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내반 위기, 응급상황에 필요한 심폐소생술
올 여름 최고의 방학숙제로 떠오르던 '넌 내게 반했어'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없다. 7월 7일 '넌 내게 반했어'의 시청률은 5.4%. 드라마를 마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3.7%를 얻은 '탁구'의 재방송을 겨우 넘으며 시청률 9위에 머물렀다. 11일 첫 방송된 예슬 아씨의 '스파이 명월' 9.6%와 비교하면 두배 가까운 차이다.
낮은 시청률에도 자연스러운 풍경과 귀여움으로 '신선함이 기대된다'는 호평과 '지켜보자' 라는 긍정적인 배려도 함께 받았던 이 드라마가 얼마 가지 않아 여론의 돌팔매질을 맞으며 나자빠진 이유는 왜일까? 그건 아마도 시청자로 하여금 "헐...."을 불렀던 장면들에서 대부분 발견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용화의 연기. 기대는 않았지만 절망하기는 싫었던 '시청자의 씹을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일관성있는 눈빛, 약한 발성, 다소 피곤할 수 있는 테크닉적인 문제를 뒤로 미루어 두었을때, 그의 연기가 반감을 불러일으킨 큰 원인은 '호흡'에 있을 것이다.
정용화의 연기는 혼자 하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주연이란 역할임에도 대사량이 적은 그는 결국 눈빛과 표정으로 승부를 봐야했고, 그 결과는 '대사를 받는 타이밍이 한 박자씩 늦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잘생긴 주연의 얼굴을 몇초 더 볼 수 있지만, 상황 자체의 몰입도는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눈빛과 표정에 의식하고 생각 하려는 연기에서 비춰지는 '경직된 어색함' 보다는, 상대방과 주고받는 대사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어색함'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몇가지 되지않는 표정의 어색함이 정용화의 캐릭터를 단순화 시키고 깔아 뭉개고 있는 형국이다. 깨질대로 '깨져버린 드라마의 감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반평생 포털 사이트 로그인 해본 적 없는 37세 장모씨도 회원가입하게 만들었다는 바로 이장면, 오디션 난입 장면이다. '넌 내게 반했어'는 이 장면 하나로 잃은 것이 무척이나 많다. 여주인공을 들러리 세우며 시청자들이 가졌던 '캐릭터의 무게감을' 빼앗아가 버렸고, 오디션에 대한 범주로 대표되는 '진지함과 공정성'마저 극중에서 잃어버렸다. 바야흐로 점입가경의 예고편이었다.
생각하기로는 오디션에 대한 '생각들의 범주'를 파괴하고, '하나가 되자'라는 메세지도 넣으며, 새로운 배우의 '다이나믹한 등장'을 위한 '일거삼득'의 의지같았다. 그러나 웬걸? 빨간 반감만 불러 일으키며 '득'은 온데간데 없이 '실'만 남았고, '무리수였다'는 득실득실한 네티즌들의 악플세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갖다 붙이기식 커넥션'의 일부분일 뿐이다. 눈물이 필요할 때만 등장하는 중년의 시한부, 웃음이 필요할때만 등장하는 여준희(강민혁), 주연들이 지겨울 쯤 되면 등장하는 지인과 친구들. 물론 드라마에서 주인공 위주로 스토리가 흐르는 것은 불문율이다. 아쉬운것은 이 주변 인물들과 주연들이 너무 '따로 논다'는 점이다.
그들 캐릭터의 존재감을 살릴 필요가있다. 더욱이 시청자가 방향성을 읽고있는 이런 클리쉐 지향적 드라마에서 '감초들의 역할'과 '다중적인 연결고리'가 없으면 어찌되겠는가? 이 드라마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빠른 전개는 결국 주연들의 사랑놀음의 반복으로 보이고, 지겨워 질뿐이다.
지금의 '넌 내게 반했어'는 주인공들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질대로 떨어져있고, 스토리상의 반전의 효과는 긁어 부스럼 만들기일 뿐이다. 혹자들이 막장이라 부르는 이 드라마의 응급상황에 필요한 심폐소생술은 따로 노는 조연들과 감초들을 교류시켜주는 '연결고리'라 생각한다. 사극이나 시트콤에서 보여주는 그것처럼 말이다.
표민수 PD와 흥행을 노린 배우들의 출연에도 이 드라마는 '난세속'을 헤메이고 있다. 극 중 새로운 인물을 투입시켜 반전을 꽤하려 하지만, '넌 내게 반했어'를 외면하는 시청자의 욕심을 채우기는 당분간 힘겨워 보인다. 높은 타율을 기대했던 배우들, 충격적인 반전의 클린치까지 가동했다. 이제 남은것은 귀신뿐인가?
'캬라멜 마끼야또'같은 이 드라마에 바라는 것은 '독한 에스프레소의 향'이 아닌 '디테일한 라떼아트'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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