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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 Vladivostok

#2 : 본격 블라디보스톡 여행지 해부, 혁명광장-아르바트거리-해양공원

by 라이터스하이 2015. 6. 17.


첫 날 밤을 아주 광란으로 보내고 오후 1시쯤 일어났던가, 그랬을 거다. 새벽 4시에 잔걸로 기억하는데, 이 정도면 엄청 일어난 셈이다. 정말 오랫만에 술로 달렸더니 뒷골이 땡기고 눈이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여기까지와서 잠만 자다 갈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럴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라고 옆에서 누군가 말해주지는 않지만, 이럴거면 그냥 동남아로 갔었어야 하는 게 맞다라며 스스로 다독거린 뒤에 밖으로 나온다. 본격적으로 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관광지를 모두 돌아보고 싶었다. 전 날 만난 동생은 아직도 꿈나라였기에 혼자 나섰다.



이미지 사용문의 : radiosee@naver.com


누가보면 의미없는 대문, 길가던 고양이 사진은 왜 찍냐고 할지 모른다. 찍고 싶으니까가 대답이지만, 이런 고유함만이 여행의 추억에서 오래 남는다는 게 이유다. 냄비 위에서 들끓는 수증기처럼 날아가는 추억들 아래에서 잔잔한 이슬처럼 깔려서 사라지지 않는 추억들은 이런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래서 현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대문이나 창살같은 부분들이 그렇다. 유럽스러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기오는 것도 좋지만, 엄청난 감성적 뷰를 느끼고 싶다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다. 어쨌거나 공산주의 출신 국가의 전재는 남아있으니까.




호텔 앞은 좀 조용해서 여기 너무 시골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쿄나 홍콩을 생각하면 아주 곤란한 동네 되시겠다. 그냥 조용한 외곽마을같은 느낌이니까. 루스키교와 근처 동네를 보면 조금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아직도 루스키교를 볼 수 있는 독수리 전망대에 호컬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내가 거기 산다고 해도 그럴 것 같다. 극동대학교, 해양공원, 아르바트 거리를 제외하면 그렇게 눈에띄는 관광지는 없는 편이니까. 




정교회 성당 앞을 지나가는게 교차로에 테라스 레스토랑이 있다. '이거 안 들어갈 수 없겠네'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눈이 반응하고 다리가 움직였다. 커피 한잔만 마시고 가야지 햇는데, 여기에서 우리 돈으로 2만 5천원 정도를 썼다. 사과 주스, 러시아식 라떼 한잔, 캘리포이나 롤, 그리고 보르쉬라 불리는 러시아식 스프까지 말이다. 우리보다는 소식하는 러시아 사람들인지 1인분의 양이 생각보다 적다. 그러면 어떤가. 주위에는 여자들로 둘러싸여있고, 맞은 편에는 유럽식 성당이 반짝이고 있는데.




위 사진이 오른쪽으로 눈을 돌린 뷰라면, 이 사진은 왼쪽으로 눈을 돌린 뷰다. 앉아서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위치라 정말 좋다. 같은 성당이나 교회라도 마카오의 그것들이 뭔가 성스럽고 절해야 하는 분위기라면, 이곳은 축제나 즐거운 일이 있을 것 같은 곳이다. 이 곳에 들어갔다가 모르고 카페트를 밟는 바람에 싸다구를 맞을 뻔했다. 혹시 갈 사람이 있다면 주의하시기 바란다.




나왔다 나왔어. 캘리포이나 롤. 와사비에 시선 줄 여유는 없었다. 전 날의 숙취를 하늘나라로 빨리 보내야 했기에. 요 앞에 포커싱된 것이 러시아식 스프 (보르쉬)류다. 아마 스프들도 재료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엔 꿀맛이라고 적어놨는데, 지금 생각하니 '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될 것 같다.




내 기억의 뷰에 100%를 전해주지는 못한 것 같아 유감이다. 조금 마일드한 육계장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러시안들은 이 스프를 후르륵 후르륵 마신다고 한다. 필자는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흔들어 드세요. 뭉치니까요.




