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Cinema

무간도에서 신세계까지, 클래스 넘치는 언더커버물의 3가지 법칙

by 라이터스하이 2014. 2. 15.




하나의 장르가 되버린 언더커버. 그 원조는 알 수 없다. 미국에서는 <비밀로 한, 혹은 내밀>한이란 뜻으로 쓰인다. 또 미션, 엔진 등 주요 기능품을 보호하기 위해 아랫부분에 장착되는 커버를 말하기도 한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론 이야기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미디어 속으로 들어가도 그 속성은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더커버물로 잘 알려진 무간도, 그것을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나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신세계 역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고는 최초를 이기지 못한다. 이런 인식의 차이도 물론 무시할 수 없겠다. 지금으로썬 어떤 언더커버 영화를 만나더라도 최소 2% 이상은 무간도가 생각나기 마련이니까. 그러면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은 없다는 말을 극히 배제시켜보자.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야 제대로 언더커버물을 만들었다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클래스 넘치는 언더커버물의 흥망 여부는 어디에 있을까? '조직에 냅다 들어가 아군인 척 하다 흰색 나시에 피 묻히며 짐승남 포스를 풍기며 빠져나온다고' 흥행은 따라오는 게 아닐거다. 






멜로영화 못지않은 '찰떡 케미'


우리가 로맨틱코미디라 부르는 장르. 달달하기 짝이 없는 멜로영화를 보다 보면 드라마와 달리 한 배우만 부각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물론 주연 배우 두명의 네임벨류의 갭이 엄청 크다면 할 말은 없지만) 영화 자체가 흥행하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두 배우의 케미가 영화의 흥행여부에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언더커버물 역시 그런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잠입한 주인공과 조력자와의 거리, 그리고 그 관계의 끈끈함이 긴장감을 끌고가야 한다. 


가까이 있는 듯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없어져 서로 싸우기도 하고, 죽을만큼 힘든 상황에 짠하고 나타나 눈물도 닦아주고 위로도 해주는 멜로영화와 같은 밀당. 무간도 시리즈가 언더커버물로 '제대로 갑이 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지 싶다. 무간도의 영향을 받은 신세계의 설정은 조금 달랐다. 경찰이라는 조직은 무간도에서 조력자였지만, 신세계에서는 오히려 갑을관계였다. 무간도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신세계는 자기만의 신세계를 만들어 갔다. 






악역의 무게와 A급 퀄리티


조폭 영화나 조직를 소재로 한 영화의 큰 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거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선 때론 누군가를 제껴야 하고 가끔은 누군가를 밟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끝판왕이 있고, 바로 우리가 악역이라 칭하는 캐릭터다. 무간도의 보스 한침은 외유내강의 인물로 보스로써 모든 걸 갖춘 캐릭터다. 미소엔 경계심과 인덕이 동시에 보이고, 필요할 때는 꼬리를 잘라내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대물'의 이미지 그대로다. 


신세계는 이런 보스의 성격들을 각각의 인물들에게 세분화한 케이스다. 마치 판타스틱 4처럼 말이다. 정청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야망있고 행동이 우선인 이중구, 장이사의 전략. 오히려 무간도보다 더한 이자성의 압박감을 만들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압박감은 왜 그가 신세계를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욕망의 끝에선 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로 충분했다. 






현실적 공감대, '나는 도대체 누구지?' 하는 물음


'나는 누구인가?' 두 영화를 보면서 나름의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이것이다. 언더커버로써의 삶을 살고있지만, 자아는 절대 잊지 않으려 아둥바둥 하는 그들. 갈등의 시작점이자 결말의 반전에다 욕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무간도의 진영인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순수한 인물이다. 신세계의 이자성은 진영인과 유건명을 합쳐놓은 듯, 야망과 순수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나는 누군가에서 시작해 '나는 누구다'로 끝이났기 때문에 시원할 수 있었던 두 영화다. 진영인은 잠식되지 않은 내면으로 스스로를 잃지 않았고, 이자성은 조직과 아군 속에서 진화해 신세계를 이끌기로 마음먹게 된다.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이만한 공감대도 없다. 나는 누구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질문. 살면서 누구나 스스로에게 한 번쯤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답을 보여주는 과정은 두 영화가 너무도 다른 모양새지만, 결국 키워드로 현실적인 공감대를 꽤 만들어주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다시 찾게되는 명작들은 살아가며 누구나 해보는 질문과 대답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무간도와 신세계 두영화는 모두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담보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로써 흥행도 할 수 있었던 두 영화의 공통점은 외적인 성형과 내적인 공감대 모두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