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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스티비원더가 선택한 나얼, 원더걸스의 국제망신 한방에 잠재우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20.


조금 심한 낚시 기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스티비원더가 나얼에게 곡을 선물한다고 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다. 오래 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다는 그 사실만큼이나 꿈같은 일인 것 같다. 거기에 스티비원더가 아시아 가수에게 곡을 주는 일 또한 사상 처음있는 일이기에 너스레를 떤다고 해도 이상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미국 현지에서 스티비원더를 만나 2월쯤 녹음작업까지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하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지난 드렁큰 타이거의 <Monster> 앨범에 피쳐링을 해주고 갔던 '라킴'에 이어 이번 '스티비원더'의 나얼 러브콜은 개인적으로도 너무 뿌듯한 결과다. 숨은 고수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얼같은 가수가 그 동안 얼마나 묻혀있었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가요계에 회의적인 느낌도 지울수가 없지만, 그래서 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해야할 것이다. 원더걸스가 몇 년 동안 미국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좀처럼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있는 지금이다. 그와 반면에 나얼은 스티비원더가 내한공연 당시에 나얼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아 곡까지 선물한다.

 몇 년 동안 밑빠진 독처럼 투자만 하면서 멤버들의 잇다른 탈퇴와 눈물을 만든 JYP의 행보와는 그 시작부터가 분명 다르다. 결국 실력이 바탕이 된 소울있는 가수의 준비된 목소리. 그것이 곧 진정성이고 마음을 움직을 수 있다는 것을 스티비원더가 알려준 것이다. 길거리에 나가 홍보를 하고 TV쇼나 드라마에 출연해 얼굴을 어떻게든 알리려 애쓰는 원더걸스의 지금 모습을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뿐이다. 마이클잭슨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세계 3대 프로듀서 중 한명이라 불리는 테디라일리가 "원더걸스는 망했다"라고 말했을 때, 원더걸스는 노이즈마케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맙다고 할것이 아니라, 실력자의 시선과 조언이라 생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야 걸그룹이나 아이돌 팬덤의 힘이 막강하기에 유명 프로듀서의 말 한마디에 이슈가 되고 홍보가 되지만, 미국은 한 번 이미지가 무너지면 그걸로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지는 곧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레이디가가의 곡을 듣고 마돈나가 자기의 곡을 잘 해석했다며 간접적으로 표절을 언급하며 디스를 한 사건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테디라일리의 발언이 홍보는 될지 모르겠지만, 알리는 순간 동시에 패자의 낙인도 찍힌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망했다는 말에 그들 스스로가 웃을 수 있다면 농담이지만 웃을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야 어찌되었던 스티비원더의 나얼 러브콜 하나만으로 밝혀진것은 실력이 있으면 안방에서도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물론 나얼의 타고난 재능은 무시할 수 없지만, 가수가 해야할 것은 홍보나 마케팅이 아닌, 연습이라는 것은 분명해진 셈이다. 어떻게든 알려보려 전단지를 돌리고 TV에 기웃거리던 원더걸스, 공중파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노출이 적은 나얼. 두 가수들을 오버랩시키니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원더걸스가 더 인기가 많다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만.

적어도 가수라면 노래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도 미국시장이다. 'Hello Goodbye Hello'로 빌보드 40위 권에 진입한 '김범수'나 '스컬'의 사례들만 보아도 어느정도 증명된 셈이다. 원더걸스는 겉돌고 있다. 박진영은 매번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지금도 저작권으로 분쟁을 겪고있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한 2DT마저 표절시비에 발목을 잡힌 것만 보아도 아티스트로서의 자기반성보다는 어떻게는 단기적인 성과에 촛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원더걸스의 색깔이 어떤 색인지도 모를 정도로 앨범마다 곡 스타일하며 하나 둘 바뀌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이런 표절논란에 더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나얼은 R&B 또는 소울로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스스로 하고싶은 음악을 위해 급격하게 장르를 바꾸거나 소위 주류라 일컫는 메이저 기획사에 대한 욕심도 크게 부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거대한 팬덤에 무릎꿇지 않았던 두터운 매니아층을 항상 거느리고 있었지만, 원치않게도 숨은 고수가 되어야 했을 뿐이다. 테디라일리의 "원더걸스는 망했다"라는 발언 하나가 국제적인 망신이 될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는 들어주겠지, 인정해 주겠지하는 고집스러움이 정말 망신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좋은 컨텐츠를 주지 못하는 아티스트와 가수가 발전이 없다면 그보다 더한 굴욕도 없을테니까.

원더걸스는 미국 내 한국아이돌의 대표라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이다. 매스컴에 잦은 노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평가는 무척이나 절망적이다. 그들의 노력은 아름답지만 그 방향성과 고집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 말하고싶다. 박진영이 무릎팍 도사에 나와 말했던 "꼭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 매번 표절시비가 붙고 음악과 스타일마저 미국식으로 탈바꿈 시켜버린 박진영과 원더걸스에게는 더 이상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묵묵히 하고싶은 음악을 소리없이 해왔던 나얼같은 가수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같다. "아직 나얼 스티비원더 녹음이 진행되거나 구체적인 사항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한 나얼측의 겸손도 JYP에게 필요한 지금이다. 테디라일리의 발언으로 구겨진 국내 가요계의 자존심. 25차례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하고, 1993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 1989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각각 헌액된 살아있는 전설 스티비원더가 살려주었다. 양심이 있다면 나얼에게 조금이나마 고맙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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