생크림에 찍어먹는 바삭한 과자. 연탄처럼 구멍이 나있다.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이름도 못 물어봤다. 100개쯤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은근한 중독성과 부담없는 식감이 좋다. 밥먹고 커피 마시고, 지나가는 부랑자가 담배 달라고 해서 주고, 담배를 받더니 돈을 달라고 해서 싫다고 하소, 영감이 떠올라 글작업을 좀 했다. 약 한시간 정도 그렇게 앉아 보냈다. 이 여유의 행복을 느끼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단 한 사람도. 이거 호스텔 3에 나오는 수영장 씬이 생각나는 걸? (수영장에 있던 여주인공 주위에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지는 호러스런 분위기) 애플주스를 마무리 하고 본격 정교회 성당을 찾아 나선다.




마카오를 다녀오지 않고 바로 왔다면, 더 예뻐 보였을 것 같다. 아름답다.




엄숙한 분위기가 깔려있는 이곳. 중간에 보이는 저걸 밟았다가 안에 계시는 분이 팔을 잡아 당기셨다. 굉장히 죄송스러워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우측 위 사진은 그 뒤편에 잇는 또 다른 건물. 조금 더 러시아스러운 옛 건물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예뻐 평소보다 컷수가 많지 않다. 




그렇게 아르바트 거리쪽으로 내려온다. 정교회 성당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아르바트 거리와 해양공원을 만날 수 있다. 제일 번화가가 이 근처 일대라 생각하면 된다. 예상보단 조금 덜 오래된 유럽식 건물들이 도로가에 펼쳐져 있다.




러시아 길거리가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투박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타 국가에 비해 활기차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것이다.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암울하다고 표현하는 혹자들도 꽤 있는 편인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차가 엄청 많은편은 아니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많았다. 무엇보다 개인 택시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트래픽이 심하지 않아서 질서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무단횡단은 하지말자. 아시아 국가 여행을 하다보면 무단횡단 여행자를 많이 보게 되는데, 중국인과 한국인이 특히 많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첫 번째로 어디를 가봐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단언컨데 아르바트가 1순위다. 커플들부터 가족단위까지. 나들이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입구쪽에서 보자면 대략 이런 뷰다. 바닷가까지 보여서 좋다. 보통 다른 국가라면 이정도 뷰와 상권이라면 옷가게나 명품 아울렛이 들어섰을텐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주로 식당이다. 그 건물들이 모두 2층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좋았다. 엄청나게 높은 빌딩은 이미 홍콩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꽤 괜찮은 순번의 여행지다. 꽉 차지 않은 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




실제로는 빨간색이 아니지만, 러시아와 어울리는 붉은색 계열로 보정을 해봤다. 역시 어울린다. 나름대로 러시아의 색깔을 정해보자면 레드와 브라운이다. 그것도 짙고 짙은. 




전 날 클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이 날 메탈 공연이 있을거라고. 진짜였다. 사운드가 조금 더 컸더라면 바운스를 한 번 타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형님들의 떡대나 비주얼이 멋있다.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셔서 장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여행에서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불행 중 또 불행으로 여기에서 핸드폰까지 잃어버렸다.




락밴드 로컬형님의 줌샷!




신기했던 것이 락공연과 학생들의 재롱잔치(?) 공연을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다채롭다면 다채로운데, 실로 적응안되는 전개였다. 그래도 나름 귀엽다.




관람차도 있다. 다리가 아파 첫 날 저녁을 먹었던 해변의 식당에 앉아 망원렌즈를 줌해본다. 여기에서 이런 관람차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좋은 기억이다.




더위에 약한 그와 그녀들. 겉보기엔 무슨 일이 있나'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말을 걸고 대화를 적당히 해보면 그들이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락밴드 맞은 편에있는 계단 위로 올라가니 이런 텀블링 공연(?)을 하고 있다. 오히려 분위기는 자기들끼리 연습하는 분위기였다. 레벨의 격차가 다들 너무 달라서 말이다.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사람들 다리 참 길다.





돌아다니기를 어느정도 마친 후, 관람차가 멀리 보이는 해양공원 식당에 다시 앉았다. 망원렌즈, 잘 산것 같다.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찍다가 쉬는 타이밍에 망원렌즈로 앉아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여행의 고수는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오래 남는것은 여유다. 빠듯한 일상에서 그 여유를 되새겨보는 것이다.




아르바트를 한바퀴 훑고, 붉은혁명광장으로 가는 길.




기차길이 보인다면 혁명 광장과 가까워 졌다는 이야기다. 





다음 포스팅은 루스키섬, 극동대학교 등. 블라디의 남쪽을 여행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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