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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치외법권, MSG를 너무 많이 넣은 덜익은 라면

by 라이터스하이 2015. 9. 11.




[ 무비팩토리 ]

아쉽 쌉싸름한 B급정서 영화

바람칼 ( writershigh.co.kr )


치외권. 누구는 B급영화라 단언하고, 누구는 B급정서의 영화라고 말한다. 의견이나 해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필자의 생각도 조금 다르다. 이 영화의 표방점에 있는 것은 '병맛 상업영화'라는 견해다. 치외법권이 B급 정서나 플롯들을 벤치마킹 했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임창정, 최다니엘, 장광, 이경영. 이 정도 배우들이나 예산투자를 생각해보면 의미 그대로의 B급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B급 영화는 A급 영화와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 영화에서 표현할 수 없는 자유로운 창작이나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마인드가 있어야 B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역시 상업적 뉘앙스가 더 강한 편이다.




이 영화를 한 줄로 표현해야 한다면? "MSG를 너무 많이 넣은 덜익은 라면"라고 하겠다. 설익은 라면은 역시 영화의 구성이나 메세지 전달을 두고하는 말이다. 우선 처음으로 역시 캐릭터 설정이 굉장히 과하다. 과한 설정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그 과한설정을 입증할만한 것들이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수석이나 프로파일러라는 수식어를 붙여놓기는 했는데, 그걸 관객이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쉴새 없이 주먹만 뿌리려는 주인공 이정진이나, 이정진을 말리기 바쁜 조유민. 프로파일러와 수석의 브레인 서바이벌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볼 수 없다. 그냥 두 주인공은 메세지 전달을 향해가는 주먹 잘쓰는 경찰로 표현된 것이 아쉽다. 




임창정의 애드립과 최다니엘의 숟가락

B급 영화라기엔 점잖고, 상업 영화라기엔 2% 부족한 이 영화에 돋보이는 건? 역시 임창정이다. (뭐 어느 영화를 가던지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B급 영화와 임창정의 궁합은 또 한번 나무랄데가 없었다. 영화 속 임창정을 보면서 역시 연기 베테랑이구나 싶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감옥 안에서 대한민국의 정의를 부르짖는 부분이다. '지 아무리 임창정'이라고 해도 이 오글거리는 대사나 상황을 몰입하게 만들다니. 보통은 그 순간에 감독 얼굴이 생각나면서 지금 장난하냐고 이빨을 깨물었어야 정상인데, 그 순간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걸 돌이켜보면, 정말 대단한 배우긴 하다.


아니나 다를까, 치외법권 속 임창정의 대사 중 거의 모든 부분이 애드립이라고. 노력과 끼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임창정은 역시 후자다. 영화나 노래나. 타고 났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런 임창정의 애드립 위주 연기는 관객들에겐 선물이고 축복이다. 그런데 최다니엘은 쉽게 웃지 못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상대배역이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최다니엘이 연기했던 캐릭터나 연기를 보면, 그는 점잖은 편이었다. 악역이나 선역이나 조근조근 씹어먹는 대사가 그의 매력이고 색깔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극 드라마의 대사톤과 스피드는 치외법권과 많이 다르다. 치외법권은 드라마 아닌 예능의 스피드로 톤으로 연기했어야했다. 치고 받거나 치고 빠지거나. 그 스피치의 속도 때문에 어색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거기에 상대가 임창정이니 왠만한 순발력이 아니면 그의 애드립에 숟가락을 얹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치외법권은 B급 정서를 담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 작품성을 붙잡고 끝까지 늘어지고 싶지는 않다. 나름의 B급 영화 병맛스러움을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이럴거면 좀 더 막나가지 않아도 되었나 싶은 것이다. 진중한 메세지 하나 던질거라면, 베짱 두둑하게 브레이킹 배드처럼 막가기로 갔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 B급영화라기엔 점잖으니까. FBI나 수석같은 캐릭터 설정, 그러니까 MSG를 좀 덜 넣고 치열하고 냉정하고 잔혹한 소금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치외법권













영화제목













감독


신동엽



출연


임창정 / 최다니엘 / 임은경 / 장광 / 이경영 / 정한비 / 한주영 / 송영재



명대사


"그래서 난 그냥 나쁜 놈들 나쁜 새끼들 잡으면 일단 패. 왜? 지금 벌주지 않으면, 지금 패지 않으면 자꾸 나와, 벌 받지 않고. 그냥 나와.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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