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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깡철이' 조급했던 시나리오, 침착했던 유아인이 이겼다

by 라이터스하이 2013. 11. 30.



유아인의 연기는 생각 이상이었고, 시나리오는 비교적 가벼웠고, 조연들의 연기는 시종일관 들었다 놨다. 포스터의 분위기와는 조금 상반되지만, 영화는 달달함과 무거움을 동시에 만지는 휴머니즘 위주의 그림을 그렸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한가지만 고집기보단 여러가지를 엮어서 휴머니즘으로 통합한 단편의 드라마를 만드려는 심산이었다. 반은 성공했지만 반은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여러가지를 담으려다 보니 뒷심이 부족했고, 선역과 악역의 밸런스도 깨져 깡철이의 절심함은 충분히 묻어있었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는 그런 영화였다. 




조급했던 깡철이 시나리오의 약점

전체적인 흐름은 좋았지만 조급함을 볼 수 있었던 시나리오라서 많이 아쉽다. 첫 번째로는 갈등의 대상인 건달들의 무게감이다. 동네 양아치라고 보기엔 야쿠자와 거래를 하는 큰 조직이고, 그렇다고 살벌한 계보가 있는 조직이기엔 어설펐다. 와인과 초밥을 준 기억밖에 없는 김정태와 그의 동생은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긴장감을 불러오는데는 실패했다. 물론 깡철이가 말한대로 세상이 깡패다라는 말을 공감시키는데는 좋은 결과로 비춰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말부분은 굉장히 아쉬웠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사생결단을 하고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깡철이. 그러나 깡철이는 살고 엄마는 죽는다. 드라마틱하게도 다친 곳이 간인데 엄마의 장기 중 간만이 튼튼하다는 설정으로 깡철이는 미소를 지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물론 유해를 뿌리기도 했지만 엄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깡철이의 감정선을 조금 더 진하게 녹여놨다면 하는 바램이 컸다. 장면을 편집하되 관객의 감정선마저 편집하는 실수는 저질러선 안된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해피엔딩은 이거 뭐지?를 불렀다.




침착했던 유아인의 연기

그 와중에도 유아인의 연기는 생각 이상이었다. 20대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꽤나 성장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표준말을 사용하는 배우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영화는  잘해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어설프게 사투리를 쓰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 엄청난 몰입도가 떨어지게 된다. 황정민이나 유오성같은 배우들 만큼의 사투리 구사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유아인은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완성도 있는 사투리 구사력을 보여주며 정말 연습을 많이 했구나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


또한 세상이 깡패라고 말하는 캐릭터의 무게감을 나이에 비해서 잘 표현했다. 오글거려 마땅한 장면들에서도 나름 담백한 연기를 보여줬다. 물론 감동 코드를 삽입한 부분이 많아 버스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보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2013년 지금의 영화계에 김수현이나 탑, 그리고 유아인 또한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배우 중 하나라고 각인시켜 줬다. 어떤 그림을 그려줘도 제대로만 성장하면 좋은 도화지가 될 것 같은 페이스. 그리고 보이스도 괜찮은 유아인에게는 다음 작품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국내 배우들은 허리가 튼튼하다고 이야기들 많이 한다. 중견 배우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거다. 반면 20대 배우들은 너무 빨리 뜨고 져버리는는 암울한 케이스가 너무 많다. 잘생긴 20대 배우에게는 달달함이 반이상인 상업적 영화들만 주로 들어오는 게 이유일까? 단언컨데 공주병 캐스팅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작품을 해보는 것이 20대 배우들이 오래 좋은 배우로 남을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다. 깡철이는 비교적 가볍고 장면 연출을 위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이 선전해 어느 정도의 퀄리티 반열에 올려놨다고 해도 된다. 깡철이처럼 좋은 조연들의 서포터가 없는 영화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유아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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