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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차량폭발-복선의 경고메세지, 그리고 라이어게임

by 라이터스하이 2011. 9. 4.

무한도전과 김태호 PD는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요? 이번 주 무한도전 스피드특집을 보던 시청자 모두가 깜짝 놀랐을 것 같은데요. 무한도전을 넘어 예능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블럭버스터급 차량폭발. 정말 누구도 상상 못 할 허를찌른 반전이었죠. 이 한 장면으로 9월 첫 주말 최고의 화두로 올라선 무한도전입니다. 그러나 이날 차량폭발 장면은 스케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한 복선의 경고메세지도 담고 있는 듯 보였는데요.


눈 앞에서 차량이 폭발해 기겁하는 무한도전 멤버들도, 시원하고 스케일 두둑한 장면이라 말하는 시청자들도, 결국에는 미니버스가 폭발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법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3대의 차량을 폭파한 것이 단지 말초를 건드리기 위한 흥행카드 였을까요? 제가 김태호 PD였고, 흥행이 목적이었다면 10대 정도를 연쇄폭발 시켰을 것 같습니다.


스피드특집을 시작한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운전하는 미니버스에 멤버들을 한 명씩 태워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로 출발했습니다. 그 와중에 재미있는 것이 버스정류장 표지판과 먹거리를 사오라는 미션이었습니다. 곧 다가올 추석, 귀향길을 떠날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을 선물과 대중교통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는데요.



멤버들이 미니버스에 모두 모여 달리기를 한참. 목적지에 도착하자 영문모를 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멤버들을 경악시킨 3대의 차량폭발에 이어 협박이 들려옵니다. "너희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에 특별한 장치를 하나 해놨어"라며 시속 70km/h 미터를 넘기면 폭탄은 자동으로 터진다고 말이죠.


실컷 차량폭발로 무한도전 멤버들을 경악시켜 놓은 뒤, 안전을 위해 장치를 해놓았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요? 영화 스피드가 속도를 늦추면 폭발하는 것과 반대로, 괴한은 속도를 올리면 미니버스는 폭발해 버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한도전과 김태호 PD가 보여준 무한도전 스피드특집의 차량폭발 장면에서 안전운행과 과속하지 말자는 내용의 메세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폭탄이 담겨있는 서류가장이 다른곳 아닌 정준하의 가방에서 나왔다는 것. 시트 아래, 미니버스 바닥 등 액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장기적인 몰입을 유발하려 했다면 더 없이 적합한 곳이었겠죠. 그런 곳을 놔두고 폭탄은 정준하의 가방에 숨겨두었는데요. 과속과 사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없이 찾아온다는 우연성과 의외성을 각인시켜 주기에 적합한 디테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차량 3대를 폭발시킨 폭탄은 주말 저녁을 시원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김태호 PD 특유의 작가적인 시각에서 나온 복선의 경고메세지로 보였습니다. 거기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적 리얼에서 나오는 표정으로 웃음까지 선사했으니 복선을 넘어 웃음, 스릴, 메세지를 모두 담은 1석 3조의 알뜰한 결과였습니다.


그간 보여준 김태호 PD의 메세지와 표현 방식을 늘 봐왔던 시청자들은 더 이상 놀랄 것이 뭐가 있을까? 했을법도 하지만 무한도전과 김태호 PD는 또 한 번 보기좋게 뒷통수에 시원한 안마를 선사해 주었는데요. 
라이어게임을 보는듯한 괴한의 목소리와 스피드를 보는듯한 전개. 전형적인 틀을 가져와 패러디로 보이기도 했지만, 김태호 PD는 그 알맹이를 모두 갈아엎어 버렸습니다. 

안전운행이라는 메세지하에 사람을 파멸시키던 라이어게임의 목소리는 "라이프게임"으로 등장했고, 승객들을 위협하던 스피드를 "슬로우"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더불어 웃음, 스릴, 메세지도 함께 넣으며 양장피를 먹는듯한 다채로움을 선사한 좋은 퀄리티의 패러디였고, 작은 디테일도 최대한 살리려는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의 노력이 뒷바침된 기분좋은 욕심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을 말씀드리면 2010년 1월에 iMBC 무한도전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라온 김영수라는 분의 글에, "무한도전에서
라이어게임을 보고싶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무한도전 스피드특집 후반부에 라이어게임을 암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하하의 "이 형이 범인이야!"라고 말하는 부분과, 안전운행 하라던 성우의 목소리가 더욱 확신을 가게 했는데요. 무한도전 스피드특집 2부에서는 명작인
라이어게임에 가까운 스릴러를 보여줄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됩니다. 서바이벌의 복제공장 속에서 묵묵히 수제품을 만들어내는 독불장군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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