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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개념녀, 신상털기가 답은 아니다

by 라이터스하이 2011. 7. 16.

지하철 무개념녀, 신상털기가 답은 아니다

 

지하철 폭력맘. 지하철 패륜남.

지하철은 어느새 패륜 오디션의 현장이 되버린 듯 하다.

그 기세를 몰아
지하철 무개념녀가 정점를 찍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여자분이 안내견을 데리고 자리에 앉자,

몸도 성한 지하철 무개념녀는 반말과 함게 광기섞인 말투로
"개!개! 이런 개를 들고 지하철을 타면 어떻해요?" 라며 소란을 피웠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태운 것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안내견을 태웠을 뿐인데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그 후로도 무개념녀는 자신의 분노를 못이겨 비상 무전을 이용해 열차를 세우고, 역무원을 불러내는 등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자신의 기분과 이기심 때문에 지하철에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마저 빼앗아 버린 것이다. 열차가 출발한 뒤에도 그녀는 생떼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과 최근 벌어진 지하철 패륜의 원인은 '지나친 이기주의'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 폭력녀, 패륜남, 무개념녀까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따뜻한 정서는 이제 기대하기 힘든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혼자 있는 곳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마저 피해라고 느끼고, 그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정작 어떤 것이 더 큰 피해인지는 스스로 망각해 버린채 말이다.

한편 이런 일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회자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가끔은 보지 말았으면'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천, 수많건의 정보가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것이 현실이고, 정보 강국으로서 누리는 혜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날의 지하철 사건처럼 목격자들이 발빠르게 소식을 전해주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피해자도 속출했다.

첫번째 피해자는 관련 글이나 정보를 올린 목격자다. 목격자는 이런 억울하고 패륜적인 사건들을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전달하고 싶었던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뭐하고 있었나? 옆에 있던 사람이 더 문제다" 이런 말들이 오고가고 되려 욕을 먹는 현상도 발생한다. 그러나 비난을 한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다. 그냥 잠깐 욕 한줄 남기고 일상을 살면 될 뿐이다.

'스스로 그 상황에 없었다고 쉽게 욕할 수 있냐'는 것이다. 수차례 보도된 지하철 관련 비도덕 사건의 목격자 진술이나 영상을 보면 그들은 몹시 흥분되 있는 상황이고, 말리려 들면 더욱 폭발하는 상황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군대처럼 공권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마련되지 않는다. 이성적인 대화로 풀어야 할 것이 있고, 강압적으로 풀어야 될 상황이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요즘 성행하고 있는 신상털기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다. 일명 '네티즌 수사대'는 소리 소문없이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지하철 패륜남 사건. 그 학생의 신상에 대해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재학중인 변길섭이라는 학생이라며 근거없는 루머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근거나 증거가 없었는데도 이미 확정된 듯이 확산되었고, 당연히 한양 대학교는 불만섞인 문의 전화가 복쇄통을 이뤘다. 대부분 "학생 교육을 어떻게 시키냐?"는 식의 항의 전화였다. 한양대학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지 손상을 입었고,

결국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얼마 전 김길태가 탈옥했다며 천안 경찰서와 천안 시내를 한바탕 뒤집어 놓으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공권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사태도 결국 이런 사건들의 연속성에 있다.

시발점은 누구 하나의 '장난섞인 게시글', 또는 '댓글 하나'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그 파급력의 원동력에는 너무 쉽게 휩쓸려 가는 '줏대없는 인터넷 문화'에 있다. 문제의 본질에서는 어느새 멀어져가고 '체벌과, 처벌의 의미'만이 부각될 뿐이다. 모두가 따뜻해질 수 있는 양보의 의미를 지닌 캠페인아닌 누군가를 벌주는 것이 중요시되고, 그것이 곧 마무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벌주고 체벌만 한다고 해서 사회나 그 사람이 따뜻하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체벌만 강요시 되는 지금의 인터넷의 문화와 사회적인 현상은 되풀이될 뿐이고, 나아가 '체벌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사회적, 윤리적 패륜'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주고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은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을 바꾸자고 '선의의 피해자''낭비되는 또 다른 사회적 피해' 까지 감수해야 하는 신상털기하면 글쎄?라는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결국 '지하철 무개념녀'가 지하철에 타고 있던 상관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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