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비싸게 주고 샀는데 그냥 입고 나가지 뭐' 하며 저 그림 그대로 옷걸이만 빼고 쥐새끼(특정인물 비하 발언 아님. 신고하지 마세요)처럼 쏙 들어간다. 3초 만에 입었다, 뿌듯하다. 씨익 쪼개며 머리는 대충대충 구두도 우당탕탕 신고 나갔다.
그러다가 아직 빨간불인 걸 확인한 뒤 백스텝을 밟고 다시 몇 초 후 파란불이 켜지자 다시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주머니는 멍을 때리시며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분명 고딩이 스타트를 끊기 시작할 때는 미동도 않다가 내가 건너가기 시작하니 내 뒷모습만 보고 따라오신 것이다. 왜일까? 그 몇 분의 시간에 아주머니는 단지 수트를 입은 내 뒷모습을 보고 이미 신뢰를 했고 내가 법을 어기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수트 하나로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두가지를 평일+주말 다 들으라는 것이었다. 두가지 종목합의 금액은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었다. 이미 전화 통화로 쫌팽이 멘트를 그렇게 날렸는데 막상 오니까 두 가지를 다 들으라니 내가 돈이 많아 보이나? 평소에 길거리의 클럽의 삐끼에게 명함은 받지만, 브랜드 매장이나 옷 가게에 가도 비싼 코너로 안내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닥 있어보이는 외모는 아닌 내가 '당신에게 이 정도 학원비는 당연하잖아요.^^' 라는 표정의 제안을 받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의 나는 라이터도 천원짜리 쓸 것 처럼 보이나 보다. 계산하고 나가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힐끔 보시고 내 옆을 휙 그냥 지나가신다. 나를 못 알아보신 것이다. '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1-2초 보시더니 "아~! 난 또 누구라고, 총각이었네?" 하신다. 참고로 이 아주머니는 아직 50대 초반 정도고 평소에 내 뒷모습만 보셔도 알아보시고 뒤에서 인사 하시는 분이다.
노홍철의 이 CF 기억하는가? 옷 한벌이 이미지를 바꿔놓는다. 수트의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오늘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화장한 것도 아니고 머리를 신경써서 세운 것도 아니었으며 단지 귀찮아 수트를 입고 나갔을 뿐이다.
당신에게 불편한 옷 치부 받으며 '제5선발' 정도로 기억되던 수트는 오늘 내가 겪은 일 처럼 조금의 불편함을 주는 대신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나처럼 수트의 재발견을 느꼇다면 당신의 수트를 꺼내라, 그리고 오글거리지만 한마디 하자. "미안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당신에게 불편한 옷 치부 받으며 '제5선발' 정도로 기억되던 수트는 오늘 내가 겪은 일 처럼 조금의 불편함을 주는 대신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나처럼 수트의 재발견을 느꼇다면 당신의 수트를 꺼내라, 그리고 오글거리지만 한마디 하자. "미안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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