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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짝꿍, 찔린심장 하하살린 유재석의 영웅본색

by 라이터스하이 2011. 10. 30.

밸런스와 중심. 이번 주 무한도전 짝꿍특집을 보고서 떠오른 단어들이다 . 네티즌들의 광란의 타이핑질을 부르고있는 프로그램을 적절히 패러디, 채널고정의 요소로 적절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소위 무한도전 빠들이 헤어나오지 못하겠다는 전형적인 깨알웃음은 한 시간동안 리모컨을 찾지않게 만드는 시너지도 되는것 같이 느껴진다. 그에 그치지 않고 이 욕심많은 프로그램은 철저하고 촘촘한 구성으로 멤버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최근 이미지에도 중심을 잡아주려는 기분좋은 오지랖을 행사한다.

유재석의 방송분량은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 중에서도 눈에띄게 적었는데, 그에 반해 이번주 무한도전 짝꿍 특집에서 최대 수혜자는 단연 하하와 정준하였다. 정준하는 최근 결혼을 개그 소재로 이용하면서 웃음을 줬지만, 그 뒤에는 말 그대로 결혼 못하는 이미지도 함께 굳어졌다. 그런 정준하를 박명수와 하하를 적절히 엮으며 남자답고 듬직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우정촌의 연출이었다. 아무리 방송이라지만, 최근 정준하의 이미지와 개그코드를 보자면 결혼할 배우자와 친지들에게는 트집 잡을 것 없는 특집이었을 거다.

정준하가 시너지를 얻었다면 하하는 최근의 이미지를 반전시키기에 충분한 탈색이었다 생각된다. 하하는 얼마 전 런닝맨에서 "나대지 마라"로 대표되는 악플의 쓰나미를 겪었다. 쓰디쓴 돌팔매질에 나름 스마트하게 대처했다고는 생각되지만, 얼마 후 유느님의 추종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유재석 친구없어?"로 무한도전 게시판과 포털 기사의 지분율을 홀로 삼킨다. 심장을 찌르는 악플들이었다. 연달아 좋지않은 여론에 하하는 최근 무한도전 내에서도 이미지라면 가장 마일리지가 적은 친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예상키로는 무한도전 짝꿍특집의 낙오자는 재미없는 친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보기좋게 뒷통수를 얻어맞는다. 하하가 초반부터 우정촌의 낙오자가 되어버렸다. 정형돈에게 마음을 고백한 하하는 결국 두 번이나 퇴짜를 맞고, 초저녁부터 배낭을 짊어지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버림받은 친구가 되버린 것이다. 다정한 짝꿍들 사이에서 홀로 밥을 삼키던 하하는 정형돈과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에는 2:2의 감정의 타격으로 번지게 되는데.

정준하와 정형돈에 밀려 안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앉아있던 유재석이 영웅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밀리고있던 하하에게 따뜻한 어깨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무한상사에서 유재석을 개그소재로 하면서도 내내 불안함을 떨치치 못하던 하하였고, 결과적으로 마이너스가 되버린 그의 이미지를 반전시켜 주기에도 충분했다고 여겨진다. 유재석을 긁어서 만든 부스럼은 유재석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고, 유재석의 배려가 결국 하하를 건져낸 것이었다.

그 후에도 하하는 짐을싸서 떠나는 설정을 했지만, 유재석은 너털웃음으로 멀리 못나간다는 말로 해골CG를 만들며 깨알웃음을 선사한다. 그 상황에 마음상한 하하를 붙잡아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다큐가 되었을지도, 또 한번 진상의 반열로 올라설 수 있었던 하하였다. 결과는 그 반대였고, 떠나는 하하를 잡는것도 아닌 보내는것도 아닌 유재석의 이미지를 이용한 연출로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결과를 얻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네명이 다투던 장면은 하하뿐만 아니라 하하와 정형돈의 데이트에 힘을 실어주는 극중 중요한 요소로, 장가 못가는 이미지의 정준하를 듬직한 남자로 만드는 작용으로, 그 짧은 사이에 네명의 이야기가 모두 담긴 버릴 것 없는 영양가있는 장면이었다. 거기다가 재미없는 친구의 금강불괴도 한몫 거들었으니 말이다. 

냉정하게 하하는 제대 후 무한도전 내에서 그리 큰 임팩트를 구가하지 못했다. 상꼬맹이 이미지로 적절한 분량을 채우고 존재감을 살짝살짝 드러내고 있었지만,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인 방통위의 재미있는 경고로 자체 음소거를 하게 되었으니, 몇년 간 유지해오던 캐릭터가 증발해버린 상황이다. 두 번의 돌팔매질과 한 번의 폭탄을 맞은 하하에게는 악몽의 가을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불보듯 뻔한 작은 분량이라는 예상. 그 불안한 상황에 짝꿍특집에서 방황의 이미지로 적당한 방송분량과, 유재석을 찬양하며 하하에게 으르렁 이빨을 드러내고 있던 이들의 벽도 어느정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란 예상도 해보게 된다. 그간 멤버들의 이미지와 무한도전 내에서의 분량,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려는 노력들도 숱하게 볼 수 있었지만, 우정촌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무정이라는 이름하에 버려졌던 하하. 우정이라는 마음으로 하하에게 손을내민 유재석. 방통위의 경고에도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깨알웃음의 조각모음을 보여주는 무한도전의 치밀한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무한도전에 있어서 밸런스와 중심이라는 것은 결국 우정촌에서 그들처럼 모두가 웃을 수 있고, 따뜻해 질 수 있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오늘처럼 심장찔린 하하도, 영웅본색 유재석도, 모두가 시너지가 되어 에너지를 남기는 다음 특집을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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