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오디오, SHURE-SE535를 만나다
"이어폰은 다 거기서 거기지뭐, 별 차이 있나?" 며칠 전까지 이어폰에 대한 나의 주관적이고 지배적인 시선이었다. 그런 생각에 종지부를 찍는 녀석이 등장했다. '초장부터 뭘 그렇게 너스레를 떠느냐'며 설레발이라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정말이다. '지금껏 29년을 막귀로 살았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놈은 사진에 있는 SHURE-SE535.
사실 '소리가 죽여주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방법도 없다. 맛집 블로거가 맛을 보여줄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살짝 비틀어서 '왜 SHURE-SE535가 소리가 좋아야 되는지'를 반문하면 답은 조금 쉽게 나올지도 모른다. 저 25cm 정도 케이스에 든 하이엔드이어폰과 패키지의 합의 금액은 \512,000이기 때문이다. 이 가격은 포털 사이트 '네이X'에서 이어폰을 키워드에 넣으면 1-2번째에 나오는 '스마트오디오'란 곳에서 쿠폰까지 적용된 소비자 가격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이 제품의 가격을 보고 스마트오디오란 회사의 웹페이지 관리자가 졸았던지, 전산상의 오류던지 둘 중 하나라 생각했다. 헤드폰은 그려려니 했지만, 하이엔드이어폰이라 하더라도 이어폰이란 이름으로 50만원이 넘는 제품은 처음 구경하는 것이었고, 기절초풍하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제품은 스마트오디오에서 진행된 체험단으로 인해 필자의 집에 도착했고, 필자는 당첨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제품의 가격을 모르고 있었다;;
SHURE-SE535의 체험단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이 오고나서야 검색을 해본들, 물건은 이미 배송되고 난 후였다. 내 데스크탑과 가격을 맞먹는 이놈에게 '흠집이 생기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하고나서 박스를 뜯기 시작했다. 사실 궁금하기는 여러분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놈이길래, 어떤 음질을 들려주는 놈이길래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에 '하이엔드이어폰'이라는 타이틀이 달렸는지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SHURE-SE535 패키지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나열해 찍은사진. 상단의 슬리브, 귀지 제거기, 볼륨 컨트롤, 항공어댑터, 6.3mm 어댑터들이 들어있는 파우치까지. 사실 파우치를 본순간 좀 올드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실망이었다. 이 정도의 가격대에 하이엔드이어폰에 걸맞는 파우치는 아니었다. 이어폰의 음질과 품질을 끝장내 준다는 가정하에도 아쉬운 파우치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아래는 SE535의 각종 정보와 주의사항, 메뉴얼등이 들어있다. 필요없는 것이 하나도 없겠지만, 절반 이상이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나에겐 자막없는 미국드라마와 별반 차이는 없었다. 패키지만 놓고 보자면 조금 조잡스럽기도 하다. 깔끔하고 조금은 럭셔리한 것을 기대했던 것일까? 이어폰의 심플하고 귀여운 디자인을 생각하면 2% 이상은 부족했던 패키지.
이어폰의 바디, SHURE-SE535는 브론즈 색상, 그리고 투명이 있다. 스마트오디오에서 어떤 컬러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사이트에 접속해 투명과 브론즈를 번갈아가며 두세번 정보 보다가 "브론즈요."를 자신있게 외쳤다. 3-4년 전만해도 투명과 누드에 목매달던 필자였는데, 그만큼 브론즈가 투명보다는 있어보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독사처럼 서있는 SE535의 바디를 조금 더 살펴보고 싶다.
흰색으로 된 SHURE의 로고가 바깥쪽에 박혀있다. 폰트가 조금 더 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어폰 내부로 튀어나오는 로고가 아니어서 쉽게 손상될 위험은 적어보인다. 상단 우측의 사진에 보이는 귀마개 같은것이 슬리브인데, 슬리브는 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귀에 완전히 밀착될 수 있는 재질이라 잡음을 싸그리 없애준다. 그리고 바디에 연결된 케이블은 원하는데로 조절이 가능해 장착을 쉽게 도와준다.
그리고 SHURE-SE535 장착의 핵심인 신치(cinch). 신치를 하지않고 이어폰의 케이블을 귀 뒤로 휘여서 귀에 장착할 경우 케이블의 탄력 때문에 이어폰이 빠질 수 있다. 신치는 이어폰의 케이블을 사이좋게 모아줌으로서, 장착된 이어폰의 이탈을 방지해주는 고정역할을 하고있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지만 운동을 할 때나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절대적 안정감을 주는 신치다.
이어폰의 잭은 일반 이어폰과 크게 다른것은 없다. 'ㄱ'자로 되어있어서 쉽게 빠지지 않도록 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중으로 덧대어놓은 부분의 탄력도 괜찮은 편이라서 자신도 모르게 걸려서 넘어진다거나 돌발상황에도 유연셩있게 빠질 수 있을 정도의 유연함은 갖고있었다. 뒷 부분의 'SHURE'의 디테일과 'SE535', '메이드인차이나' 텍스트도 확인할 수 있었다.
6.3mm 어댑터. 항공어댑터와 더불어 쓸일이 많지는 안을 것 같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전자수첩을 이용하는 일이 잦으니 요즘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어댑터이기도 하다. 패키지로서 들어있는 것은 다 들어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아보인다.
요놈은 처음보는 항공어댑터이다. 사실 비행기를 타봤어야 꽂아볼 일이 생길터인데 말이다. 이런놈도 들어있다는 것은 알고 넘어가도록하자.
