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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평점 2점을 도둑맞은 단 하나의 실수

by 라이터스하이 2014. 2. 13.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5번째 만남.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나이를 먹어 갈수록 진화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그리고 '나 아직 현역이야, 들어와 들어와!'를 외치는 듯한 스콜세지의 감각이 돋보였다. 


스콜세지란 네임벨류를 생각하면 네이버 평점 7.96은 '조금 짜게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혹자도 있다. 필자의 생각은? 오히려 그 정반대다. 인스턴트식 소비문화가 미디어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요즘, 그 태풍의 눈에서 8점 가까운 평점이라면, 예능을 비롯해 여러 미디어에 엄청난 홍보로 기록한 '8-9점대의 한국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로 평가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1월 9일 개봉을 확정했던 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1990년대 월스트리트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조단 벨포트의 실제 이야기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의 사기극이 실제 사건이었다는 것이 놀라운 그의 인생. 고작 26살의 나이에 스크래튼 오크몬트사를 만들고, 단기간에 15억 달러가 넘는 투자은행으로 키워놓는다. 그 정도의 시점에서 이 영화를 이루는 거대 메세지 중 하나가 튀어나온다. 과유불급, 그를 불법으로 이끌기 시작하는 욕망이다. 그의 또 다른 배고픔은 멀지 않아 증권사기로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한다. 향락에 빠지기 시작한 그는 술과 마약으로 방탕해지고 결국 FBI의 표적이 되는 수순을 밟는다. 인과응보인 셈이다.






'사랑스러운 사기꾼' 제조기, 레오나르도의 내공


고공비행과 수직낙하. 욕심으로 인해서 사람이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의 겉멋 쩔고 유능한 남자는 이제 '그만의 채널'이라 해도 될 정도의 내공을 보여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기꾼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드는데 도가 튼 것 처럼 보인다. 킹메이커와 히든카드를 제작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주연과 함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 약 빤 듯한 연기로 디카프리오는 '2014년 71회 골든글러브에서 남우주연상'을 가져간다. 그가 연기한 조단 벨포트는 영화 속에서 한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인 반면에, 어디까지 사람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사건들 속에서 여러 명장면들이 이 영화를 끝까지 사랑스럽게 보이게 했다. 그 중심엔 언제나 그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가 여자들의 로망을 제대로 대변했다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남자들의 꿈과 야망, 돈과 명예 여자같은 짐승들의 욕망을 제대로 표현한 대리만족이었다. 아직도 진화형인 레오나르도의 패키지 연기라면 수식이 될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뚜껑을 열어 영화에 대한 혹평은 할지 몰라도 레오나르도의 연기는 단언컨데 쉽게 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겉멋을 제대로 입힌 스콜세지의 현실감각


꾸준히 갈 길을 가고 있는 스콜세지 감독의 영략.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었던 그의 역할이었다. 2013년에는 출연 2편에 그쳤던 스콜세지. 잠시 뜸한가 싶던 그는 2013년, '위험한 패밀리'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연출과 프로듀서를 맡았다. 70이 넘은 이 감독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이펙트와 퍼포먼스들이 극 중 가득하다.


영화 중간 눈을 자극하는 배경들이 몇군데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해변가 근처 별장에서의 파티 장면이었다. 조단 벨포트가 욕망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는 계기기도 하다. 나중에 안 거지만 이 장면이 VFX(Visual Effects, 시각효과)였다는 것은 감쪽같이 몰랐다. 이 영화를 이끌고있는 조단 벨포트의 욕망과 허영심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었던 미장센. CG나 특수효과를 가감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었다. 


표현적 현실감각도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70이 넘은 감독으로써 세대의 흐름에 부합하고 트렌드를 조율할 수 있다는 게 쉽지는 않은 것인데 말이다. 이 영화는 거장과 거물이 만들어낸 영화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거장과 거물 모두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어느새 대뇌를 지배하는 듯 하다. 그 중 하나가 '이 영감은 아직 끝을 보여주지 않았구나'하는 스콜세지에 대한 혼잣말이었다.






평점 2점을 도둑맞은 단 하나의 실수


한 마디로 이 영화를 표현하자면 좋은 영화다. 오락성과 자극적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낸 스콜세지만의 해학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단 하나,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은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90분에서 120분의 프레임에 맞춰진 관객들. 그들을 3시간 내내 만족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플롯들의 개연성이 엉성하다거나 긴장감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그저 적응이 안됐던거라 결론밖에는 없을 것 같다. 20분 정도만 더 짧았다면 깔끔한 마무리와 아쉬움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스티브 잡스를 그린 잡스를 보고 난 뒤 '왜 아이팟 이야기는 없느냐', '조금 뒷 이야기가 있었더라면..'이라며 짧은 감이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히려 잡스처럼 약간의 아쉬움을 숙제처럼 남겼더라면, 관객들이 숙제를 대신해주는 좋은 결과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쉬움은 관객들을 포털로 불러들이고, 또 다른 이슈와 재해석으로 그들의 욕구를 채워나간다. 모든 걸 다 채워 세상에 나오려 했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러닝타임. 평점 2점을 도둑맞은 단 하나의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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