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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윤도현-자우림을 한방에 보내버린 안면몰수 기사

by 라이터스하이 2011. 8. 4.

YB가 확실히 뜨긴 떳다.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가수의 후광이 그만큼 대단하다 느끼는 요즘이기도 한데. 덩달아 기자들의 멈추지 않는 샘물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주 쏟아지는 스포일러만 봐도 그간 나가수가 얼마나 기자들에게 호의적인지는 알 수 있었다.

다가오는 14일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YB의 윤도현에 대한 기사가 3일 오후쯤 다음의 메인에 올랐다. 제목은 "윤도현, 자우림 1위? 진짜 1위는 감동무대 선사한 김범수." [기사원문] 중간 물음표 뒷부분에 "아니다"만 붙이면 자우림에게도 모욕적일 수도 있는 제목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제목 자체만 놓고봐도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이는데.

문제는 제목 내용과 윤도현의 발언 사실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아래는 기사를 송고한 뉴스엔 조현진 이라는 기자에 대한 욕설이 가득하다. 윤도현은 요즘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김어준과 함께 두시의 데이트에서 '연애와 국제정치'를 진행했다. 김어준의 나는 가수가에 대한 평가에 이어 윤도현은 "개인적으로 김범수를 1위로 꼽는다.", "무대 밑에서 김범수 무대를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윤도현은 서두에 개인적으로라는 의견을 밝혔고, 그가 말한 내용은 자우림에 대한 언급도 일체 없었다. 기사를 본 후 수많은 악성 댓글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조현진 기자라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YB는 하루 전. 나가수 무대에 이어 MC 자리까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분명 모든 사람이 반기지는 않았다. 정치 운운해가며 김제동과 묶어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칭찬의 글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기자들은 사건의 연속성을 위해서인지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서인지, 윤도현이 자우림을 깍아 내리는 듯 한 뉘앙스로 다소 건조한 내용에 이슈성 제목을 달았다.

더욱 문제는 이 기사가 다음 연예 카테고리 메인에 걸려있었다는 점이다. 수십만이 볼지, 수백만이 볼지 모르는 메인의 한켠을 제목의 이슈성에 올인해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네티즌이 의존할수록 컨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져 있어야 할 포털이 이제는 정보의 중요성보다 제목이 주는 휘발성과 이슈성에만 주목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단연 이 기사는 연예 카테고리에서 많이 본 기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아래 달린 수많은 욕설과 비난도 1등감이었다. 이런 결과가 포털이나 기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라 생각한다면, 소비자들이 앞으로 공급받게 될 컨텐츠의 퀄리티는 불보듯 뻔한 것이다.

기자들이 무조건 발로 뛰어야 한다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심장마저 뛰지 말아야 하는것은 아니다. 이슈와 화제성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시대가 왔을지도 모르지만 양심껏이라는 단어마저 버린다면 누군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저 기사 하나로 가수 하나의 이미지가 손상 될수도, 소비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기사였다.

더불어 기자뿐만 아니라 뉴스엔이라는 매체마저 신뢰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기사였다. 2011년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쌍방향 미디어 속에서 독자들은 어느새 분리수거에 들어갔고, 기자 이름까지 기억해 두 번 다시 낚이지 않으려는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언론이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리면 되찾아 오기가 쉽지 않다.

아래에 달려있는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구가 이렇게 헛웃음을 유발하기는 처음이었다. 여러 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이런 기사를 퍼간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할 것이다. 컨텐츠의 홍수에서 오는 과잉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재를 찾기가 힘을수도, 남들이 쓰지 않는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뉴스엔 조현진 기자의 윤도현 기사는 적당히라는 말을 넘어서버렸다. 다음과 기자, 언론사까지 신뢰가 실추되기 충분한 기사다. 물론 두 매체모두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저런 기사가 1위에 노출되고 있는 동안 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IT 강국의 포털 컨텐츠가 이모양이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결과.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강물에 떠내려오는 돈을 발견하고 깊숙히 들어가서 뒷면을 확인해보니 그냥 종이조각이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기사를 쓰는 시간이 귀중한만큼 소비자의 기사를 잃는 시간도 귀중한 것이다. 정신 차리길 바란다.
이 포스팅을 구석으로 밀어낼지언정 삭제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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