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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 Vladivostok

3박 4일 블라디보스톡 여행 #1 : 달 밝은 러시아의 소리없는 변화

by 라이터스하이 2015. 6. 3.




 

5월 22일부터 5월 25일까지, 러시아의 제2 수도로 불리는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8월 오사카 여행부터 시작해서, 뒤늦게 발동이 걸렸습니다. 그 뒤를 이어 후쿠오카, 홍콩, 마카오 다음으로 4번째 해외여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첫 번째 유럽여행이다보니 더욱 설레기도 했는데요. 이런 저런 이유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인연을 만들고 와서 더욱 기쁜 여행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도 만족도로 따지면 제일 높았던 여행입니다. 

사실 블라디보스톡에 관광지가 엄청나다거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관광상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광활하고 조금은 너무 조용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홍콩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여기는 왜 이렇게 조용한거야!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여행을 갈 때 마다 여러가지 스스로 핑계를 댑니다. 여기는 영화 촬영지였으니까... 저기는 일년에 한번있는 축제니까... 이 번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나라니까라는 말도안되는 핑계였습니다. 책도 한권 안 읽어놓고. 그러니까 그냥 가고 싶으니까 다녀온거죠. 출발 비행기는 아에로 플롯(Aeroflot)이었고, 오는 비행기는 S7(시베리아 항공)이었습니다.





 

보딩패스에 적힌 예상시간은 3시간이었는데, 2시간만에 도착했습니다. 한 시간이나 빨리 온 셈이죠. 너무 빨리와서 이거 경유해서 가는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물어보니 이럴 때가 있다고 하네요. 전문용어로 무슨 'HOUR' 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왕복하면서 3시간 이상 걸린 적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도착이죠. 동해쪽으로 가로질러 역 'ㄱ'자로 비행한다고 합니다. 도착즈음 되니 저행비행을 하면서 유럽 마을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봤을 법한 동네들을 가르지르니 기분이 살살 떠오릅니다.





 

공항 내부 사진은 추후 LTE 데이터 유심 사는 법을 포스팅 할 때에 한 번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버스도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열차가 빠를 것 같아 기차를 탑니다. 열차 이름은 '에어로 익스프레스'입니다. 공항에 내려 열차 모양 아이콘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지하철이 따로 없기 때문에, 열차 모양을 한 것이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에어로 익스프레스입니다. 


블라디보스톡행 공항열차 타는 법 : 아에로 익스프레스

모르시면 공항 직원이나 인포메이션 (1층 출입구 맞은편 가운데의 벽 쪽에 있습니다.) 에게 '아에로 익스프레스'라고 말씀하시면 알려줄 겁니다. 공항 1층에서 우측으로 쭉 나가시다보면 커피숍이 하나 있는데요. 그 오른편에는 화장실이 있고, 왼쪽에 철문이 하나 있는데, 그쪽으로 통과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가 눈앞에 보이시면 그대로 길따라 가시면 끝입니다. 


그렇게 조금 가시게 되면 아에로 익스프레스의 플랫폼이 나옵니다. 플랫폼으로 가시기 전에 발권 창구로 가셔서 티켓 끊으시면 됩니다. 가격은 기억에 의하면 300-350 루블정도 였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이 블라디보스톡에서 올 때에는 80루블이라는 것. 4배 가까이 차이나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열차도 같고 거리도 같은데 말이죠.



티켓팅

표를 끊으신 다음으로 이야기를 꼭 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코드를 어디에 찍는가에 대한 겁니다. 바코드를 게이트 정면(윗부분 아님) 홀에 넣어서 대어 주시면 문이 열립니다. 지하철 생각하시고 위에다가 찍으시면 반응 안합니다. 구멍에다가 살짝 넣어주시면 알아서 열릴겁니다. 모르시는 경우 직원에게 요청하시면 됩니다. 어리버리 하다가 지원이 웃으며 다가와 도와주러 온다면? 만국 공통어인 웃음으로 마무리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한 발더 나아가고 싶다면?


Say "스빠씨바"





 

혹시나 싶어 부랴부랴 타러 갔더니? 열차 출발까지 40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게 맞는지, 언제 출발하는지 물어봅니다. 손가락질 하면서 전광판쪽을 가르키며 뭐라고 하십니다. 출발 시간과 현재 시간이 적혀져 있습니다. 하루에 3대가 있다는 말도 있던데, 제가 갔던 5월 22일과 5월 25일은 열차가 하루 10대 이상 있더군요. 불안하신 분들은 알아보고 가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따뜻한 5월 날씨

춥다고 하지만 서울 기온과 비교했을 때 5-6도 정도 낮은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햇살이 한국보다 더 뜨거워서 놀랬습니다. 선글라스는 일단 필수입니다. 

캐리어를 세워놓고 새로산 헝그리망원 렌즈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봅니다. 블라디 보스톡 공항 사진을 찍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에는 엑스레이 검사를 다시 해야 합니다. 귀찮다고 생각되시면 돌아올 때 공항을 찍는것도 괜찮습니다.






