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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미끄러질 운명의 영화 바람(wish), 봉인해제의 꽃이 된 3가지 키워드

by 라이터스하이 2013. 8. 22.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영화의 최초 등급이 18세 이상 관람가였다는 사실을. 그 이유가 더 재밌다. 교복을 입고 흡연을 하는 장면, 이유없이 학우를 두 차례나 때린다는 게 이유다. 지지리 복도 없다. 이런 다소 어이없는 태클로 18세 이상을 받은 바람(wish)은 어렵게 어렵게 겨우 15세 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왠걸? 엎친데 덥친격 불운을 타고난 바람(wish)이 사람들앞에 나타났을 땐 이미 아바타가 전국의 극장을 점령해 버리고 난 뒤였다. 이런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도 바람이 부활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 건 타고난 미모의 여배우 황정음도 아니고, 미친듯한 스펙의 연출진도 아니었다. 그냥 영화 속 사투리와 극중 캐릭터들의 말투였다.



깨알 사투리

서면시장에서 "가자"를 외치며 떼워킹을 하던 명장면이 제일 임팩트가 있기도 했지만, 바람(wish)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까먹지 못할 "그래선 안되"가 시작점이었다. 일베와 디씨인사이드, 자경단 속성을 띄는 커뮤니티에서 짤방들이 돌아다니며 우리의 횽아들에게 차츰차츰 조명받기 시작한다. SNS의 날개짓을 제대로 업고 뒤늦게 터진 포텐의 결과로 2010년 정우는 대종상 남자신인 배우상까지 갖고가는 기염을 토한다. 부산사람들이라면 이게 뭐가 재미있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디테일을 살린 이런 사투리가 자극적인 장면들보다 더 대뇌의 전두엽을 때렸나보다. 부산 사투리의 억양과 깨알재미를 그대로 살린 이 5글자는 분명 영화 바람(wish)을 살린 디테일 중 하나다.



리얼스토리

"그래선 안돼!"가 봉인해제의 도화선이라면 바람(wish)을 언덕위에 올려놓은 건 리얼한 스토리다. 영화라는 옷을 입긴했지만 실제 정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람이다. 제작 영상을 보면 정우의 우는 모습이 살짝 비치기도 했는데,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준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한다. 배우라는 게 남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정우는 자기의 학창시절을 연기하면서, 연기아닌 연기로 바람(wish)의 퀄리티에 마침표를 찍는 것만 같았다.


우리에게도 추억히지만 정우에게도 추억일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바람(wish)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영화에서 발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제일 큰 이유중 하나가 소울이고 진정성이라면 바람(wish)의 정우는 제대로 소울을 담아 연기할 수 있었을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이야기니만큼 과정과 포장의 조율을 잘했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디테일과 적절한 포장

흥행을 위해서는 로맨스나 SF, 블록버스터 같은 장치들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바람(wish)은 정반대의 오리지날리티함을 택했다. 화면 전환이나 카메라 역시 단촐하고 깔끔한 마무리선을 지녔다. 영화 중간 서면시장에 SHOW라는 간판이 살짝 보이기도 하지만 학교, 시장, 커피숍 등 저예산 나름대로의 미쟝센을 그려내기 위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싸우는 장면에서는 심할 정도로 리얼해 기대를 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움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씬이다.


진정성이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실제로 재현해낸 정우, 그런 디테일과 리얼 스토리가 만든 깨알재미가 바람(wish)을 부활시켰다. 요즘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게 정우지만, 개인적인 바람(wish)이 있다면 제대로된 느와르 연기를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진정성이 담길 수 밖에 없는 레알스토리 안에서 진정성을 담아낸 영화기에 언제가는 수면위로 드러날 영화였다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영화 자체보다 작은 장면 하나 때문에 봉인해제 되었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모른다. 이 영화가 학교폭력물이 아닌 가족이 중심인 휴먼스토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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