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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어벤져스2 서울촬영, 비중에 달린 사활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18.



어벤져스2가 서울촬영에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영화진흥위원회는 국내촬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힌 가운데, 대중들의 비난이 생각보다 거세다. 촬영이고 자시고 한국관객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기 위한 홍보수단이 아니냐는 비판, 그 날이 꽤나 날카롭다. 따지고 보면 한국 팬들의 입장에선 틀린말도 아니다. 마블 영화에 대한 인지도나 흥행실적으로 보나 마블에선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니까, 거대 미국시장의 대형회사에서 데이터 없이 덤벼드는 일은 없을테니까.


어쨌거나 이런 왈가왈부의 쓰나미 가운데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장단점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아닐까? 국내 영화의 인지도나 제작의 퀄리티는 이미 일정수준을 뛰어넘었다. 아시아에서도 헐리웃으로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김윤진부터 박찬욱까지. 물론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이런 배툴은 눈여겨볼만한 가치들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벤져스2 서울촬영은 필자의 시각에선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아보인다.




브랜딩의 나비효과는 결국 비중에 달렸다


이미 꽤나 굵직한 영화들과 배우들이 한국을 다녀갔다. 브래드피트, 톰 크루즈, 빈디젤. 그들도 한국문화 시장의 잠재력을 어느정도 인정한 셈이다. 거기에 어벤져스2 서울촬영은 인증샷을 갈겨대는 느낌이다. 자본으로보나 인프라로 보나 헐리웃에 비교되지 않는 작금의 한국영화 시장,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의 긍정적인 부분의 첫번째로 브랜딩을 꼽고싶다. 그 전에도 큰 영화들이 한국촬영을 하고 갔지만, 알려진바와 달리 여기가 한국인지 소말리아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필자에겐 월드 워가 그랬다. 이번 어벤져스2 서울촬영은 제2의 월드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결국 헐리웃에 대한 판타지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가지않기 위해선 적어도 비중있고 의미있는 로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결정적인 장면, 그러니까 한국에서 꼭 찍어야 했던 명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설득력이 있어야 결코 만만치 않은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문화소비량이 많고, 그 어떤 시대보다 잣대가 엄격해진 작금의 대중들 앞에 제대로된 스피치는 명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벤져스2의 서울촬영이 간보기에 그칠 것인가, 사활을 건 진지한 전쟁인가다.




가지 말아야 할 부산 국제 영화제의 데자뷰


분명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 존재하는데, 바로 그들만의 축제가 되버린다는 점이다. 부산 국제 영화제의 최대 맹점이라면, 영화매니아들만의 축제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정작 부산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나 인기도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컸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보겠지만 말이다. 


어벤져스2 서울촬영 역시 제대로된 홍보를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언론 플레이에 지긋지긋해진 대한민국 대중들에게 효과적인 어떤 것이 말이다. 영화촬영 자체에 대한 열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곧 개봉할 영화인데 서울에서 촬영합니다. 자그마치 어벤져스인데 말이죠'란 스토리텔링은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개봉과 촬영이라는 두 단어만 있는 밥상 이상의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한다. 




한국 몬스터영화의 한 획를 그었던 영화 괴물을 떠올려보자. 괴물의 한국 포스터와 미국포스터는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차이가 있다. 괴물의 꼬리에 잡혀있던 딸을 없애고 괴물 자체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리고 한강을 없애고 더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인에게 가족은 상징적인 의미가 엄청나지만 미국은 그런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 수정이다. 영화 촬영을 하던 배우들을 앞세워 내한을 하던 자국의 정서를 알지 못하면 마케팅에 수십억을 퍼부어도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디 워'나 '라스트 갓파더'를 두고 졸작이라고 부르는 혹자들이 많지만, 심형래의 두 영화는 애국심 마케팅의 성공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어벤져스2 서울촬영에서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뒤 엎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비중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로케이션이 어느 나라인지, 영화 속 장면이 어떤 다리인지도 모를 정도로 편집하고 CG로 깔아뭉개기 시작한다면, 국내 팬들의 반응 역시 생선앞에 고양이가 될 수는 없을거다. 제대로된 티켓파워를 맛보려면 언론이 아닌 대중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 사활은 이 번 촬영지인 서울이 영화 속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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