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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Life

작가에서 뮤지션, 3년 삽질하며 느낀 것

by 라이터스하이 2022. 6. 24.

유명한 글쟁이가 되지 못한 채로 음악을 하게 된다. 더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나라는 글쟁이는 배터리가 닳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수명을 갉아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워낙 쉬는 방법과 쉬는 타이밍을 잘 못 잡는 타입이다. 그러다 조금 더 재미있는 것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오게 됐다.

따지고 보면 이쪽도 글을 쓰는 건 매한가지라 100% 전향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독학이 멋있다는 허세가 늘 있어왔기에, 유튜브나 온라인 클래스를 중심으로 공부해왔다. 그리고 곧 3년 차를 맞이하게 된다. 전반적인 음악계의 풍토나 성장의 과정들을 느끼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 싶다.



음악은 인문학이다

듣고 즐기는 게 음악이라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쉽지 않다. 
Pink $weat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는 건 쉽지만 멈추게 하는 건 어렵다. 비트(리듬)만 어느 정도 찍는 수준이 되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쉽게 들썩거린다. 하지만 가사와 감성을 제대로 담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진심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진심을 담으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물론 요즘 리스너들은 전보다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퍼비의 가사처럼 가사는 누가 보냐는 말이 와닿는 시대다. 또 어떤 아티스트는 가사는 악기 정도로 생각하고 발음에 신경 쓰는 사람도 많다. 
그 반대로 나처럼 가사가 오롯이 진심일 때 더 자신감 있게 뱉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가사를 자신감 있게 뱉으려면 진심을 담아야 하고, 진심을 담으려면 내 진심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척하는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말이다. 

따지고 보니 작가를 하던 때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뼛속까지 내려가 진심으로 쓰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의 기준이었다. 그래야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음악 또한 그런 느낌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써 내려갈 수 있다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장비 빨은 필수다

글과 음악의 가장 차이점은 장비다. 글은 맛있는 커피나, 손이 아프지 않은 펜, 피로감이 덜한 키보드 정도만 있으면 쓸 수 있다. 음악은 좋은 장비로 녹음해야 더 좋은 소리가 나온다. 사람의 목소리는 아날로그고 마이크를 통해 소리가 들어가는 순간 디지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왜곡이 적게 생길수록 더 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리게 되는데, 그런 장비일수록 비싸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깡패라면 장비는 따라오게 하면 된다. 장비가 안 좋아도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나 대중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력과 장비, 두 가지가 결합했을 때 듣는 사람은 미학적인 가치를 더 느끼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유명세에 비해서 실력이 떨어져 보이는 사람을 보면 장비빨이라고들 한다. 예를 들어보자. 선수빨이라는 소리를 듣는 축구 감독이 있다. 그런데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니까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선수가 기본적으로 좋아야 하니까. 

물론 감독이 아주 탁월하거나 자신만의 전략을 갖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그런 감독도 선수들의 기본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된다. 재능이 1도 없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우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음악도 좋은 테크닉과 장비를 갖고 있다면 높은 수준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배고픈 뮤지션이기 때문에 장비와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당장 최고급의 장비는 못 갖추더라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트렌드에 이용당하지 말자


음악과 트렌드는 땔 수 없는 관계다. 가장 많이 소모하는 대상이 10-20 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트렌드만 따라가다가는 나중에 핸들이 고장 나 방향을 못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적당히 이용만 해야지 이용당하면 안 된다는 소리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J. Cole의 가사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돈도 벌고 여자들 사이에서 수영하며 재미도 볼 수 있지만 
나와 너 같이 생긴 사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 뭐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넌 네가 날린 돈으로 집도한 채 살 수 있었어 
물론 너는 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 
너의 음악을 듣는 아이들도 곧 나이를 먹고 
너에게 인기를 가져다준 음악을 듣기엔 너무 철이 들어버릴 거야 
이제 너의 공연장엔 사람들이 뜸해지겠지 
안타깝지만 그러면 돈도 점점 없어질 테고 
너는 다시 한번 떠 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
- J. Cole 1985 중 -

'너의 음악을 듣는 아이들도 곧 나이를 먹고 너에게 인기를 가져다준 음악을 듣기엔 너무 철이 들어버릴 거야' 이 구절이 굉장히 와닿았다. 앞만 보고 반짝이는 것만 본다면 유행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음악 자체를 즐기려면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진심이 뭔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자신을 좋아하는 팬이 생긴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팬이 아닐까?


협업은 왜 중요한가?

2년 전 어린아이들과 같이 협업을 한 적이 있다. 살면서 가장 고난도의 작업 중에 하나였다. 열정이 그 작업을 하게 만들었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작곡, 편곡, 가사, 믹싱, 디자인을 모두 겸했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지면 마음이 급하게 되고, 협업하는 사람들과 마음의 속도가 달라지게 된다. 이런 협업을 통해서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리듬을 알게 되고, 어떤 사람이 잘 맞는지도 알게 된다. 토일과 릴러말즈같이 잘 맞는 상대를 고르기는 어렵다. 당장 그런 상대를 찾지는 못할지라도 자신의 성향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나 역시  지금도 혼자 작업하고 있다. 

만약 빠르게 성공하고 싶고 대중적 인기를 얻고 싶지만, 더욱더 협업을 추천한다. 분업으로 효율도 높아지고 생산적 피드백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음악을 평생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다. 가사, 음악, 촬영, 편집, 프로듀싱. 이런 일들을 좋아한다. 실력이 쌓인다면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감각과 컴퓨터의 힘을 빌려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앞으로는 악기도 배우고 화성학도 기본기를 쌓으려는 계획이다. 

힘들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 작가들이 더 신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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