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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TV전쟁, 불편한 방송현실 목숨걸고 말한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1. 11. 13.

 

무한도전 TV전쟁, 불편한 방송현실 목숨걸고 말한 이유


꼬리잡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줄 알았던 무한도전 TV전쟁은 생각보다 많은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결과부터 꺼내놓자면 방송국의 현실을 그들만의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내고 있었는데. 사실 꼬리잡기의 재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면 식상하다는 평가를 내릴수 있었지만, 각자의 이름을 붙인 그들의 방송국은 하나같이 다른 성격을 띄고 있었고 나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꼬리잡기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꽤 괜찮았던 TV전쟁이 아니었나 싶다.


꼬리잡기 특집과 같은 포맷으로 TV전쟁 특집에서는 멤버들에게 전달된 미션에 적힌 방송국의 전원을 꺼야했다. 역시나 그 방식과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단합과 머리를 쓰는 과정에서 불편한 방송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개인전과 남을 속이는 특집에서 명불허전의 포스를 갖고있던 노홀철마저 초반에 잡히며 바야흐로 전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연출을 가미해 주었다.

무한도전 TV전쟁은 2시간의 방송시간 동안에 다른 멤버들의 전원을 끄고 방송분량을 확보한다는 방식의 큰 틀에서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다른 방송국의 분량을 빼앗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국의 현실이었는데. 같은 시간, 정해진 시간안에 방송분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종영되고 종파되어 버리는 프로그램과 방송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거대자본을 앞세워 톱 MC와 연예인들의 땅따먹기를 이미 끝마친 종편들의 행보와 공중파의 시청료 인상, 거기에 엔터테인먼트와 방송국의 눈치보기. 무한도전 TV전쟁이라는 타이틀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화 되어있는 지금의 방송인 것이다.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은 그런 현실을 웃음에 오버랩시켜 적나라한 풍자를 해준 모습들이 곳곳에 포착되었는데.


 

하하의 똥줄탄다는 최근 무한도전이 받은 방송제재를 생각한다면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는 표현이었지만, 그간 무한도전에의 하하에게는 그렇게 어색한 표현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하하만의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합니다-하하TV 심의실이라는 자막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었던 표현을 눈치보며 해야하는 지금의 방송 현실과 무한도전의 현실과도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유재석과 정형돈이 탔던 택시안에서의 PPL을 언급하던 부분에서는 방송과 PPL의 불편한 진실과 그 관계를 말해준다. 조금 더 원할한 방송을 위해서 의지와 상관없이 PPL을 계약하는 유재석 TV. 조금이라도 방송에 더 나오기 위해 유재석을 졸졸 따라다니던 정형돈은 유재석의 백그라운드에서 미미한 노출로 분량을 꽤 했지만, 어느 새 유재석의 몸을 감싸고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이 팔을 긁어대며 무리한 요구로 유재석 TV를 불편하게 만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있는 PPL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전과 달리 방송협찬이라는 이름으로 노출되고 있는 PPL은 분명 눈에 밟히기에 충분한 단면을 보이고있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리한 PPL이 때로는 화를 불러 게시판 지분을 흡수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지금의 방송이다. 방송의 맥을 잘라먹으며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PPL은 어느새 시청자가 감수해야할 몫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유난히 굴욕아닌 굴욕을 맛본 길의 역할은 무한도전 TV전쟁에서 말 그대로 미미했다. 유재석이 주말에 TV에 나오지 않는다면 전화를 하겠다는 시민과의 인터뷰는 길의 무한도전 내 입지와도 다를 바 없지만, 길 TV라는 방송국으로 보면 길은 이날 중계방송과 같은 역할을 맡으며 소위 겉도는 모습이었다. 여지없이 잘 나가고있는 유재석 TV를 종파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멤버들의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중계방송을 보는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매번 불편한 진실들과 예능을 고사하고 PD수첩에서도 다루기 부담스러운 소재들만 골라서 징계도 마다하지 않는 무한도전. 이번 TV전쟁은 방송국들과 방송국을 둘러싸고 있는 자본과 외압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어제 오늘일도 아니겠거니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가 하고 싶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제작자들을 대변한 기분좋은 오지랖의 향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얼마 전 정치적인 외압인지 방통위의 단독적인 통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징계를 당한 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심의에 또 한 번 방송답게, 무한도전답게 풀어낸 무한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한 마일리지가 무한도전을 둘러싸고 있는 지금 시기에 또 한번의 방송국에 대한 현실적인 풍자를 꺼내놓았다는 것, 방송국의 불편함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하고 있다는 근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죽어도 할말은 하는, 경고를 먹어도 할 것은 해야하는 무한도전은 이제 가끔 무섭기까지 한 주말예능이 아닌가 싶다. 여론을 조장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들로 주관적인 여러 생각을 갖게 해주는 무한도전이 있기에, 채널간의 TV전쟁을 조금 더 측은하고 한 층 더 높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갖게끔 만든다.

재제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지지이고, 불편한 방송현실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목숨을 걸겠다는 의지에서 나오며, 좋은 프로그램은 이 두가지가 성립되었을 때 나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모두 채우고 있다는 또 한번의 증명을 한 무한도전의 TV전쟁의 다음 주 결말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이다. 시청자들이 제대로 알고있지 못하는 현실을 웃음과 함께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말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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