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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풍산개, 김기덕의 변태적 감성에 매료되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4. 26.

풍산개의 주연은 윤계상이다. 게슴츠레한 표정에 사람을 쳐다볼 때는 매서운 눈빛 연기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러나 김기덕은 윤계상에게 강한 눈빛을 주고 대사를 빼앗아가 버렸다. 
윤계상의 대사는 자막이 올라갈 때 까지 "으아~~" 라는 비명 한 번 뿐이었다.

물건과 사람, 가릴 것 없이 무서울 것 없이 휴전선을 넘는 윤계상의 감정은 눈빛과 더불어 
풍산개가 그려진 담배, 카메라. 크게 두 가지로 표현된다. 
풍산개가 그려진 담배는 윤계상의 고독과 스트레스, 카메라는 윤계상의 감성적인 부분을 대변하는듯 보였다. 
뿐만 아니라 풍산개가 그려진 담배는 북한의 향수를, 카메라는 자본주의 한국의 현실을 대변하는 사물로 비춰졌고, 
풍산개 내에서 윤계상의 중립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에도 두 사물은 큰 역할을 한다.

 

이 영화를 강력히 비난하는 의견들의 공통적인 화두는 풍산개의 판타지성이다. 
장대 높이뛰기로 휴전선을 넘는 모습, 인옥을 식겁시키기 위해 공권력을 한 순간 바보로 만드는 장면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들이다. 
현실적이고 발상 가능한 소재들 사이에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이 혼동을 가져올 수도, 
꼭 필요한 장면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를 마치고 난 후에야 김기덕스러운 표현이었다라는 생각으로 일축되었다.

그런 몇몇 장면들 때문에 김기덕의 변태적 감성을 놓쳐 버린다는 것은 아쉬울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필자가 말하는 변태스러움은 김기덕이 보여주었던 나쁜 남자에서의 몰래보기적 변태스러움이 아닌, 
풍자적이고 익살스러운 것의 종합적 의미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남북의 현실적인 문제와 사상에 대한 표현을 하는 듯 보였지만 더 들여다보니 사람의 본성과 인간적인 표현에 가까웠다. 
그것을 이끌어 내는 것에 대한 역할을 한 것이 윤계상이었는데, 
자신을 넘긴 망명한 선생을 죽이지 않고 인옥과 상봉하게 한 장면은 
첫장면에 나왔던 윤계상의 메신져 역할과도 일관성이 있었다.

복수심에 그를 죽일수도 있었지만, 윤계상은 눈물을 흘리며 선생의 사랑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복수를 감추던 윤계상의 중립적인 모습은 후반 하이라이트의 기승전결에도 이어진다. 
자신을 이용한 남측 정보부 요원들과 인옥을 죽게 만든 북측 요원들을 가둬놓고 
단지 지켜만 보는 윤계상의 시선은 주인공을 넘어 김기덕이 바라보고 표현하려는 감독의 생각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불을 껐다가 다시 키는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장면에서는 
"니네는 눈만뜨면 싸우냐?"라고 윤계상을 통해 말하고있는 김기덕의 비아냥거림을 보는 듯 했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역사의 반복을 수렴하며 이유도 없이 싸우고 있는 모습, 
보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어린 애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표현이 느껴졌다.

윤계상이 살린 남측 정보원이 총으로 전등을 쏘면서 불은 꺼지며 
"이제 그만"이라는 메세지가 들려오는 듯 했는데, 총격전으로 공멸하는 마무리가 아닌 점에서 
남북은 Continue란 현실에 가까운 결말이었다.
 민감한 정치적 현실에 대한 영화는 그 표현 방법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린다. 
JSA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그려냈다면 풍산개는 현실과 본질을 볼 수가 있었다.

영화 중반까지는 윤계상을 주인공으로 생각했지만, 인옥이가 죽고 난 뒤에도 윤계상은 
직접적인 복수를 하지 않고 남과 북을 한군데 가둬놓는다. 
윤계상의 감정을 극도로 자제시키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에서 
윤계상의 시선을 타고 김기덕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호랑이와 싸워도 비등하다는 풍산개, 분명 이 영화는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해석도 논리적으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남과 북이라는 소재지만 환경에 따라서 인간은 달라질 뿐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으로 바라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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