왜 클래스가 다른지에 대한 이유가 이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안된다면 일단 그 사이즈 자체가 남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운좋게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햇살이 바다를 비추고 있어서, 바다 한가운데에 펼쳐진 모세의 기억같은 미쟝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차밖에 없지만 기차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면서 펼쳐지는 뷰는 휘황찬란하지 않아서 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블라디보스톡은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내리기 직전, 뒤에 계신 분에게 친절한 안내를 받고 악수까지 하며 헤어집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유후'하는 기분으로 카메라 가방을 엽니다. "찰칵,찰칵" 연사가 이어진다. 반대편으로 또 다시 한컷을 찍는데...


"안녕하세요."


'오잉?'


여기는 서울이 아닌데, 어디서 한국말이 들리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스마트해 보이는 한 30초반 남자가 말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20대 후반으로밖에는 안보이는 훈남입니다. 이 분이 바로 러시아를 다녀와서 십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형동생으로 지내고 있는 동행입니다. 갑자기 예매를 해서 날아오게 되었다며, 통성명부터 호텔을 어디에 잡았는지까지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행이 하나 생겼습니다.





 

평소대로라면 20장은 더 찍어야 마땅하지만, 이 동생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걷다보니, 그리고 걸으면서 건물을 챙겨볼 틈도 없다보니,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셔터를 막 누르면 왠지 싸가지 없어 보일까봐, 이야기에 집중하려 애썼습니다.

 

 




 

아스토리아 호텔의 장단점

일단 아스토리아 호텔을 잡은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로 깔끔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가보는 공산주의 출신의 국가인지라 거주지등록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호텔은 알아서 등록시켜 준다는 말을 듣고 호텔로 숙소를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대여를 하려고 했지만, 현금 결제와 거주지 등록 문제로 인해 결국 호텔로 입성. 또 다른 장점으로 리셉셔너가 영어를 잘한다는 점. 그래서 클럽이나 레스토랑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7-9 정도 선입니다. 막상 가보니 호텔 비교 사이트나 현장결제나 크게 가격차이는 없었습니다. 몰랐습니다. 억울합니다. 시내와 거리는 조금 먼 편입니다. 걸어서 15-20분을 걸어야 붉은혁명의광장으로 갈 수 있는 거리니까요.

 

 



 

처음으로 여행 파트너를 만나본 설레임, 그리고 점심때부터 계속된 공복으로 우리는 비루해져 갔습니다. 걸음은 느려졌고,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일단 말로만 듣던 아르바트 거리를 걸어본 다음 해양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르바트 거리는 생각보다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역시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 여행입니다. 하지만 해양공원은 너무 좋았습니다. 일단 바다가 있으니까 이게 어디입니까. 

 

 



 

해양공원에서 음식 주문하는 법

불판이 보인다고 해서, 아주머니 두 명이서 음식을 나눠준다고 해서, 우리도 앞에서 얼마냐고 자꾸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자꾸 표정이 좋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주문은 맞은 편 컨테이너에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식하는 곳은 주방인 셈입니다. 그걸 모르고 10분 정도를 서있었습니다. 참고하시길.


라이스 하나와 샤실릭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2가지 합해서 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라이스에서는 살짝 밀가루 냄새가 나긴했지만, 공복이라 맛있었습니다. 샤실릭도 나쁘지 않은 맛입니다. 드셔보시길.

 

 



 

밥을 먹으면서 한국분들을 꽤 많이 만났습니다. 갈 때 없으면 여기 앉으라고 하시는데, 밥먹고 온다며 사양했습니다. 인사도 못드리고 와서 조금 미안하긴 했습니다. 왼쪽 상단 사진은 스튜디오라는 카페겸 식당 사진이고, 우측 위 사진은 해양공원 뒷쪽에 있는 극장 1층입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뮤직 바라는 클럽 뒤쪽의 작은 공원입니다.

 

 



 

클럽 앞의 모습, 그리고 거기에서 불과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입니다. 새벽 늦게까지 작업하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클럽 입장하기 직전에 야경을 찍어봅니다. 첫 날은 많은 걸 하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걸 느꼈습니다. 생각만큼의 공산주의 잔재가 많지는 않다는 점. 내 생각보다는 덜 반전되어 오히려 더 백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 영어를 잘하면 더 좋지만, 아직까지 영어소통은 조금 더디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유럽풍 건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 후기부터는 본격 관광지 투어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나는 4명의 친구를 또 만들었습니다. 말은 안통하지만 마음으로는 통한, 소중한 인연들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따듯한 가슴이 남아있습니다.


그날 밤 오랫만에 달을 보는데, 일루미네이션처럼 밝고 뚜렷했습니다. 그들의 이목구비처럼 말이죠. 러시아하면 일단 공산주의 출신 국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표현도 자유롭고 장난스럽고 따뜻했습니다. 조금 개인주의 적이고 배타적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들로 인해 러시아가 조금 더 따뜻한 나라로 변모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소리없는 변화라는 것은 바로 20대 그들의 정서였습니다. 다음 후기에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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