔비답게 책의 방향성이나 모든 것을 스스로 케어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승락을 받았다고. "제가 귀가 얇아요. 책을 보면서 '나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하면서 빨리 흡수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재미있는 책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비싼 선물을 하지 않아도 책 선물을 하니까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녀가 작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게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옜날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나이를 먹어서는 드라마나 영화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러다 같은 이야기를 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수다도 떤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여기까지겠지만 솔비는 결국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는 사람들의 표정에 희열을 느꼈는지, 행복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격하게 끌렸던 것이란 확신은 든다. 마치 내가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블로그를 놓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갖고있는 재미있는 상상들을 나열애 누군가에게 희망적인 가치가 될 수 있는 묘한 매력. 때로는 감정을 모니터 밖으로 전달해야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과도 묘하게 오버랩 된다면 된다.

 

 

Ep.7 웃어보기

솔비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웃을 시간마저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솔비와의 셀카 시간에 그녀가 던진 쎈 농감은 나를 미소짓게 했다. 때 마침 솔비와의 오붓한 사진 촬영 시간에 핸드폰 밧데리가 절망적인 수치에 가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얄라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블로거 여자분에게 촬영과 사진 전송을 죄송스럽게도 부탁했다.

 

솔비와 다정스럽게 사진을 찍고 전송을 위해 전화번호를 알려주던 우리둘을 잠시 보던 솔비양의 한마디. "벌써 전화번호 따시는 거예요?" 그 쯤에서 장내 웃음이 주말 예능의 CG처럼 깔려줬어야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고요하기만 했다. 마치 2선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메시의 드리블과 같은 농담이었다. 마신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핫식스의 힘이 다 해버린걸까? 조금은 더 센스있는 대답을 해줬어야 했지만, 나는 그냥 체험단 듯 웃으며 "예~~" 라고 대답해버렸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결정적으로 그 블로거분은 유부녀였다는 거..;;

 

 

Ep.8 낚아보기

빠듯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의 블로거들은 몇 가지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그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었다 느껴졌던 질문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연예인 중에 솔비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가 있냐는 것이었다. 순간 주말 교회를 방불케하는 분위기와 블로거들의 눈빛은 호랑이로 변했다. 기대했던 솔비의 대답은 이랬다. "하정우씨가 그림을 그리는 걸로 알고있는데, 만나게 된다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굳이 따지자면 좋아한다는 말도 없었지만, 안 좋아한다는 말도 없는 애매한 답변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연예를 하게 된다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게 아닐까? 보통의 기자였다면 "솔비, 하정우에게 관심있다"라는 타이틀들 달아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발행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기자분들이 그렇다는 건 꼭 아니지만. 어쩄거나 하정우도 솔비에게 관심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잘되도 그만이고 안되도 그만이다. 아무튼 남자 연예인 이름이 나와줬다는 것 만으로도 의외의 성과가 아니었을까?

 

 

 Ep.9 벗겨보기

지금까지 미래지향적이고 유쾌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제부터는 솔비의 내면을 벗겨보는 이야기다. 질문은 없는 그녀 스스로 말하고 답하는 이야기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운이 좋아 연예인이 되었고, 내 운에 대해 믿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운에 기대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마인드이지 않는가 생각한다."

"왜 발라드를 선택하지 않았냐?라고 여러 사람들이 말했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탈피하고 싶었다. 트렌드에 떨어질지언정 그간 했던 음악을 보여드리고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솔비와도 맞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3년 간의 공백동안 힘들었고, 한 동안 주변과 연락도 끊고 잠수를 심하게 탔다. 그림을 그리고 ' 저 이제 나갈께요'라고 신호를 보냈던 게 그림이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꿈꿔왔었지만 때로는 연예인이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그림은 내 인생에 있어서 시원한 그 어떤 것이다. 그림을 하는 순간은 세상이 열린 느낌?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책을 만났다. 출판사에 당당하게 찾아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쎄다며 다이어트 관련 책부터 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승락했지만 조건은 있었다. 내가 모든 것을 알아서 케어하겠다는 전제하에 이야기 됐다."

"최고보다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가는 다른 사람이 평가애 주는 것이지만, 과정은 나밖에 모르는 내가 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넘버원보다 온리원이 되고 싶다."

 

다른 블로거분들은 모르겠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솔비의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내리 꽂히더라. 내가 솔비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 나이 서른, 사람으로 태어나 인생의 매너리즘에 참 빠지기 좋은 나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내가 하고있는 일이 아니면 뭘 할 수 있을까란 대답은 항상 긍정적이지 않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뭔가에 대한 정의도 때로는 내리기 어렵다. 솔비에게 그림이 있다면 필자에게는 지금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블로그라는 공간이 있다. 힘든 일도 모두 잊고 마냥 써내려가기만 해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 말이다. 필자도 솔비도 '인생이라는 소풍'에서 적어도 하나의 보물은 찾은 게다.

 

 

 Ep.10 Soul by 솔비

34분마다 한 명씩 죽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 청소년자살방지위원회 홍보대사가 되었다는 솔비는 "나도 했는데 왜 당신들은 못해"라는 느낌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가볍게 보이는 게 슬프지만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가볍게 가고 싶다고도 한다. 또 친한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솔비는 쉽게 대답을 못할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솔비를 보는 눈은 가볍게. 솔비를 느끼는 마음은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지만 연예인은 결국 보여주고 돈을 버는 직업이다. 이 날 솔비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비주얼이 아닌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영혼의 색깔이 있다면 솔비가 좋아한다는 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본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예능에 출연하는 솔비를 좋아한다.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대기 때문이다. "화보를 찍을 때 살은 그냥 찌우고 작가분에게 맡긴다"고 말하던 솔비의 오래 전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성의없는 연예인이라며 손가락질'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있었지만. 동남아에서 반짝 좀 한다고 월드스타란 수식어를 붙여 이미지 급상승을 노리는 그들보다는 훨씬 솔직하고 떳떳하지 않은가? 연예인도 사람이다. 속이는 사람보다 솔직한 사람이, 예측하기 쉬운 사람이 끌린다. 그래서 솔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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