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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라스, 박명수를 원톱만든 병풍 규현과 억지감동 노래방

by 라이터스하이 2011. 11. 3.


최근 주중 버라이어티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을 게스트로 픽업한다는 것은 대어를 낚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강호동마저 빠져버린 황금어장의 지금 흐름으로 보자면 빨때를 꽂아도 서너개는 꽂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젖히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현실화시켜버린 라스였는데. 어느새 버라이어티에 최적화 되버린 하하와 정형돈이라고 해도 그 씁쓸한 입맛을 숨기기는 힘들었던 이번 주 라디오스타였다.

다행히 유일하게 웃음의 맥을 쥐락펴락했던 박명수였고, 김구라의 독설과 맞물려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했지만, 시종일관 박명수의 뜬금포에 당황해하고 체념하는 김구라의 서브, 피펜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윤종신이야 평소 줏어먹는 개그로 방송분량을 챙겨 퇴근하는 스타일이라지만, VS 구도로 넘어가게 되면 게스트와 MC들간의 대결구도도 라스만의 조미료였는데, 방송 내내 방청객 모드로 일관한 규현은 아직 벤치멤버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사실 그다지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김희철을 넘어 신정환까지도 리마인드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주 라스에서 규현은 방송 내내 3-4개의 아나운서 같은 딱딱한 질문만 던져 늦은 밤 버라이어티에 분위기를 유난히 다운시켰다. 그 질문들 중 한가지에 박명수가 다시하라며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마저 받아먹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며 어떻게 다시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예능이 아니라 정말 다시 못할 것 같은 아이돌가수의 그냥 그것이었다. 김구라의 서브를 떠나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이라 이해하려 해도 규현은 라스에서 팔장을 끼고 소리없이 웃으며, 게스트로 나온 무도 맴버들에게 리액션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신정환의 불미스러운 연속적인 사건으로 인한 하차로 김희철이 들어왔다. 김희철은 초반 무수한 악플과 비난을 들었지만, 점차 자신만의 색깔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를 잡아가던 기억이 있다. 김희철이 꼭 잘해서가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에서 더욱 어필할 수 있었던 부분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규현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에너지도 노력도 볼 수 없었던 라디오스타였다. 녹화방송에서마저 저 정도라면 현장에서는 과연 얼마나 맥을 잘라먹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적응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게 만들었던 규현의 병풍역활과 더불어, 생뚱맞은 노래방이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라스에서 노래하는 무대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고품격 노래방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이 번 코너는 시작하자마자 슬픈 이야기를 대놓고 썰을 풀기 시작한다. 아마 무릎팍 도사에서 둥지를 잃은 제작진들의 코너로 예상은 되지만, 라디오스타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해도 독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였다.

고품격 노래방을 시작하자마자 하하부터 시작한 슬픈이야기는 잘 보던 개그콘서트에 인간극장을 갑자기 믹스해버린 듯 한 느낌을 준다. 아니 사실 MC들만 똑같을뿐 '이게 무슨 라디오스타인가? 생각하게끔 만드는 생뚱맞은 코너삽입니다. 제작자들의 밥그릇을 무작정 걷어 차버리라는 말도 아니지만, 이번 주의 라디오스타의 이런식의 전개는 기존에 5분, 10분 방송되던 그 시절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슬픈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 좋고, 노래부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끼워팔지는 말자. 라디오스타가 갖고있던 색깔에 굳이 억지감동을 주는 노래방을 끼워넣어 라디오스타를 비디오스타로 만들어 버리는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라디오스타의 색깔이 워싱되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꼈던 금주 방송이었다. "슬픈 이야기 하는건가 봐."라던 박명수의 개그가 있었기에 조금은 위화감이 희석될 수 있었고, 무한도전 멤버들로 인해 새 코너에 그나마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디오스타는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길게도 살아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라디오스타만의 고유 색깔이 분명 있었고, 그만의 재미가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리액션조차 시도하지 않고 병풍을 자처하고 있는 규현뿐만 아니라, 라디오스타와 차별성을 조금 두는 새 코너로 라디오스타만의 색깔을 탈색시키는 일또한 그리 달갑지 않다. 황금어장이 여론을 무시하고 반론을 씹어먹는다면, 그토록 결국 죽일놈이라 외쳐대던 신정환을 다시 찾게되는 또 다른 여론,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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