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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화이, 악의 본능을 이긴 선의 유전자

by 라이터스하이 2013. 12. 18.




5명의 아빠를 두고 있는 화이의 살벌한 이야기. 어쩌면 크래딧이 올라갈 때 까지 가장 심한 갈등과 상처를 받은 화이다. 5명의 범죄자 아빠들 사이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발악이다. 이 화이란 영화의 화두는 결국 진부한 단어이지만 화이의 자아실현과 주어진대로 사는 인생 사이의 갈등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주어진대로 살게 된다는 책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 공감의 이야기를 최악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으로 표현한 화이다. 배경 자체가 워낙 버라이어티함 속이라 초현실적인 공감대는 비록 얻기 힘들었을지라도, 나름의 짜심새 있는 탄탄한 스토리로 대리만족을 느낄만큼은 충분했다. 






악의 본능을 가르친 가짜 아빠들


5명의 아빠들 모두를 아빠로 받아들이고 사는 화이. 어느 날 진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시궁창이다. 용돈으로 500만원 짜리 다발을 건네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화이. 화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아버지 석태는 그에게 친아버지를 죽이게 만든다. 친아빠를 죽이며까지 자신이 갖고싶은 화이를 손에 넣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화이는 악을 거부하게 되지만,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당연하게 이어받게 만든다. 그럼에도 화이는 자신을 키워준 범죄자들에게 아버지라 부르는 선을 표현한다.






화이의 내면까지 삼키지 못한 괴물


화이는 고등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교복을 입고 학생이고 싶어 한다. 범죄자뿐인 집에서 결코 꺽이지 않으려는 화이의 자아로 표현된 교복. 그리고 한 번 봤을 뿐이지만 화이는 피에 끌려 엄마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감싸기 시작한다. 인생 최대의 갈등과 두려움 속에서도 두려움이나 망설임없이 내면에 감춰진 선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누가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를 괴물들도 모두 다 견디며 자기의 피에 끌리게 된다. 세상 그 어떤 본능보다 큰 본능은 핏줄에 대한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성형 불가능한 화이의 내면세계


5명의 아빠들 중 화이는 말더듬이 아빠에게 유일한 슬픔을 드러낸다. 용돈주는 아빠, 죽음을 가르키려는 아빠들을 죽일 때 차갑던 화이의 눈이 뜨거워 지는 순간이다. 화이의 선한 내면세계는 절대 성형이 불가능하다는 반증이었다. 영화 결말을 두고 누가 화이의 아빠인가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본능을 이기는 이성과 내면의 자아, 괴물로 대표되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에 대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5명의 아빠 모두는 화이를 옆에두고 간직하려 했다. 하지만 친부모는 위험을 무릅써가며 그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흑과 백의 싸움인 바둑처럼 괴물과 화이의 싸움이 이 영화의 최대 키워드였다. 화이는 결국 선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주인공 역할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석태와 화이의 본능, 그 극명한 차이점이라면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욕심이다. 화이는 주어진 삶을 걸어갔지만 결코 선을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는게 화이에서는 더 맞는 표현일거다. 악의 본능을 이긴 선의 유전자의 화려한 복수였다. 이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가족의 본능, 그 태생적인 이끌림에 대한 참고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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