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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tc

온라인 이웃의 선을 넘어 배달된 감동의 선물

by 라이터스하이 2011. 8. 14.


얼마 전. 이웃 블로그에 남긴 댓글에 대한 답글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이웃분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3달 정도밖에 되지는 않지만, 그간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안되게 친하게 지내는 이웃분 중 한명이셨고, 댓글에 대한 보답만 기대하는 반짝 블로거분이 아니셨기에, 이유를 물어보고 드리고자 결심했습니다. "이유는 여쭤봐야겠지요?"라는 댓글에 뭐를 좀 보내려고 한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더군요.

제가 뭘 받을 자격이 되냐며 여쭙고 싶었지만 뭔가 나누시려는 이웃분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주소와 연락처를 드리고 이틀정도 뒤, 작지 않는 아이스박스가 도착을 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이웃분에게, 온라인을 통한 만남에서 뭔가를 받아보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마냐 신기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어보니 어패류 중 최고급으로 여기는 전복들이 이웃분의 마음처럼 싱싱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하는 '이 귀한 것을 보내주시다니'하며 전복들이 상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쪼물딱 대지 않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전복을 넣고 삼계탕을 끓여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손질 방법까지 알려주시고 경로까지 말씀해 주시는 문자의 친절함에 숙연해 지기도 했습니다. 전복을 받고 기분도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부담도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뭔가를 나누고 싶은 이웃분의 따뜻함에 생각하니, 저도 더욱 마음을 열고 가식없는 마음으로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짧은 3달이지만 블로그 이웃이라는 것에서 정을 느끼기엔 너무 맹목적인 관계들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던 초기에는 억지로 되지도 않는 말을 써가며 답글을 유도하는 댓글도 수없이 많이 달았었지만, 전략적으로 변하는 제 댓글들을 스스로 돌이켜보니 오글거리기 짝이 없더군요.

자업자득인지, 아니면 원래 블로그 스피어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제 블로그에도 그런 댓글은 수없이 달렸었죠. 그래서 지금은 몇몇 이웃분들과 조촐하지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 사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소소한 웃음들도 주고받고 있습니다.

득이 되지 않는 이웃은 과감히 잘라버리는 인스턴트식 이웃관계, 추천이나 댓글에 대한 메아리가 없으면 다시는 찾지 않는 보상관계, 때로는 뭔가 조언을 바라며 다가왔다가 대답이 없으면 다시 찾아오지 않는 분들도 만나봤습니다. 그러면서 무서운 곳이구나 하는것을 느끼게 된 기억도 수두룩 합니다.

그런 일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한 이웃이라는 것에 회의감과 배신감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는데,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시던 이웃님의 작지 않는 선물에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뭔가 보답해 드려야 된다는 생각은 아직도 버리고 있지 않지만, 더 자주가서 귀찮게 해드리고 마음으로 보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내주신 살아있는 전복과 따뜻한 이웃님의 마음,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보내주신 선물을 사진으로 올려도 되겠냐고 여쭙자 익명으로 해달라시던 이웃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좁아져만 있었던 블로그 이웃에 대한 문을 열어주셔서 더욱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 잘 받아 저도 나누고 베풀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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