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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nterview

솔비의 서른즈음에, 권지안이란 이름의 양다리

by 라이터스하이 2014. 4. 25.



목이 자극적인가?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길이를 어찌어찌 맞추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변명으로, 입술에 침을 좀 바른 뒤 이 포스팅을 어쨌든 시작해 보겠다. 거의 2-3달을 미친듯 다람쥐처럼 살았다. 그러다 바이리뷰에서 2년 만에 솔비를 다시 소환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어느 정도 운영해본 블로거라면, 연예인 좀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안다.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해본 연예인은 질릴수 있는 게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전만큼의 퍼포먼스를 받고오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두 번이나 솔비를 보러갔다는 건 이미 사심이 있다는 것, 눈치를 챈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쩌겠는가, 내 스타일인걸. 그렇게 시작된 바이리뷰의 두 번째 솔비 간담회, 곧 그렇게 날 청담동에 데려다놨다.



자리에 가자마자 전에는 몰랐던 두가지 사실을 알게됐다. 바이리뷰 분들이 2년 전 솔비를 만났을 때 그렇게 빨리온 건 처음이어서였구나 하는 점이다. 이번에는 정시에 딱 맞춰 오셨는데, 문제는 그 때부터 준비를 하셨다는 점이다. 하하 ㅋㅋㅋ 뭐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블로거 분들과 조촐하게 이야기도 하고(몰랐던, 처음보는) 명함도 주고 받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조금씩 내가 블로그를 핑계삼아 사람들과의 or 블로거분들과의 작은 이야기들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아무튼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 '집나가면 개고생'을 몸소 실현하던 나에겐 좋은 자리였다. 그리고 이미 2년전 만나봤기 때문인지, 깨알같은 질문지도, 솔비의 그림도, 바이리뷰 분들의 작은 노가다도 낯설지 않았다. 이러다 바이리뷰에 취업하는....건 개뿔 리뷰나 열심히 쓰자! ㅜ




한민국이 우울증에 빠져있는 시기에 이래도 되나 싶었던 생각, 보이지 않는 걱정을 이 날 제일 많이 한 건 바로 솔비였다. 나 역시도 이런 시기에 조금 힘이 빠진 감도 있었다. 캔들을 보면서 문득 그 생각에 잠시 잠겨있었다. 지금도 잠 못들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 인형처럼 눈을 편하게 못 감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니 먹먹해 지기도 한다. 솔비에서 권지안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를 기다리며, 깨알같은 소품들을 눈으로 마시고 손으로 품으며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가져본다. 하나 둘 씩 블로거 분들도 도착해 20명 가까이 모였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만 있을리 없는 나는 왔다갔다 정서불안 PTSD환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리저리 쏘다닌다. 좀비같은 직장생활에 대한 내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이곳에서 유감없이 펼쳐놓고 갈 기세로. 더 이상 이런 광경이 생소하지 않은 나는 그분들이 다 담을떄까지 작은 숨을 내쉬며 기다린다. 그리고 셔터들의 비트가 멈추고 슬그머니 그립을 취해본다. 나에게 이들의 셔터작업은 시장을 방불케 한다. 사람사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메모리 도둑급 되는 피사체가 없어도 그들은 일단 담는다. 누르고 본다. 블로거이기 때문에.




타났다 솔비. 만났다 거의 2년만에. 나중에 이야기지만 살이 그떄보다 쪘다고 하는데, 내눈에는 한 없이 가냘파 보였다. 그리고 애띤 모습은 이제 완전 없는 성숙한 여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뭐랄까, 진정한 성숙미를 갖춘 31살의 여인이랄까? 아무튼 진화한 그녀의 외모와 지성을 이날 모조리 느끼고 왔다. 조금 불편할수도 있는 구조에 사람들은 많고, 솔비도 쉽지 않은 적응이었을텐데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다.




단하게 소개겸 인사를 하고 전보다 빠르게 질문코너로 진행됐다. 호감형의 진행자분은 2년전이나 지금이나 자상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는 포스로 질문들을 이어나갔다. 시작은 브라질 이야기다.


Q. 이 번에 프로그램 때문에 브라질 다녀오셨던데, 가서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티스트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길거리에 가면서 작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되게 유명한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되게 인상 깊었어요. 페이스북 친구 맺자고 하고,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이야기도 했어요. (웃음)


그리고 대체적으로 브라질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것 같아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구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선입견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녀와서 많이 했어요. 방송으로 보셔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제가 쓴 글도 방송에 나오기 때문에 재미있을실 것 같아요. 5월부터 하루 10분씩 방송되요. (깨알홍보ㅋ)





Q. 개인적인 질문인데 해도 되나요?(진행자분, 눈치를 살피더니) 브라질 다녀오셨으니 브라질어 한마디만~!


A. 오브리가~ 감사합니다란 뜻이예요. (웃음) <나중에 검색해보니 포루투칼어로는 오브리가두? 였던듯> 

따봉도 다 통하긴 하는데, 오브리가도 막 쓰면 통하더라구요. 비행기에서 경유해서 갈 때, 두 번째 경유 때 승무원 분이 영어를 제대로 잘 못하더라구요. 제가 못 알아들은 것일수도 있지만, 냅킨에 그림으로 메뉴를 주문했어요. 돼지를 그려서 돼지는 싫다고 하고 물고기도 막 그리고. (빵터짐) 이런 내용들도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ㅎㅎ)


브라질이 쉽지는 않았어요. 이동시간도 길고 언어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래서 나한테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작은 것, 힘든 것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글을 쓴다라는 저에게 가장 큰 도구가 있기 때문에, 나의 방식으로 어떻게 쓸까? 이런 생각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내 시야가 넓고 폭이 넓어지니까 힘든 부분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더라구요.




