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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 & Issue

인격살인 당한 MC몽의 슬픈무죄, 그리고 유죄추정의 원칙

by 라이터스하이 2012. 5. 25.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 무죄추정의 원칙,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 -


보다시피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것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고귀한 헌법을 두고 이상적인 법이라는 의견들도 꽤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 꽤나 떠들썩했던 타블로 사건, 검사 측과 2년간의 긴 줄다리기를 이제 겨우 끝마친 MC몽 사건을 놓고 보자면 말이다. 혹자들은 "일반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겠지만, 연예인이나 정치인같이 대중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외라고도 말한다. 법원에서는 판결을 무죄로 할 수 있지만, 대중들이 유죄로 판단한다면 그걸로 끝인 게 그분들의 숙명"이라고.


만인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할 이 법칙. 과연 연예인이나 정치인들, 흔히 공인들은 인권이 없는 것일까? 그들은 직업의 특성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여론이 지배적인 것인지 오히려 그들은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 소송이라는 것이 누구나 진행할 수 있지만, 소송을 건 일방의 인터뷰나 통화 내용을 그대로 흘려보니 연예인이라는 한 인격체를 유죄로 만들어 소위 인격살인을 도모해 버렸다. 마녀사냥이란 단어로도 설명하기 벅착, 말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MC몽이 명백한 무죄인가? 물론 아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병역 기피에 있어서는 무죄, 병역 연기에 대해서는 공무집행 방해죄를 받았다. 많은 사람이 의혹을 제기한 공무원 시험과 기타 등등의 연유로 입대를 미루었던 것에 대한 판결로 보여진다. 일정 부분에 있어서 죄가 인정되었고 어쨌거나 MC몽은 징역을 받은 죄인이다. 하지만 MC몽은 이미 2년 전부터 여론과 국민들에게 범죄자였다. 코너에 몰려 검사와 언론 그리고 국민들에게 린치를 당하던 그 시간부터 유죄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쩌면 평생 못 벌어날지도 모른다. 병역 기피에 대해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아니면 말고"에 입각한 끝판 왕, 바로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좀 나가던 한 가수의 인생이 가루가 되는 건 신경쓰지 않는 그들 말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의 이 트렌드 비스무리 한 시추에이션의 굴레를 해결하기도 전에 "헌법이 썩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냐"를 던질 자격이 있을까? 설령 이런 문제를 해결했더 하더라도 훗날 "가해자 인권을 보호해 줘야 할 이유는 없다"란 말이나 나오지 않는다면 다행일테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당신을 보호하고, 경찰과 검찰의 막나가는 수사를 방지하는 효과도 함께 있는것이다. 이 작은 원칙부터 제대로 지켜야 법이 공정하지 않을까?



이런 유죄추정의 원칙이 단지 여론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제 자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금되 피눈물의 옥살이를 한 평범한 회사원의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었다. 사투끝에 어렵사리 무죄를 입증받았지만, 이 남자는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2년이 더 필요했다. 검찰의 항소 때문이었다. 한 때 검찰의 항소와 상고는 관행이었다고 한다. 검찰 출신인 백형구 변호사는 "최근에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무죄 판결이 나거나 선고된 형량이 구형한 것의 절반에 못 미치면 검사가 무조건 항소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검사의 자존심 때문에 피고인의 고통이 불필요하게 오래 계속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일수 고려대 법학교수는 "1심과 2심에서 증거 조사가 모두 끝이 나고 검찰과 법원 사이에 있어서 법적인 견해 차이가 모두 드러난 상황에도 검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고하는 경우가 있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었는데. 유독 여론뿐만 아니라 검사마저도 무죄추정의 대원칙보다 개인의 커리어와 프라이드가 우선시 되고 있는게 현실인 것이다. 여론의 섣부른 각인, 검사의 집착, 여론몰이 언론의 3박자가 모두 잘 맞아 떨어진 것이 왠지 MC몽 사건과도 일정부분 닮아있어 씁쓸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개인의 사안에 따라 적용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도 관철되어야 할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그리고 한 번 붕괴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MC몽 사건을 보면서 또 한번 느껴진 아쉬움이다. 무죄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미 인격살인을 당했고, 또 앞으로 수 없이 겪을 MC몽의 무죄는 허울뿐인 슬픈무죄에 불과해 보인다. MC몽은 잘하지 않았다. 잘못했다. 하지만 유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인격살인을 일삼는 나몰라라 여론보다 무섭지는 않다. 적어도 MC몽은 죗값은 치루지만 그들은 형태도 없이 나타나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킬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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