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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전설적인 식칼 난도질 사건

by 라이터스하이 2011. 5. 29.

출처 : 청량지(淸凉地)



자작소설, Observers Ep.3 - 전설의 칼날 게이트 사건

예상은 이미 했지만, 책 대부분이 머리부터 허리까지 개설이나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며 이미지로 가득했다. 물론 빼먹지 말아야 할 정보지만 저 정도의 설명은 이미 블로거들이 앞다퉈 포스팅 했던 내용이고, 나에게 저런 책은 한 구멍에 두 개의 귀걸이를 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정독하던 등 뒤로 깡마르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풍기며 입가에는'인제 그만 좀 보자'라는 듯한 쓴웃음을 내게 날리며 다가오는 누군가가 보인다. 그렇다, 내가 기다리던 대학 조교로 있다던 15년 된 친구. 별명은 도루코, 이름은 재우다.

그의 별명의 유래는 정확하진 않지만 16,17년 전 재우가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었을 때, 동네 형들이 자신을 너무 괴롭혀서 자기 방어로써 집에서 칼을 들고 나와 괴롭히지 말라며 동네를 한바탕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중학교 때 그의 또 다른 친구들에게 들었고, 나는 반은 믿을 수 없는 마음에 우스겟소리로 "그 칼 연필 깍는 도루코 칼 아니야?"라고 한 그 후부터 재우의 닉네임은 도루코가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재우의 의혹 많은 칼날 게이트 사건이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일화로 오르내린다. 

그의 무용담은 이것뿐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다.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역시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중학교 1학년 입학 후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중·고등학교 통틀어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이시무라'라는 악명 높은 선생님께서 우리 담임교사였는데 모든 학생들의 경계의 대상이었고, 그의 수업 시간엔 길 가던 매미도 음소거를 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어느 날 숙제를 내 주면서 "숙제 안 해오는 사람은 다음 시간에 복도에 가서 엎드려 있어."라고 말씀하셨으나 나는 무슨 용기인지 숙제를 하지 않고서 찬 복도에 엎드려 있었고, 수업 시간은 가까워져 오고 모든 교실과 복도가 정숙함의 바다에 빠져 있을 무렵, 까무잡잡한 재우가 약간은 경직된 표정으로 내 옆에 다가와 나란히 엎드리는 것이다. '인마는 또 뭐고, 내 말고 또 있네' 그날 숙제를 하지 않은 놈들은 우리 둘뿐이었다. 

저 멀리서 선생님의 슬리퍼가 복도를 스치며 마치 일본도로 대나무를 베는 듯 한 소리를 내며 한 손에는 짧지만 맞으면 화날 만큼 아플 것 같은 호리호리한 봉을 들고 우리 앞에 섰다. 나는 하체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이제 맞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선생님은 나와 재우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셨다.   
"너거 싸웠나? 와 엎드리고 있노",
"쌤이 지난 시간에 숙제 안 해온 사람 밖에 엎드려 있으라고 하셨는데요"
"들어가라!"
선생님은 건망증이 있으셨고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재우와의 첫만남이었다. 그 후 재우와 친해진 건 2년 뒤인 3학년 때부터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 친구로서의 인연을 암시해 주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같던 일이 벌써 15년이 지났다.
 
재우와 쓸 때 없는 몇마디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미 서점에 오기 전 부터 블로그의 전체적인 부분과 글쓰는 법을 적절히 잘 섞어놓은 책을 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빠른 한시간 정도 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 제목도 깔끔한 '파워블로그 만들기'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재우를 붙잡아 입구로 내려온다. 이 책이 나를 파워블로그의 길로 안내해 줄지 기대하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곳에 카드를 만들어 발자취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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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기 : 자작소설, Observers Ep.1 - 지하철
     2편보기 : 자작소설, Observers Ep.2 - 시선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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