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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추적자, 서민전용 캐릭터 눈물도둑 손현주, 월요일밤을 울린 노래

by 라이터스하이 2012. 5. 29.

추격자 아닌 추적자 & 휴머니즘 종결자 손현주

새로 시작한 월요드라마 추적자. 얼핏 보기에 이 드라마는 제목에서는 추격자의 냄새가, 또 드라마의 시작 부분에서는 모범시민의 데자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손현주가 살인자의 머리에 총을 들이미는 장면이 분명 흔하지 않은 이유일까요? 분명 저에게는 어디서 본듯한 장면처럼 느껴져서 그리 달가운 서두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쉐로 인해 매리트가 떨어져 가는 상황에도 모든 러닝타임과 예고편까지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손현주라는 배우의 빛나는 존재감 때문이었습니다.

 

손현주는 추격자가 아닌 추적자란 드라마에서 사람냄새 풀풀 나는 인간적인 아버지의 종결자로 등장했습니다. 어느새 박봉의 상징이 되버린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수정이의 아버지죠. 부조리를 겪으면 잔소리가 더럽게 많지만, 또 할 일은 하는 평범한 공무원. 그동안 셀 수 없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캐릭터였지만 손현주만의 사람냄새를 풍기며 부담 없는 추적자의 주인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월요일밤을 울려버린 노래

주중 8시 30분 정도 시간대에서만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손현주의 편안하고 담백한 연기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로소 추적자 1회의 중간쯤에서는 좀처럼 울지 않는 저에게도 휴지를 찾게 만들어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바로 딸인 수정이가 뺑소니를 당해 위독한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 밖에 서 있던 손현주가 클레맨타인을 흐느끼며 부르던 장면이었습니다.

 

딸인 수정이와의 추억이 담긴 신의 오버랩도 큰 몫을 했지만, 정말 서럽게 우는 손현주의 연기에 가슴을 움켜잡을 수 밖에 없더군요.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의 2% 부족했던 긴장감, 그리고 아무리 딸이라지만 문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 어색할 수 있는 신에서도 손현주는 눈물 연기 하나로 모든 어색함을 희석시켜 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손현주란 배우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서민형의 편안한 캐릭터, 그 노하우의 집대성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여기서 끝이라면 아쉽겠죠. 요즘 배우들을 보면 색깔 있는 배우는 많지만 중후한 맛을 동시에 가진 배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손현주란 배우는 사람냄새 나는 말랑말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자칫 금방 질려버릴 수 있는 형의 캐릭터란 양면성도 분명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김수로의 연기에 내공은 느껴지지만 깊은 울림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를 오래하다보면 단조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고, 거기서 필요한 것이 배우의 매력과 무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냉탕 온탕 다 보여준 손현주의 도가니탕

딸인 수정이가 죽고 난 추적자의 마지막 부분, 친구에게 상주를 봐달라며 '발인 전까지 살인자를 무조건 잡아야 된다'고 말하며 떠나는 손현주의 눈빛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살기로 똘똘뭉친 눈을 보여줬다면 오히려 덜 무서웠을테지만 손현주의 눈은 오히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눈, 필요한 것이 없는 아버지의 눈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혼이 빠져나간 수정이의 시체처럼 마음속에 더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있지 않은 공허한 눈빛이었습니다.

 

지금 갖다 버려도 욕먹을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입가에 수염이 덥수룩한 딸바보 백홍석. 명품 코스프레와 만화책 멘트를 오늘도 날려대는 아이돌 배우들도 부럽지 않은 손현주의 내공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노래는 처음 30초가 판매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겠죠. 초반 1회에 시청자의 눈을 잡지 못한다면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확실이 추적자는 초반 어디선가 본 듯한 몇몇 장면으로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서민전용 눈물도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손현주란 배우의 사랑스러움이 퀄리티스타터의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손현주라는 배우가 이 추적자의 뒷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월요일밤을 울려버린 손현주의 아름다운 노래, 당분간 귓가를 맴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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