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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유재석 폭풍매너, 과도한 수식어는 안티팬의 도화선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0.

"유재석 폭풍매너"라는 기사가 똑같은 이름으로 수십개 댓글처럼 달려있는 포털의 뉴스 카테고리. 마치 중국에서 넘어온 OEM을 연상시킨다. 무슨 일인고하니 지난 9일 방송된 런닝맨에서 송지효에게 모자를 벗어준 유재석의 매너가 돋보였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유재석은 해피투게더에서 날아오는 물로부터 게스트를 보호해 주는 모습, 시상식에서 후배 개그맨들을 위한 소감 등으로 배려가 깊은 MC로서 인정받아 왔다. 한결같은 배려심이 돋보이는 연예인이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도 오늘날의 "유재석 폭풍매너"란 기사의 수식어의 누적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그를 지지하거나 좋은 이미지를 갖고있는 팬들에게는 "또 배려를 했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역으로 뒤집어보면 별 생각 없는 여론에게는 과도한 수식어를 남발한 몰개성의 맹목적 띄우기로 들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닌 몇년 째 같은 패턴의 기사들로 포털이 잠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금일 "유재석 폭풍매너"란 제목으로 이루어진 기사들의 출처는 다음 텔존의 한 팬이 올린 사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웃지만은 못하게 만든다. "유재석 폭풍매너"란 앞의 주어는 모두 똑같고 뒷부분만 다른 이 기사들이 한 명의 팬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마치 기자들이 키워드를 만들어 포털을 잠식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만 같은 모습이고, 사실도 그랬다.

"기자가 말이야, 발로 안뛰고 말이야"라는 말은 구시대적 발상이라 하지만 기사들의 내용을 보니 역시나 안타깝기 그지없는 배끼기에 불과했다. 유재석에게 나름 좋은 이미지를 갖고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반대의 입장이라 생각하고 다른 기사들을 읽어보았다. 사실 조금 오글거렸다. 과연 이런 기사가 '유재석 폭풍매너'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일까? 꼭 붙여야만 할까? "유재석 따뜻한 매너"란 문장은 이제 신조어 아닌 구조어일까?

인터넷 기사들의 속도전과 인스턴트성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같은 제목 같은 내용의 수십, 수백개 기사는 보는 입장에 따라 마치 아이돌 스타들의 그림자인 팬덤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이런 기사들일수록 악성 댓글과 반감의 메아리가 더 클뿐더러, 돈 받고 써주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키우는 일등공신이다. 그와 더불어 자극적인 타이틀에 비해 건조하고 가쉽성의 내용에 의해 생기는 박탈감은 그들이 좋아하는 "폭풍분노"를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SNS가 새로운 매체로 떠오른 지금이라 하지만 인터넷 기사의 객관성을 담보로 한 신뢰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지금이다. 필자 또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 수가 포털의 기사로부터 시작하는 글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기사가 가지는 원초적인 파워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SNS로 대표되는 여론의 출발점에 있는 언론들의 퀄리티와 객관성이 어디까지 떨어져 "유재석 폭풍매너" 같은 기사를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다. SNS의 140글자도, 블로거의 장문의 포스팅도 그렇다. 어느 글에도 반박, 또는 비방의 댓글과 의견들이 소통될 수 있다. 그러나 기사는 조금 다르다. 매번 같은 기사가 타임라인을 지배하고 같은 제목과 수식어가 올라오게 되면 소비자의 다양성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공산당도 아닌데 같은 기사속에 파묻혀 살고있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댓글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이제 그마저도 광고를 달아놓고 즐기고 있는 기사들. "유재석 폭풍매너"란 기사들 또한 그런 정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여자 아나운서 한 명이 스캔들이 나고 몇 일 지나지 않아 자살을 해버렸다. 물론 비난섞인 여론의 악플이 주 원인이라 생각하지만 그 출발점은 쏟아지는 기사의 휘발성에서 시작되었다.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기사지만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고 느꼈다.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언론의 나비효과는 단연 부풀리기부터 시작된다. 과도한 수식어 또한 그런 맥락에서 제 3의 피해자를, 안티팬을 생성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설마 기사가 거짓말을"로 시작하는 기득권이라는 신뢰를 입게된다면 유재석이란 국민MC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파괴력을 남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유재석이 모자를 씌우는 게 아닌 지하철에서 할머니의 짐이라도 들어준 사진이 찍힌다면 어떤 수식어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매너라는 것과 배려라는 것은 아무리 보고 들어도 기분좋은 것이다. 연예계의 자주 볼 수 없는 이런 소식에 같은 공자에서 찍어낸 같은 수식어의 제목과 글들로 식상하게, 반감스럽게 만들지 말자. 유일하게 하나있지만 '안티카페로서의 그 어떤 목적도 찾을 수 없었다'는 유재석의 안티카페마저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도화선, '폭풍수식어'를 격하게 애용하는 당신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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