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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용의자, 50%밖에 다운받지 못한 공유의 매력

by 라이터스하이 2014. 2. 23.



꽤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웹서비스에 오른 용의자. 공유에 대한 기대치가 나름 높았던지라 갈등없이 클릭했다. 빠르게 걷는다는 느낌보다 달린다는 표현이 적당한 초반장면, 테이큰 이상의 스피드를 예상하면서 봤다. 큰 사건과 배경 최초 10분 안에 어느 정도 그려지면서 공유는 용의자란 이름으로 쫓기는 도망자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형 액션스릴러, '이제 이 정도 퀄리티는 나오는구나' 했다. 동시에 조금의 아쉬움만 채워줬더라면 더 명작이 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관객들이 처음 접하는 주제나 소재가 아니었기에, 더욱 감독의 특색이나 미장센이 중요할 수 밖에 없었던 용의자. 아쉬움을 몇자 적어봤다.




이야기와 액션의 비중


액션스릴러란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등장인물이 꽤 많은편인 용의자. 복선에 복선을 깔다보니 숨겨진 배후 인물들은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장면도 있었다. 처음부터 이야기와 액션의 비중 조율을 조금만 달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유의 배경부터 박희순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인물들의 뒷 이야기는 주로 회상과 잔상으로 처리했던 용의자. 영화 러닝타임은 그럼에도 한국 액션영화 치고는 조금 긴 편에 속한다. 액션의 비중을 조금 더 높히고 이야기를 조금 줄였다면 더 시원한 스리럴로 완성되었을거란 2%의 아쉬움이었다.


테이큰이나 아저씨의 예를 들면 조금 쉬울 것 같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주제와 스토리에서 두 영화는 미장센과 액션에서 큰 두각을 보였다. 용의자는 드라마적 요소와 액션 둘다 놓치기 싫어하는 원신연 감독 특유의 색깔은 잘 묻어났다. 하지만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가 길어짐에 따라 러닝타임 역시 동시에 길어졌고, 액션신도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로 도망쳐도 되는데 굳이 지붕위로 뛰어다니는 장면에서는 '꼭 저랬어야 했나'라는 개연성의 부재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액션신이 지루하지 않도록 연출한 용의자에겐 찬사를 보내 마땅하다.




반전의 오버페이스


이야기와 액션의 비중을 최대한 반반으로 맞추려 했기 때문일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숨겨진 반전이 드러난다. 등장인물들끼리의 연결고리가 너무 많아 주인공이 모든 분노 게이지를 채운 뒤 짜릿한 한방의 복수를 하는 카타르시스가 분산되 버렸다. 관객들은 반전을 많이 보여줄수록 더 크고 쎈 반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1단 이어 이후엔 2단으로 주행하고 싶은 단순한 진리다. 용의자는 반전이란 시스템을 후반부에 꽤 많이 삽입했지만, 생각 이상의 큰 반전으로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 따라가야 제맛인 복수극. 용의자는 스토리를 따라 주인공이 흘러간다는 느낌이 더 큰 영화였다.




50%밖에 다운받지 못한 공유의 매력


그렇다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지않았던 용의자의 가장 큰 이유, 뭘까? 공유란 배우의 매력이 절반도 나오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꼽았다. 공유를 멋있게 만드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사랑스럽게 만들지는 못했던 아쉬움이다. 공유는 많은 대사없이 회상과 기억들로 아픔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대사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감정이입보다는 간접적입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다 받았는데, 공유의 매력은 50%밖에 다운로드 받지 못한 찝찝함이었다. 


박희순이 카리스마로, 조성하는 신들린 표정연기로 캐릭터 완성을 이미 다 마친 상황이었다. 오히려 주인공인 공유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풍산개의 윤계상이 찍는 다이하드의 느낌? 이 영화에서 보여줬더라면하는 필자의 궁극적인 감성이다. 주인공은 한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잃어버린 딸을 찾는 딸바보인 것은 확실한데, 주인공도 관객도 딸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감정이입을 쉽게 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용의자의 액션신은 눈여겨볼만 했다. 그 많은 액션들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냈다. 시장부터 골목, 강남 한 가운데까지. 그 많은 로케이션과 동선을 짜면서 엄청 고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버3,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본격 액션작으로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 위 3가지의 아쉬움들만 채워줬더라면 2013년 최고의 액션영화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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