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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나가수 생방송, 비수의 부메랑이 되어 꽂힌 신의 한수

by 라이터스하이 2012. 5. 14.


신들의 축제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두번째 시즌을 맞이한 나가수. 2012년 한번 더 그들의 해로 만들길 바랬던 애청자의 마음이었다.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렀을법한 노래의 가수들, 그 주인공들이 모두 명예졸업을 하며 떠났지만, 명불허전이라는 기대감을 벗어버리기엔 나가수가 해놓은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되돌아 온 나가수 시즌 2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신들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가수들의 노래조차 불편한 사자후로 들릴 지경이었다. 마치 누군가 시켜서 노래를 하는 듯한 불편함, 또는 압박의 메들리로 느껴졌다.



나가수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임팩트를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가 그들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드는걸까?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바로 생방송이었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고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생방송은 언뜻 보기에 신의 한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녹화무대에서마저도 긴장을 숨기지 못하던 가수들에게는 압박의 굴레를 하나 더 씌워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보니 음이탈로 대변되는 밸런스마저 깨지는 장면들도 나왔다. 그러면 감성적으로 더 충족시켜 줬을까? 더더욱 아니었다. 악기는 다양해지고 많아지는데 자꾸 가슴을 두드리는 무대는 줄어들고 있다. 생방송이라는 긴장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라인업의 압박이 더해져 오히려 눈과 귀를 두드리는 스킬과 비주얼이 돋보이는 듣하다.



가끔 축구를 보면 강팀끼리의 빅매치가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가수 시즌 1또한 말 그대로 빅매치였고 ,매주 최고의 컨텐츠를 우리앞에 배달했다. 그건 퀄리티에 촛점을 맞춘 예술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나가수 시즌 2 시스템은 긴장감에 포커스를 맞춘 스포츠를 표방하는 듯 하다. 가수들을 예술이 아닌 스포츠의 룰안에 두고 있으니 마이크가 아닌 샤우팅이라는 칼을 들고 무대에 서있는 뉘앙스다.


그것만은 아니다. 생방송으로 인해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어진 중간점검의 폐지는 땅을치게 만든다. 매니저 역할을 하던 개그맨들마저 사라져버린 나가수 시즌2에서는 긴장감의 해소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수나 시청자나 내려놓을 타이밍이 없어진 것이다. 경연만 있고 공연은 없어진 스파르타 훈련소같은 투박함은 자꾸만 출구를 찾게 만든다.



가수들이 즐기지 못하는데 시청자가 제대로 즐길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아직도 88년도 이야기를 하냐할수도 있겠지만, 나가수 시즌 1의 임재범을 떠올려보자. 그는 다른 가수와 싸우기 위해 고음을 끌어내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끝에 소울을 끌어낼 수 있었다. 나가수 시즌 2의 생방송은 가수들에게 칼만 쥐어줄 뿐, 안도와 리마인드라는 여유의 방패를 주지 못한다. 


서로 싸우기만 기다리는 잔인한 격투장과 같다. 생방송이라는 악기, 탈락의 압박이라는 코러스, 그 위에서 가수들은 어떤 무게의 노래를 부를까? 받아들이기 힘든 무게임은 분명하다. 결국은 비수의 부메랑이 되어 꽂힌 신의 한수, 나가수의 생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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