Q. 솔비였을 때의 댄스 음악이 좋았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런 아쉬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아직은 모르겠지만, 좋은 댄스 음악이 있다면 할수도 있겠죠. 지금은 제가 재미가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싶어요. 예전에 예능을 하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재미가 있었어요. 가끔 내 방송을 지금도 보면서 한 번씩 웃을 때가 있어요. 그 땐 어렸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이름을 바꾸고 프로그램들이 섭외를 올 때도 애매해 하더라구요. 솔비로 섭외하고 싶은데 권지안으로 섭외하기가 꺼려지는지. 인지도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예상된 결과라 불만은 없어요. 보시는 분들은 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솔비와 권지안을 희석시키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고 언제가는 둘다 하나의 사람을 받아들여지겠죠?




Q. 가수시면서 미술을 하시고 계시잖아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A. 공통점은 원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림을 시작하면서 작품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예전엔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보여지는 것이 중요했고, 인기를 얻고 싶었고, 예뻐보일까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림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은 내 만족도가 높아야 되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번 장르도 시도하기 어려웠지만, 도저해 보게 됐죠. 여행가면서 제 음악을 계속 들었거든요. 원래 그러기 쉽지 않아요. 저는 들으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작사를 해서 더 와닿는 것도 있지만, 너무 자부심이 있는 내 음악이라 그랬나봐요. 그게 그림이라는 걸 통해서 음악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던 그림이던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걸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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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잠은 하루에 몇시간 주무세요?


A. 불면증이 되게 심해요. 지금도 그렇구요. 새벽 한 4시쯤에 깨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답이 안나오니까 그 시간에 차라리 최대한 시간을 좀 써보자라는 걸로 바뀌었어요. 멍 때리지 않고 뭘 할려고 하는 것같아요 이젠. 기본적으로 많이 못자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불면증인 것 같아요.




니앨범과 함께 업데이트된 그녀의 그림들. 그림에 대한 평가도, 갤러리도 가본적 없지만 전보다 색감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밝아졌다는 느낌도 더 배가된 미장센이다. 잠 안 자고 맨날 그림만 그리는걸까? 아무튼 직장 다니면서 책도 쓰고 사업도 벌이고 있는 나처럼, 3가지를 동시에 꾸준히 잘 해내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부럽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혼은 당분간 못할것 같다는 쓸데없는 오지랖 역시 든다. 뭐 자기가 행복하다니까 내가 할말은 없다만.




2년 전보다 훨씬 피곤해 보이고, 더 바빠보였던 그녀지만, 말투 하나하나와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더 확고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뭔가 표현해 낸다는 것. 엔터테이너에서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저런 것인가? 2년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아직 엔터테이너의 색깔이 강했던 솔비다. 


2년 후 지금, 그러니까 2014년 4월에 내가 만났던 권지안은 좀 더 지적이고 성숙하고, 뭔가 표현함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는 아티스트가 되고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들고있는 캔들의 그림도 직접 디자인하고, 평소 악세사리 만드는 취미도 있어서 그녀가 착용한 악세사리 역시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워낙 당차고 씩씩해서인지 나처럼 어휘 하나 때문에 5분이고 10분이고 고민할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런 밝음에 더 끌리는 그녀가 아닐까?




울방학 숙제처럼 대충 써갈기고 다했어요라고 발행해 버릴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벽 2시가 넘도록 키보드를 괴롭히고 있는 이유는 사심 반, 호감 반이라고 해야겠다. 매력에 끌려 사심이 되고, 뭔가 창작해 나간다는 고통을 아는 것 같아 생긴 호감이 어제 먹은 반반치킨보다 맛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사생팬도 아니니 그녀의 활동을 보일 때 마다 응원해주고 싶을 뿐이다. 아마 당분간 예능섭외 순위에선 뒤로 밀리겠지만, 그래서 더 작품 활동이나 자기개발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심도 되는 것 같다.




으로 또 2년 후에 볼지, 혹은 평생 만날 수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 후에 보던 그녀는 그대로일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 나쁘지 않은 느낌을 갖고 돌아왔을 뿐이다. 마지막까지도 세월호를 걱정하던 그녀의 모습, 피곤함을 숨긴 화장 속 솔비. 20명 가까운 블로거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권지안이었다.




녀는 이제 31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그녀의 어떤 모습보다 당차고 멋있어 보였다. 권지안이란 이름은 가수 활동과 작품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그녀의 각오에서 태어난 듯 보인다. 가수와 작품의 양다리에서 얼만큼의 활약을 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솔비의 서른즈음에는 그런 바쁜일상의 댄스가 아닐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는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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