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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만큼 노는 여자들과 평생 처음의 미팅

by 라이터스하이 2011. 5. 30.

자작소설, Observers Ep.4 - 노는 여자들과의 내 평생 처음의 미팅


중학교 시절의 나는 많은 친구들 보다는 형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친구들과는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3번의 이사와 전학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일까? 중학교 2학년 부터는 본격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친구 상환이라는 놈과 승현이라는 놈이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부터 시작되었다. 누나 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반 정도 열린 문 사이로 두놈이 수화기에 대고 히히덕 거리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머하노?
"보믄 모르나, 전화하지."
"어데다가 하는데?"
"아 이거 대화방, 니 모르나?"
"그게 먼데, 모른다. 빨리 끊어라. 전화요금 마이 나오면 할매한테 졸라 맞는다!"
"아 이써바라, 얼마 안나온다 이거"
"진짜가?"
"어, 니도 해볼래? 상환아 인마 함 바까조라"
"니 함 받아바라 졸라 웃기다 이거 크크.."

별 미친놈들이 다있다. 그래도 그 나이에 호기심을 누가 말리랴. 일단 받아본다. 수화기를 들자 내 평생 듣지 못한 욕이 좌우뇌를 흔들어 놓았다. 허스키한 보이스에 엄마 아버지도 없을 것 같은 정체모를 남자가 수화기에 대고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어 댔다. 그리고 두세명의 여자들이 오열하며 깔깔 웃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러나 내 관심은 금새 욕쟁이 보다 아직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여자에게 가 있었고 친구에게 되물었다.

"야, 야들(여자들) 지금 어디서 이거하는데?"
"몰라 미친놈아 집에서 하겠지,하하하"
나라고 알겠냐 집에서 하겠지 라는 뜻이다.
"니 아는 아들이가?
"아니 모르지, 여는 맨날 다른 아들 들어온다 아이가 맨날 바낀다."

대화방은 대화방 번호를 누르면 1번부터 0번까지 10개의 채널이 있고 각 숫자를 누르면 채널로 이동되는 간단한 구조였다.

"여(여기) 지금 니 아는 아 있나?"
"없다. 전에 대화방 했던아 삐삐번호는 있지"
"진짜가?우와 인마 직이네, 전화함 해바라"
옆에서 상환이도 거들었다.
"그래 함해바라, 몇살인데?학교 어딘데?"
"우리랑 동갑이고 학교는 동화여중이다. 아들 좀 까졌다."

까졌다=논다 라는 말에 조금 위축되긴 했으나 나의 호기심은 이미 문밖을 나가있었고 거기서 멈추지 못한 나는 삐삐 번호를 결국 받고야 말았고 그 여자의 이름이 희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친구놈들의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 빨간 전화기가 공중에 떠다녔다.

'아 미치겠네...우짜지 삐삐함 쳐보까? 아이다, 했는데 팅기믄 우야노 자존심이 있지'
죽느냐 사느냐 보다 더 치열한 고뇌의 답은 결국 나오게 된다.
'아 나도 모르겠다, 해보자!'
거실에 있는 빨간 전화기를 들고 승현이가 적어준 번호를 급하게 찍고 호출한 뒤 도망치듯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몸을 내팽게친다.
'아씨 내 무슨 짓 한기고, 전화왔는데 남자믄 우짜노? 그람 승현이 인마 디졌다.', '에이 아이겠지~ 돌아이도 아이고'

"따르르릉~"

올 것이 왔다. 내 혈관의 RPM은 페라리만큼이나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쿵쾅쿵쾅' 심장 소리밖엔 아무것도 들리지 안았다. 들어올 때보다 더 빠르게 뛰어나가 수화기를 들고 말한다.

"여,여보세요."
"삐삐 치신분이요~"
예쁜 목소리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 예, 승현이 알아요?"
"예?"
"정승현 알지요? 내 친군데 그쪽 번호 갈키줘 갖고 삐삐쳤는데..."
수화기 너머로 몇명의 여자들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라 니 정승현이라고 아나?"
"눈데? 저번에 노래방 갔던 가들아이가?"
"아 맞다, 잠깐만 잠깐만"
"예 알아요. 친구라고요? 근데 왜요?"
'근데 왜요' 라는 말은 예상했던 질문에 없었다.
"아..그양 친구하자고요."
'에휴 등신..'
"몇살인데요?
"중1요, 그쪽도 중1이라카든데 맞지요?"
"예 맞아요, 어데 사는데요?
실속있는 질문이다.
"만호동 사는데요 그쪽은요?"
"나는 법문동 살고요 친구들은 다 다른데 살아요"
"아 그래요?언제 시간되면 함 보지요"
"언제요?"
"아무때나요. 언제 시간 되시는데요?"
"아들한테 함 물어보고요", "야 너거 남자 만나러 갈래?"
"언제?"
"몰라 시간될 때 함 보자카는데 너거 안가믄 나도 안간다"

급 불안해진다. 2-3분 후 희진이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토요일날 개안타는데요 볼래요?"
"예 보지요, 어데서 볼건데요?"
"우리 동네에서 자주 보는데 거서 보지요?"
"아.. 법문동이요?"
"예 토요일날요, 시간은 그날 다시 전화해서 잡고요"
"아 예.그래요 그람 토요일날 삐삐하께요"
"몇명 나올건데요?"
"예?"
"친구들요"
"아 그쪽 몇명 나오는데요?"
"우리는 네명요"
"네명 맞춰 나가께요 그러면"
"예~끊으께요."
"딸깍"

수화기를 내리고 쇼파에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지도 모르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빨개져 있었고 사상 처음 여자와 통화했고, 약속도 잡았다. 정말 꿈만 같았고 빨리 이 사실을 같이 출동할 요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했고 수화기를 다시 급하게 들고  세상을 다 가진듯 한 표정으로 다이얼을 누른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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