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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수능특집의 숨은트릭, 김태호의 숨바꼭질

by 라이터스하이 2011. 11. 9.

  무한도전 수능특집의 숨은트릭, 김태호의 숨바꼭질


가끔은 미디어를 흔들고, 때로는 뒤집어 버리는 소재로 논란을 쉴 새없이 불러일으킨 무한도전. 그러나 이런 파죽지세를 감싸고 있던 호평들이 금주 다소 예민한 '수능특집'이라는 소재로 호불호가 갈렸다. 씁쓸한 입맛을 남겼다로 대포되는 김태호의 실수라 꼬집었다. 고집스런 이 독불장군 PD와 무한도전 수능특집에 대한 반응에 혹시나 하며 역시나 잠자코만 있을 수 없는 'Job'을 가지신분들, 그들만의 기계적인 언론사를 향한 'B Job'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무도, 왜 선행학습을 조장했나" 짧고도 강한 기사의 제목이다. '리즘'이나 '시즘'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어울릴만하다. 초장부터 물음표를 삽입생략하고 조장이라는 논점의 가속화가 예상되는 내용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래봐야 '포털의 뜨내기 잡기의 미끼 제목'쯤으로 예상했건만, 바야흐로 조장에 완전 매몰되어 포털의 힘을 빌리면 충분한 여론몰이가 가능한 글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곧 메인에 노출되어 상당수가 밀물같이 몰려들어 썰을 풀고 지나갔다.

교육청의 선행학습 경각심에 대한 지하철 광고를 서두로 무한도전을 엮어 내려가는 기사의 필자는 엔터미디어의 한 기자. 각인시키기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얼마 전 엔터미디어에서 한 칼럼니스트의 활력을 주는 '무한도전 조정특집에 대한 글타래'와 달리 불편함이 까스활명수를 불렀다. 그러더니 슬슬 무한도전 수능특집에 대해 불편한 지적이 많다는 본론이 머리를 내밀었다.

주말 예능인 무한도전에서 선행학습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엘리트 학생들'을 모아놓고 쉽게 참여하지 못 할 어려운 난이도를 출제한 이유가 "조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제목과는 달리 마지막 구절엔 꼬리를 말아 "무한도전의 수능 특집이 조롱이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넌센스같은 몰센스도 잊지 않았다.

논리가 들어도 손사래를 칠만큼은 되어 보이는 이 논리정연한 글은 설득시키기에 좋은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고, 그 아래 달린 득실득실한 공감성의 댓글들도 어느정도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분명 '엘리트들의 향연' 같았던 무한도전 수능특집을 놓고 '선택과 정리'라는 관점과 욕심에서 보자면 입맛을 다시기 좋은 '조장'과 '조롱'이라는 두가지 보기일지 모른다.

기자의 말마따나 서울대 학생들이나 외고생들, 국제중 학생들, 사립 초등학생들의 등장, 거기에 특별 교육을 받았다는 유치원생들의 등장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거슬렸을 것이다. 끝 무렵에 이야기지만 무한도전 수능특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인물들이 바로 이 유치원생 아이들이었고, 결코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수능특집에서의 연출은 분명 찝찝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첫 번째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지적 수준은 이미 상상을 초월해 있었지만, 예전 밝은 아이들이라 불리던 아이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친구가 문제를 독식하려하자 옆에있던 친구는 2,000원으로 자신의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한다.

'돈과 기회가 직결되는 자본주의'에 아이들이 벌써 눈을 떴다는 현실의 메세지를 가장 충격적으로 보여준 장면을 배제하고 '과연 선행학습을 조장했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한번 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기자가 펼친 논리와 역행하는 김태호의 숨바꼭질은 아이들의 응원에서 본격적으로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구호. 따지고보면 재미는 없었던 응원전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구호들은 눈에 띈다. 대학생들의 "접수한다"를 시작으로 "갖겠어", "이긴다", 초등학생들마저 "방송분량 확보"를 외친다. 그들 스스로가 직면해있고, 승리를 강요받고 있는 것에 대한 가장 완벽한 표현이 아니었나 싶은데, 반전적인 것은 힘차 보이지는 않아았던 그저 동작에만 맞춘 응원이었다. 응원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지 자신없어 하던 아이도 물론 있었다.


춤. 특히 여중생 세명이 나와서 아이돌 댄스, 테크토닉(?)을 추었고,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아이돌의 군무를 보여주었지만, 가장 잘 어울리고 소녀답게 보였던 것은 역시 메뚜기춤이었다. 웨이브를 추던 여중생에 대한 멤버들의 화끈해하던 어른들의 반응과, 메뚜기 춤을 추고 난 어른들의 표정의 변화가 여중생들 댄스가 주는 작은 교훈이자 핵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던 메뚜기 춤을 뒤로하고 방송 초반부터 방송분량 확보를 강하게 외치며 아이돌스러웠던 아이들과의 응원전에 정준하는 무한도전 수능특집에서 판타지스타 안정환, 9회말의 오승환과 같은 카타르시스였다. 하나같이 아이돌 춤을 따라하던 애들보더 더 어리숙하지만 사람냄새나는 정준하의 투입, 웃기기 위해 투입되었을까?


정준하의 부끄럼타던 댄스가 하이라이트였다면 마무리는 역시 유치원 아이들의 해산장면이었다. "엄마~"를 외치며 손쌀같이 달려나가고 한 아이가 늦게 꾸벅하며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잠시 스쳐가는 장면이었지만, 가상이 아닌 인사성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인성교육의 현실에서 보기드문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은 분명했다.

상식과 지적 수준을 넘어 성숙함의 선마저 넘으며 '기회 비용을 지불하는 아이', '인정하기 싫겠지만 선정성 의상과 웨이브로 대표되는 어른들이 만든 획일화된 문화의 되물림', '지적 수준에 반비례하는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장면에서 조금의 반성은 말아먹더라도, 웃음에 무언가 조금 더 얹어주려 애쓰는 무한도전에게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기사를 낼만한 자격은 과연 있는지 되묻고 싶다.


마지막에 출연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유치원 아이들을 마지막에 두고 있지만, 김태호의 진정한 트릭과 가치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시작해 반대로 뒤집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나열해보면 무한도전 수능특집은 선행학습 조장이 아니라 어른들이 바로 아이들의 교육을 넘어 문화와 정신세계까지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하나같이 문제에 미쳐있지만 열정은 사라져가는 기계같은 초,중,고, 대 아이들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었다. 무한도전 수능특집에서 김태호 PD나 멤버들은 선행교육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여주려 애썼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자막이 적게 들어간 이유 또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해 준 결과였다.

물론 선행학습을 조장한 것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개인의 판단이고, 부모의 몫이다. 오히려 무한도전은 나아가 그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고,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책임감을 실어주며 나무보다 숲을 보게 해주었다. 수학자가 되겠다던 어린 아이에게 더이상 노홍철이라는 연예인은 유명인이 아니겠지만, 연예 문제를 섭렵하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있다'는 다양성, '그 사라져가는 독창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했던 특집이었다.

'무한도전 선행학습 조장'이라는 기사를 쓴 이 기자분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엔터미디어의 소중했던 마일리지는 마이너스가 되버렸다. 박명수가 귀여워 잡은 어린 아이의 손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유재석의 "뭐하시는 거예요?"가 더 이상 꿈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해지는 하루였고, 하하가 "밤은 두개 들었잖아요."가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길 바랬던 아쉬움은 더욱 컸다. 남이 한다고 따라하는 교육, 남이 벗는다고 따라벗는 아이돌, 하나같이 그 아이돌을 따라하는 학생들의 문화,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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