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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정글의법칙] 김병만의 리키가 PD에게 분노한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2. 7. 2.

 

시즌 1의 아쉬움도 잠시. 쉼표를 한 번 찍은 정글의 법칙 시즌 2는 이미 안정권을 넘어선 듯 하다. 누가 그랬던가? 박명할 포맷이라고. 절체절명의 위기조차 비켜가 버린 정글의 법칙이다. 변칙적인 포맷도, 맷집 좋은 꽃미남도 즐비하지 않은 정글의 법칙. 이들의 무기는 애초에 상식 이상의 무모함과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연기자들의 집념에서 나온 것이었다. "포맷은 개나 줘버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만큼 연기자들의 상황 하나하나가 시청률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김병만의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이미 설명된다.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의 새파란 오지 어디에서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를 현지 최적화시키고 있는 김병만족. 얄팍한 모기는 친구삼고, 높은 나무는 엘리베이터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지경, 이 만큼의 경지에 오른 연기자들과 달리 정글의 법칙 PD와 제작진은 그렇지 못하는 듯하다.

 

 7월 1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초반부. 언제나 궁핍한 병만족의 아침식사로 새우가 보였다. 역시 김병만 족장이 잠 안자고 잡아온 것이었다. 새우를 굽고있는 리키와 김병만을 향해 정글의 법칙 PD의 한마디. "아니, 병만씨는 너무 빨라요. 카메라로 찍을 때 좀 잡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들은 리키의 눈이 매처럼 변해버렸다.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카메라까지 기다리면 놓쳐요." 이 짧은 몇 분이 정글의 법칙을 만들고있는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입장과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김병만이 새우를 잡는 순간을 놓쳐버린 제작진, 이 장면이 있기 전 제작진은 그들의 고충에 무게를 싣는 장면들을 삽입했다. 제작진과 병만족의 거처를 비추며 지붕이 있는 병만족은 행복하다는 비교의 자막도 함께였다. 제작진 출연진 모두가 힘든 것은 더 이상의 비밀도 아니다. 그동안 천둥번개가 치고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들이 정글의 법칙에서 한 두번 촬영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의 편집은 조금 달랐다. 비가 너무 와서 못 자겠다는 제작진의 인터뷰까지 있었다. 그리고 새우를 굽고있는 김병만에게 PD는 너무 빠르다는 말까지.

 

혹자들로 하여금 제작진이 뭔가 밑밥을 까는게 아닐까 생각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장면들의 연속에 이은 PD의 언행에 리키는 분노해 버린 듯 했다. 김병만의 고생을 잘 알고있는 퍼트너여서일까? 그래서 리키의 말 앞에 '우리'가 붙은 게 아닐까? 그 순간에도 김병만은 모든 짐을 혼자 지고있는 사람처럼 뭔가 말하려 하다가 살짝 웃고 넘긴다. 리키의 말처럼 생존이 가장 중요하기에 당장 눈 앞에 음식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그일지도 모른다. 현지에서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병만족이고 이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가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게 제작진의 포커스다.

 

김병만이 새우를 잡던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비상식량을 하나쯤 건네주기는 힘들었을까? 시즌 1, 부딪히던지 싸우던지 어쨌던 타협점은 찾으려던 제작진의 모습과 사뭇 달라진 모습에 안타까웠다. 모두가 힘든 정글에서 이제는 너무 빠르다며 달인을 기인으로 만드는 멘트를 던지니 말이다. 정글의 법칙은 생존 버라이어티다. 먹고 자는 장면이 클라이막스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중요한 것을 빠트린 제작진,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편집의 힘을 빌리고 철판을 깐 얼굴로 적반하장급의 멘트를 날리며 잘못을 출연자에게 넌지시 희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좀 천천히 가달라'는 PD로 대표되는 제작진과 '생존의 문제'라는 김병만족. 제작진에게는 일이고 김병만족에게는 생존이다. 라는 것을 보여준 짧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슨 괴수가 튀어나오고 어떤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정글이다. 그만큼 간발의 차가 더 중요해지는 곳이다. 병만족에게 천천히 갈 여유란 없다. 이끼 가득한 바위산을 건너라는 미션에 부상도 감수하고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너무 싫어!"라는 추성훈의 말이 유난히 새겨지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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