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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박수도 거부한 박완규의 헌정무대를 모욕한 현아

by 라이터스하이 2012. 5. 28.

지금까지 나가수 출연자들의 무대를 한번 돌이켜보자. 하나같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마지막 무대에서 그들 모두가 여유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파격적인 선곡이나 도전을 버리고 말 그대로 '나 다움'을 잘 보여줬었던 것이다. 방금 전, 5월의 가수전에 올라 나가수를 쓸어버린 박완규 역시 그랬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그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곡. 박완규와 그리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아마도 김광석의 노래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도 무겁고 웅장한 소리의 겉옷을 입은 박완규는 노래를 끝마칠즈음 승천하고 있었다. 슬픔을 안고 하늘을 오르는 영혼의 메아리가 박완규의 눈에 이슬처럼 맺혀있었다.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노래에 담긴 아픔과 시린 한을 생각한다면...

사심없이 들어달라던 박완규의 이 노래는 정호승  시인의 시로 5.18의 한을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기에 박완규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처럼 나가수의 앵콜을 보지 않지만 유난히 깊은 울림을 준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의 앵콜을 놓치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반주가 울려 퍼지고 박완규는 손목의 흰 띄를 공중으로 띄워 보냈다. 순간 화면이 바뀌고 청중석에 있던 현아의 모습이 비춰졌다. 아마 박완규의 그 액션 하나에 빵 터진 듯 옆의 동료가수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카메라를 인식했던지 약간의 재치에 예능감을 섞어 웃음으로 마무리지어 보였다. 


순간 뒤통수라도 후려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마다 곡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고는 하지 그래도 가수라 불리는 것이 현아와 그들 아닌가? 박완규가 두른 손목의 띠는 민주화 투쟁을 하던 투사들의 머리띠 정도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의상이나 소품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준 것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감싸려는 박완규의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새장에 구속된 새를 날리는 듯 한 박완규의 그 퍼포먼스 하나도 곡에 대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손목의 띄가 제대로 하늘을 날지 못해서 그리도 빵터져버린 현아일까? 부치지 않은 편지의 곡의 의미를 모른다 하더라도 최소한 선배에 대한 작은 예의가 정말 아쉬운 장면이었다. 예로 영화배우들은 영화의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몇개월 전부터 다른 인생을 산다. 5월의 가수전에 나선 박완규 또한 시작전부터 씁쓸한 느낌을 주면서 곡몰입에도 크게 시너지가 됐다. 같은 가수라는 직업이라면 선배 가수의 저런 모습에 본 받을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완규는 5월의 가수로 선정되고 매니저들이 박수로 축하하자 조용히 시키며 박수를 막아버렸다. 그 자체만으로도 박완규에게 이곡은 그만큼 큰 무게의 곡이고, 박수 받으려고 부른 노래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이 곡을 대하려 애쓰는가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의 한과 무게감을 알기에 그가 1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가벼운 예능이 대세하지만 어쨌거나 음악이 중요시되는 나가수 무대에서 마치 시상식에 온 듯한 두 사람의 짧은 몇초는 아이돌 가수들의 개념에 대해 리마인드 하게 만든다.


진한 일렉의 소리마저 울부짖음으로 들렸던 부치지 않은 편지의 박완규 퍼포먼스가 그녀들에게는 봉산탈춤 정도로 보였던걸까? 박수마저 거부해가며 헌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박완규의 무대에 모욕을 제대로 시전한 아이돌의 무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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