볼륨컨트롤러. 심플하다. 정말 심플하다. 앞서 언급한 파우치에 이어 볼륨 컨트롤을 보고나니 SHURE라는 회사는 이어폰만 잘 만들고 패키지는 별 신경 안쓰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점차 뇌를 덮어만갔다. 밧데리를 잡아먹지 않는 볼륨컨트롤러 라는것은 좋지만, 그래도 건전지도 아닌데 +,-만 있는게 너무 심심해 보인다.
슬리브와 귀지제거기. 슬리브는 색깔별로 종류별로 참 많이 들었다. 감 잡으셨듯이 슬리블르 제거한 뒤 교체할 수 있는 스페어들이다. 작은 귀, 큰 귀, 중간 귀 모두를 위한 다양한 사이즈의 슬리브.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슬리브도 필자의 귀에 딱 맞아서 교체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그 문제의 파우치가 등장했다. 옆으로보면 UFO같고 지퍼만보면 백팩같기도 하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파우치의 가장 큰 단점은 SE535를 넣을수는 있지만 힘들게 빡빡한 공간이라는 것도 아쉬움을 더하는 부분이다. 아예 안들어있으면 고민을 덜하게 되는 놈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음 제품들부터는 파우치도 급에 걸맞게 만들어주기를.
[디자인]★★★☆☆ 전체적으로 깔끔하지만 좀 더 세련되었으면.
마침 옆에서 곰친구가 쳐다보고 있길래 살짝 얹어보았다. 대체적으로 브론즈와 블랙의 SHURE-SE535는 여러모로 좋은 조합과 기기들과의 조화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아래에 있는 전자수첩이나 데스크탑 스마트 폰에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사운드] ★★★★★ - 보컬,악기,코러스 모든 소리를 다잡아냄.
두개의 우퍼, 하나의 트위터가 장착되어 컨트롤하는 Triple High-deginition Microdriver란 것이 SHURE-SE535의 하모니라고 한다. mp3로 들어본 SE535의 소리는 상상 이상이었다. 보컬과 악기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모두 느껴볼 수 있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되는 악기에 빠져 보컬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예를들어 10cm의 아메리카노를 듣다가 그만 젬베의 소리에 빠져버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젬베소리만 듣고 비트를 타게 된 경우다. 웃기는 소리 하지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10cm의 권정열의 젬베를 때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될 정도의 소리는 내준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것은 여기까지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의 형에게 한 번 들어보라고 이어폰을 건네주었고, 노래를 장전한 뒤 형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2-3곡을 내리 듣더니, "좋네, 탐난다."라는 짧은 말을 건넸다.
외부기기들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데스크탑에서의 SE535는 정말 최고의 음질을 들려주었는데, 바로 무손실 음원으로 들었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대표적이었다. 젬배면 젬베, 보컬이면 보컬, 모두 깔끔하고 에누리없는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특히나 어쿠스틱 소리를 들을 때 피크소리까지 경청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하이엔드이어폰의 능력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는.
[착용감] ★★★★☆ - 오랜시간 장착 후에도 휴유증이 없었음.
사실 아무리 칭찬을 해댄다고 해도 50만원을 오르내리는 SHURE-SE535의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당연해야 한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글을 읽는다 생각해도 다른 생각을 한다는 장담은 하기 힘들다. 닥터드레의 헤드폰이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않아 디자인에 반해 갖고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슈어는 그 소리에 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필자는 막귀라 SHURE-SE535를 지를 이유는 아직까지 없지만말이다. 소리 하나는 정말 엄지손가락을 주고싶고, 당연히 지금껏 겪어본 이어폰중에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소리를 내주었던 하이엔드이어폰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추출이 잘된 한잔의 에스프레소와 같았다.
쓴맛, 신맛, 단맛을 적절히 갖고있는 그것과 비유해도 손색은 없을 것 같다. 좋은 원두일수록 신맛과 단맛이 강하듯이, 쓴맛없는 새콤달콤한 소리를 들려준다. SE535는소리의 끝은 보여주는 하이엔드이어폰이지만, 통장 잔고의 끝도 함께 볼 수 있다는거, 그래도 그 '소리의 끝'이 인생의 낛인 사람들은 안 말린다는거. 이만 마친다는 거.
물론 필자는 막귀라 SHURE-SE535를 지를 이유는 아직까지 없지만말이다. 소리 하나는 정말 엄지손가락을 주고싶고, 당연히 지금껏 겪어본 이어폰중에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소리를 내주었던 하이엔드이어폰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추출이 잘된 한잔의 에스프레소와 같았다.
쓴맛, 신맛, 단맛을 적절히 갖고있는 그것과 비유해도 손색은 없을 것 같다. 좋은 원두일수록 신맛과 단맛이 강하듯이, 쓴맛없는 새콤달콤한 소리를 들려준다. SE535는소리의 끝은 보여주는 하이엔드이어폰이지만, 통장 잔고의 끝도 함께 볼 수 있다는거, 그래도 그 '소리의 끝'이 인생의 낛인 사람들은 안 말린다는거. 이만 마친다는 거.
반응형
'Blog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르뜨블랑슈, 가을의 끝을 잡고만 싶었던 반전의 F/W 컬렉션 (5) | 2011.11.06 |
---|---|
감성을 자극하는 유나의 Sensitive, 일렉트로닉의 New active - 개봉기 (7) | 2011.11.02 |
까르뜨블랑슈의 선물, 체크패턴 가을셔츠 (8) | 2011.10.23 |
까르뜨블랑슈, 대세 김범수를 모델로 발탁한 이유는? (3) | 2011.10.22 |
물 다이어트, 알칼리성물 알칼리수를 마셔야 하는 이유 (10) | 2011.10.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