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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김경호, 스키니를 벗지 못하는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4.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금지된 사랑>,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 <너를 사랑해> 아직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김경호의 히트곡들. 고교시절, 꽤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스키니를 입고 등장한 김경호'는 이미 아이돌을 능가하는 우상에 가까운 존재였다. 송곳같은 고음은 어린 청중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했고, 마이크를 찢을 듯한 클라이막스의 샤우팅은 성대모사조차 불가능했지만, 그 시절 스트레스 해소의 또 다른 루트로써 충분했다.


 지금의 세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의 웨이브나 셔플댄스에 "오~!"를 외친다면, 12년 전 그 때는 김경호의 타이틀곡을 비슷하게만 불러내도 "와~!"라는 반응이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클럽댄스, 일렉트로닉 등 귀와 눈을 자극하고 중독성을 격하게 유발하는 지금의 밥상과 비교하자면 차린 것 없는 일상일지도. 그래도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이자면 그 때는 김경호를 시작으로 박완규, 김상민, 얀, 주니퍼, 플라워 등. 락발라드란 반찬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있었다. 너무 오래된 얘긴가?

'대한민국 <Rock> 전설들의 퇴보'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보는대로 느끼고, 듣는대로 생각했던 그 시절에도 김경호를 듣고 따라해 보이겠다는 오기가 어린 친구들의 성대를 유난히 괴롭혔던 것 같다. 도전이라 하기에도 무리수에 가까웠던 친구들의 샤우팅이 노래방 사장님의 백발머리를 유난히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때였다. 이런 김경호의 샤우팅 임팩트, 락커들의 헤드뱅잉 이펙트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만나면서 흐르는 강물처럼 떠내려갔고, 공중파에서마저 패자의 역습을 기대하기란 너무도 힘겨웠 졌다.


 공연장이 아닌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을 보고, 세바퀴에서 신대철과 백두산을 만났을 때, 반갑기도 했지만 누가 그들을 저렇게 만들었나 하는 충격. 소리없는 총격적에서 퇴보되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만감이 스쳐갔다. 팬이라는 권리만 내세웠지 공연장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았다면 하는 반성도 함께였다.

'전설들의 귀환과 김경호의 또 다른 시작'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예상외의 결과들이 영웅들의 귀한을 이끌고 있었다. 부활의 공연이 국민할매의 나비효과에 힘을 받기 시작했고, 조금 여유가 생긴 김태원은 국민싸가지 박완규의 컴백을 환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있는 욕 없는 욕 다 줏어담으며 "올 한해는 김태원씨의 한 해가 될겁니다."라며 오늘날의 김태원을 있게 한 김구라에게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기분좋은 오지랖에 정점을 찍은 것은 다름아닌 김경호의 나가수 출연이었다. 이미 YB와 자우림이 다녀갔지만 김경호의 컴백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있었다. 나가수에 출연해 '대중적인 이미지라는 훈장'을 받고 간 자우림과 YB. 팬층에 있어서 이들은 이미 나름의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었고, 남은 숙제인 대중적인 이미지를 잘 얻어간 케이스였다.

반면 김경호는 이들보다 매니아층이 넓지만 두텁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윤도현이 MC로, 김윤아가 심사위원으로 공중파의 시너지를 얻었지만 김경호는 "많은 사랑을 받았었던"의 출발점에서 에너지 하나로 나가수를 시작했을 뿐이었다. 거기에 전형적인 싱어송라이터도 아니었으니, 인지도는 높지만 다녀간 그들과 비교했을 때는 분명 더 힘든 나가수였다.

드디어 1라운드의 종이울리고 김경호는 추억이 된 히트곡들을 불러제끼기 시작했다. "이 맛에 나가수 본다"며 짜릿했고, 찌릿했다. 그러나 나가수 무대가 그리 쉬운가? 발라드의 신(개인적으로 귀재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김연우가 광탈했고, 장혜진마저 명예졸업을 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그런 곳이다.이 후 가수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에서 <김경호는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불렀고, 4위를 기록했다. 순위를 떠나 김경호의 창법이 노래에 제대로 녹아들어가지 못한 탓이었는지 조용필을 비롯해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던 무대였다.

