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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샐러리맨 초한지, 장르는 개척 멜로는 패착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3.
 

보자, 몇 번째 보는 로맨틱코미디였더라? 대한민국 안방에서 로맨틱코미디면 언니가 스토리를 꿰고있고 막내동생은 남자주인공의 고백 타이밍마저 맞춘다는 장르 아니야? SBS의 새 로맨틱코미디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는 동안 낯간지럽고 민망한 장면들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최근 드라마에서 흔치않게 매력적이고 새로운 스릴러와 코미디를 조합했다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다소 약소했다.

보는 내내 몇 가지 질문들이 돌아다녔으니. "로맨틱은 어디간거지?"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신데랄라 스토리의 판도를 뒤엎을 듯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란 수식어의 결과물은 어디에 있지? 이범수의 코믹 연기에 스피디한 편집의 샐러리맨 초한지가 재밌어 죽겠다는 형과 언니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샐러리맨 초한지속 스토리의 개연성, 그러니까 온갖 접속사마다 코믹 전류를 흘려보내 샐러리맨 초한지는 스타일리쉬한 코믹 스킬의 필름안에 갇힌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다. 로맨틱코미디의 포화제국에서 샐러리맨 초한지가 선택한 마스터키는 오글거림과 코믹의 적절한 믹스였다는 걸, 또한 그것이 흥행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보스를 지켜라에서 나약하고 섬세한 지성을, 놀만큼 논 보스의 조력자 최강희를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샐러리맨 초한지의 이범수는 지나치게 후줄근하지만 곧 호탕한 웃음과 특유의 사람냄새를 잘 섞은 유방을 소화시킨다. 긴장되는 멘트였던 "시치미 떼지 마유"는 이 생소할 수 있는 장르의 드라마를 모두가 편안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에 기대한 것은 웃음기 더해진 황당항 두 주인공의 첫 만남이 아니라, 진짜 만남같은 만남의 첫만남이었다. 기술적으로도 만족스러웠으니 주연들의 첫 만남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개그 코드가 아닌 신선한 분위기를 시도할 것 같았지만, 제작진에게 샐러리맨 초한지는 로맨틱보다 코미디였나 보다. 오래 전부터 한국형 로맨틱코미디의 단점으로 치명적이었던 뻔한 전개와 뻔뻔한 설정을 나름 탈피했다고 여긴 샐러리맨 초한지는 노골적인 일관성의 유방과 여치의 첫 만남에서 클리쉐에 개그만 섞인 황당 시추에이션이 되버렸다.

"큰일날 뻔 했슈" 장면에선 오글거림 속으로 완전히 걸어 들어가버렸다. 이범수가 정려원을 앞에 두고도 모르는 장면을 보고 '극적이다'라며 다들 우수에 젖어있었나? 샐러리맨 초한지의 맬로는 웃기기만 하다. 첫 장면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완급조절은 어디로 갔을까? 모델처럼 워킹하며 진공청소기 같은 눈빛으로 "너도 나한테 반했냐?"라는 오글종결 드라마가 주는 데미지에 비하면 적절한 조합이라 느껴질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전형적인 로맨틱 신데렐라 스토리 안에 갖출 것 다 갖춘 공주와 보잘 것 없는 측은한 왕자가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마트에서 1+1인줄 알고 샀는데 집에 가 뜯어보니 '사은품'이라고 적힌 것 같은 느낌이다. 클리쉐도 있지만 동시에 파격적이기도 하고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고 거침없기도 한 것이 새로운 장르의 강점 아닌가? 2012년 새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멜로'는 충전을 할만큼 한 잉크처럼 보인다. 복습을 좋아하는 시청자를 향한 최후의 기대치라고 한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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