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가학성 논란, 잔인한 여론의 쌍방과실"
햇살 가득한 오전. 1박 2일 멤버들이 200회 특집 촬영을 위해 복분자로 유명한 전북 고창을 찾았습니다.
영롱한 오색구름 아래 흙냄새가 진하게 풍길 것 같은 이곳에서, 1박 2일은 '땅으로 시작된 야생의 초심'을 찾으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농민들의 땀과 노력, 그것의 결실인 상품 홍보까지. 의도가 꽤 순수해 보였고, 누가 봐도 뿌듯해 할만한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의 취지였던 농촌의 자연스러움은 10%에 지나지 않았던 잠자리 복불복에 가려졌는데요.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품앗이를 마친 후, 복분자와 수박을 양껏 들이키게 하고는 화장실을 먼저 달려가는 팀이 야외취침을 하게 된다는 원초적인 게임이었지요. 바로 이 부분에서 가학성이라는 논란이 시작되었고, '따뜻했던 농촌 체험'은 '차가운 논란 체벌'로 얼룩져 버렸습니다.
그간 '먹는것'과 '자는 것'에 대한 고생스러움과 거기서 오는 원초적인 웃음으로 커왔던 1박 2일이 '유독 싸는 것'에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그것이 천박하거나 무리수로 보이고 건강을 해친다는 이성보다는, 방송의 흐름이 준 감성이 더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됩니다.
이날 200회 특집의 알맹이는 '돌맹이같은 강호동의 수박하우스, 누나들의 이승기와 숫기 없는 김종민의 옥수수밭, 은지원의 초딩표 감자캐기, 복숭아 맡은 이수근, 엄태웅의 새파란 복분자' 등 초보 수확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생산의 가치와 에너지였습니다. 더불어 끝없이 펼쳐져있는 향토들의 향연, 농민들의 고인 구슬땀은 순수함과 뿌듯함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깨알 웃음의 타율은 적었지만 이마저도 허락되는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예능이라는 전쟁터엔 무색 감동만으로는 실리를 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1박 2일이 예능을 베이스로 한 프로그램인 것은 여러분께서 더 잘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더욱이 이날은 예능 프로그램 경계의 대상으로 올라 선 나는 가수다와 동시간대 시청률을 놓고 전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앞서가고 있는 그들이라 해도 넋놓고 있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박 2일에게는 금주의 '어떤 제작자보다 기분 좋은 생산' 되었을 것이지만, 동시에 '가장 고민했던 방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농민들의 생업에 지나친 웃음 코드를 넣어버리면 진정성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고 방송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만 하다가 끝낼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결국 마지막 10분. 잠자리 복불복에서 '밀리고 밀린 웃음'을 한방에 터트려야 했습니다. 제작진은 소변참기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원초적인 것을 원천 봉쇄하며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문제의 논란은 이 한장면으로 인해 터졌습니다. 소변을 못 보게 한 것은 '가학성이고 비인간적이다'라는 논란이 인터넷의 일면을 장식해 버렸습니다.
물론 틀린말은 아닙니다. 무엇이든지 오래 참게되면 분명 몸에 해로우니까요. 하지만 방송 내적으로 본다면 '리얼리티와 야생이라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라고 말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먹는 것 자는것으로 고통을 많이 보여주었던 1박 2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유독 이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단지 익숙하지 않았던 장면이어서 그렇다고 보기엔 논란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은데 말입니다. 최근 터진 욕설논란 등의 누적으로 인한 파급 효과, 발빠른 온라인의 수다떨기도 한몫 했겠지만, 가학성 논란의 원인만 보자면 혼동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1박 2일 200회 특집 방송은 보는 내내 '뿌듯함과 따뜻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그 편안함은 복불복으로 인해 부담으로 반전되버렸고, 앞서 편안함과 부담은 '물과 기름'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껏 1박 2일이 해왔듯이 몇가지 게임을 연달아 진행하고 연속성이 있었던 소변참기였다면 지금의 논란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편안했던 의식의 흐름에 갑자기 쳐들어온 10%의 고통이 시청자에겐 시각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큰 반감을 일으킨 셈입니다.
"온가족이 함께 보는 주말 시간에 보기는 힘든 장면이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을 보면 1박 2일도 무조건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게임이 주가 아니라 소변참기가 주가 되도록 보였다는 것입니다. 고통에서 오는 자극보다 즐거움을 전해줄 목적이었다면, 이날의 방송 흐름상 고통보다는 즐거움과 훈훈함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것이 시청자의 속내였을 것입니다.
반면 1박 2일에 가학성이라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기 보다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잔인한 여론이 낳은 시청률의 가압성, 즉 쌍방과실적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방송도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200회 특집만큼은 자연스러움을 담으려 애쓰는 제작진의 의도가 돋보였지만, 그에 비해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복불복에 의해 주객전도가 되었으니,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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