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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홍카폭파에 숨은 의미 김태호의 반전연출

by 라이터스하이 2011. 9. 18.

 

지난 스피드 특집 1편에서 차량 3대를 폭파하여, 토요일 저녁 시청자를 흥분상태로 몰아넣었던 무한도전. 이어진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에서도 홍카로 보이는 '노홍철의 애마'를 폭파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시청자들은 폭발했고, 검색량도 폭발했습니다.

그중 "며칠 전 올림픽대로에서 여의도로 향하는 홍카를 목격했다, 홍카는 건재하다." 라던지 "폭파된 차량은 마티즈이고 노홍철의 홍카는 올 뉴 마티즈이다."라며 짧은 시간에 '홍카 폭파 장면이 연출된 것'이라는 가설들과 목격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무한도전과 김태호 PD가 노홍철의 애마인 홍카 폭파를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한도전 스피드특집, 홍카 폭파에 숨은 의미

아닌 게 아니라 이 번 무한도전 특집에서 홍카 폭파를 비롯한 다수의 차량 폭발은 김태호 PD라 하더라도 특히 과감성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에너지 특집을 말했던 무한도전이 차량폭발로 인해 생기는 환경오염은 왜 생각하지 않냐"는 쓴소리들도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연쇄 차량 폭발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무한도전을 되돌려 본다면 맹목적 블록버스터급 연출로 흥행만 노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뭘 말하고 싶었던 김태호PD일까요? 지난번 3대의 연쇄 폭발과 이번 주 홍카로 보이는 차량 폭발로 말입니다.
스피드 특집의 전체적인 틀을 과 장소들을 되짚어 본다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본다면 무한도전의 폭발 장면은 스피드 특집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미니버스와 1964년, 그리고 한강 르네상스 

스피드 특집의 초반부로 되돌아가 보면, 무한도전 멤버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등장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폭스바겐의 이 마이크로버스는 1949년부터 1967년까지 18년간 생산된 모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버스가 1964년식이라는 것입니다. 1964년은 에티오피아와 함께 우리나라가 대망의 수출 1억 달러의 성과를 낸 해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최단기간에 중진국으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1964년이었던 것이죠. 그 해에 태어난 미니버스를 타고 무한도전이 들렀던 장소들은 지금의 한강 르네상스란 이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경인운하와 개화동

가장 처음 등장한 건 정형돈의 집, 바로 개화동입니다. 개화동은 한강 르네상스, 경인운하의 중요 지역이라고 하죠. 인천시 서구 오류동 -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 까지가 경인운하의 사업구간입니다. 사진의 우측 하단 쪽이 방송에서 나왔던 의류함 뒤쪽 너머입니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정형돈의 집이 있던 개화동을 떠나며 김태호 PD는 "개화동 안녕"이라는 자막과 씁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경인운하와 난지 물류 재생센터

차량 3대가 연쇄 폭발했던 난지물류 재생센터 쪽으로 미니버스는 도착합니다. 난지 한강공원뿐만 아니라 이곳은 악취문제를 둘러싼 기피시설 등으로 고양시와 문제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역시 경인운하와 관련이 있는 요트 정박장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강대교

다음은 서강대교. 이곳 역시 크루즈호 통과를 위한 공사로 한강 다리가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으로 말들이 많은 곳입니다. 국제적 기준으로 크루즈호가 안전하게 항로폭을 통과하려면,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를 재건축해야 하는데, 5000톤급 선박이 하루 15회 이상 왕복하게 되면 1년에 1.6회 정도의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입니다. 

더 놀랐던 건 '자동차 아래쪽에 숨겨진 힌트들이 존재했다는 것'인데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던 메시지와, 자동차 아래가 바다를 연상케 하며 근처 한강에서 떼죽음 당했던 물고기들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시티 & 뉴타운

그 후 힌트를 얻어 찾아간 곳은 디지털 미디어시티 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4시 14분까지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실패를 했습니다. 4시 14분 무슨 의미일까요? 2010년 4월 14일은 서울시가 은평구 증산동 디지털 미디어시티역 입구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계획을 결정한 날입니다.

 

 

또한 유재석이 한 바퀴를 돌아서 나왔던 곳과 전철이 지나치던 증산과 새절역은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길을 헤매던 미니버스 안에서 카메라가 우측, 좌측을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비추게 되는데요, 마치 브라질의 빈부격차를 보는 듯 한 밸런스 잡히지 않은 극명한 개발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과잉개발의 결과

그 후 열쇠를 늦게 찾은 무한도전은 가방을 열지 못했죠. 4시 44분이라는 기분 나쁜 시간과 맞물리며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적지인 여의도 MBC 사옥 현장에 도착, 벤이 기다리고 있지만...
벤은 낚시였고 숨어있던 소형 승합차가 나타나죠. 작은 웃음을 주기 위해 벤을 미끼로 승합차를 준비했다기보다는, 스피드 특집에서 보여주었던 장소들의 시사성을 본다면, 겉은 외제차처럼 번지르 하지만 속은 비슷한, 실속 없는 개발에 대한 풍자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사람이 열쇠다

그리고 낙오된 박명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열쇠를 되찾습니다. 열쇠 없는 차는 결국 아무 소용이 없겠죠. 가방에 있던 열쇠에 인재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LPG 차량에 기름을 넣으라며 박명수를 보냈던 것이 아닌가 보이는데요. 결국 열심히 뛰던 박명수에게 열쇠가 건네 졌으니까요. 그것은 결국 목적을 위한 개발보다는 열심히 뛰는 사람이 개발이고 열쇠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홍카 폭파, 대형참사의 예고와 경고

내용들을 종합해봤을 때 홍카 폭파는 과잉개발로 인한 폐해, 그리고 숲을 보지 못하는 개발은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였죠. 멤버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던 것은 리얼도 리얼이지만, 스피드 특집에서 무한도전이 말하려는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경각심과 위험성에 대한 극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되돌려보면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1964년부터 지금까지 한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들의 폐단과 차량 폭발로 인한 미래의 참사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5300억 원을 들여 한강 르네상스를 했지만, 물은 썩고 물고기는 죽어가고 있으니까요.

 

 

한강의 기적은 흔히 알고 있는 개발독재 시대에 박정희라는 개인의 리더십에 의해서만 이룩된 것은 아닙니다. 정주영, 이병철 등 기업가들의 노력,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근면성실,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960년 우리나라에는 자원, 자본, 기술, 경험, 인프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사람만이 있었습니다.

홍카 폭파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만, 박명수에게 부여되었던 "사람이 열쇠다"라는 표현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던 스피드 특집이었습니다. 업적이나 성과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개발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스피드 특집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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