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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개들의 전쟁,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찌질이들의 혈투

by 라이터스하이 2013. 1. 4.

개들의 전쟁,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찌질이들의 혈투

 

 

임권택 감독에게는 죄송(?)하지만 자극적인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고르는 못된 습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개들의 전쟁은 저절로 다운로드에 손이가는 영화였다. 정우 주연의 바람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남자라면 다들 이런류의 영화에 클릭부터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중요한 건 영화를 보지 않아도 공감대가 1+1 되어있을 것 같은 영화 포스터의 간결하고 강렬한 포스가 우클릭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못 먹어도 고의 싸비였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씹고 뜯고 싸우고 피흘리고. 실컷 즐기다 마무리되는 시원한 엔딩을 기대했다. 그런 거친 닭가슴살 같은 속살일줄 알았지만, 보기좋게 뒷통수를 맞았다. 오히려 쫄깃한 닭다리살을 뜯고 난 후의 담백함을 선사해 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개들의 전쟁은 반전이 되고도 남았다. 가성비라고 해야할까? 쉽게 잊을 수 없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그 속은 이렇다.

 

 

 

개들의 전쟁 속 상근이와 그 무리들은 누가봐도 양아치다. 한 사람만 이사와도 숙떡거리기 쉽상인 좁아터진 동네.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그렇고 그런 양아치.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껄떡거리고 기웃거리는 게 이들의 일과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갈등을 안겨주는 세일이라는 존재가 있다. 상근이의 무리는 똘마니들 모두 합쳐 7이고, 세일이는 달랑 2명뿐이다. 상근이 무리는 이제 세일이만 넘으면 동네에서 1인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상근이의 데자뷰로 대표되는 트라우마다.

 

그 콩만한 동네에서도 이렇게 세력과 규율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조병옥 감독이 담고있는 이 영화속의 무게감이다. 그는 이 영화를 시종일관 찌질하게 그려냈다. 무거운 느와르에 다가가기에는 어림도 없고, 시트콤이라기엔 또 뭔가를 남기는.. 이 오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마냥 웃지도, 그렇다고 대놓고 눈물에 호소하지도 않는. 다른 나라의 처음보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그런 느낌이라면 개들의 전쟁도 설명이 될 것 같다. 장르로써의 큰 변화를 주는 게 아닌, 무게감의 적절한 조절만으로도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개들의 전쟁이었다.

 

 

 

열받을 일도 아닌데 목숨거는 이들 무리의 찌질한 근성은 정말 보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시작점이다. 그럼에도 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개들의 전쟁의 리얼리티다. 남자라면 별것 아닌 일에 목숨걸고 싸우려드는 그런 공감이 숨쉬는 각본이 있다는 거다. 지나치게 가볍다고 해도 딱히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이 영화에 사랑스러운 구석은 바로 그 리얼리티에서 나오는 스토리텔링이다. 뭘 말하고 싶은지가 분명하다는 거다.

 

복고적이고 소박하게 그려낸 이 영화속 주인공들을 급으로 나누자면 밑바닥이다. 개들의 전쟁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의 전형적인 표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조금 더 스케일이 컸다면, 오히려 오락성에 묻혀 조병옥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더 가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시장바닥, 옥상, 동네 강가 등 오히려 정겹게 만드는 소박한 스케일은 이 영화의 묘미의 절정이다. 결론적으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찌질이들의 혈투인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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