'김경호식 <Rock> 의 진화와 논란'
나가수와 함께 한 없이 높아져있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생각한다면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왠걸? 일주일 뒤, <못 찾겠다 꾀꼬리>의 본경연으로 김경호는 보란듯이 1위를 가져갔다. 변화에는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15년이 훨씬 넘도록 익숙해져있는 바이브레이션을 고쳐나왔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그리고 또 한번의 1위를 안겨준 '<이유같지 않은 이유>는 예고편에 불과했다'라고 말하듯 '김경호식 국민언니 댄스'가 <Hey Hey Hey>에서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청중들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지만 한켠으로는 "김경호가 왜?", "굳이 춤까지 춰야하나?"라는 '배신감류'의 감정이 더 컸다. 노래 하나만으로도 아이돌가수 못지않았던 김경호. 그 과거에만 사로잡혀있는 한 팬의 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과거 김경호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폭언을 해 2년동안 연락두절이었다던 박완규의 만류에 저절로 끄덕거려진 것도 사실이었다.

비유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해병대끼리는 길가다가도 필승을 외치듯, 그들만의 음악적인 자존심과 선배들을 바라보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배고픈 후배들. 그것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박완규의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2살 위인 김경호에게 박완규가 좀 심하긴 했다만. 이렇듯 좋던 나쁘던 혼란스러웠던 김경호의 춤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것은 의외의 곡선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CHANGE or CHALLENGE'
<못 찾겠다 꾀꼬리>, <이유같지 않은 이유>, <Hey Hey Hey>,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김경호가 1위를 가져간 곡들. 지금까지 빠른 템포에 락 색깔이 강했던 4번의 무대 모두 1위를 가져갔다. '어떻게하면 1위에 가까워 질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답이 김경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결과를 내지못한 <내 눈물모아-5위>, <찻잔-4위>, <사랑 안 해-4위>를 선택하면서 발라드에 대한 도전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춤을 왜 출까?, '부르고 싶은 곡의 미션이 나올 때마다 발라드를 왜 포기하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나가수는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과 동시에 평가받는 자리다.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 주는 것 또한 어찌보면 사명이고 숙명이다. 이미 4번의 1위라는 대업을 달성한 것은 김경호가 그것에 다가갔다는 반증이 되고도 남는다. 그동안 보여준 그의 무대에는 춤도 있었고, 랩(feat. Bizzy)도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김경호의 색깔이 있었다.

앞으로 김경호가 랩을 할지 웨이브를 할지 모르겠지만, 김경호라는 베이스에 트레디한 페이소스를 잘 섞어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아직은 김경호가 락커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수트를 입어도 바지는 스키니, 발라드를 불러도 2절은 강한 샤우팅. 락에 대한 정의가 당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김경호가 김경호를 버리지 않았다는 일관성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따지고보면 샤우팅 하나만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고, 언제든 흥행이 보장된다면 굳이 춤을 출 이유도, 발라드를 선택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변했다. 락커가 웃기기도 하고, 춤도 춘다. 대중들은 한 사람에게 많은 것을 뽑아먹기를 원하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박완규와 여러 팬들에게는 플랜B로 비춰질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만드는 필살기가 되는것이 지금이다.

'김경호가 스키니를 벗지 못하는 이유'
김경호가 말했 듯 박완규와 생각하는 스타일의 차이인지, 또는 가치관이 달라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김경호의 이런 시도들이 아이돌뿐만 아니라 락커도 춤출 수 있고, 웃길 수 있구나 하는 대중들의 오픈마인드. 이런 긍정적인 면도 볼 수 있는 시선 또한 필요한 지금이 아닐까 싶다. 임재범은 가족을 위해 자존심을 버렸고, 김태원 또한 변화에 몸을 맡겼다. 그렇다고 그들이 락을 버린것은 아니다. 예능도 출연하지만 전보다 더 많은 공연을 하고있다. 락을 모르던 사람들도 선입견을 버리고 설레는 마음에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이런 기분좋은 현상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흔히들 말하는 락의 부흥을 또 다시 가져다 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경호 역시 마찬가지다. 나가수의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김경호의 나가수 무대를 본 사람들이 인디밴드의 헤드뱅잉에 걸음을 멈출수도, 예전처럼 대학축제 라인업의 첫 번째 게스트로 밴드가 오르게 되는 초석,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경호란 락커가 비록 춤은 추지만 스키니는 벗지 못하는 이유, 그곳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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