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에 정말 심사위원이 필요할까?

 

"이제 그만하자", "질릴만큼 만나지 않았나?"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두고 한 생각이다. 스펙과 학벌은 기본 카테고리, 영어쯤은 서비스 안주쯤 취급받는 지금의 대한민국. 그 경젱사회의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인지, 우승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인지, 춤이며 노래며 언기까지 주구장창이 오디션이다. 휘황찬란 각양각색의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도 단 하나 애착이 가는것이 탑밴드였다.

 

 

어떤 참가자의 말마따나 공연할 무대가 없을 정도의 비주류,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통용되고 있는 수식어이지 않은가. 이런 장르적인 히스토리 외에도 트랜드만 쫓지않는 그들의 스토리텔링. 자유로운 가사들이 무척이나 그리웠던게다. 그 첫번째 증거로는 장미여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끔은 움츠린 어깨에 명령을 내리고, 때로는 담배를 찾게 만드는 감성의 이 단비같은 프로그램. 그러나 요즘의 탑밴드를 보면 가끔 허탈감을 감추기 힘들다. 신대철, 김도균, 김경호, 유영석. 이 네명의 심사위원이 정말 탑밴드에 필요한가에 대해서다.

 

그들이 잘났고 못났고가 아니다. 태생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한다면 필자는 이쯤에서 뒤로가기를 눌러야 하겠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지팡이로는 탑밴드의 쥐새끼 하나도 잡을 수 없을것이다.

 

 

탑밴드는 락밴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최고를 노리는 다양한 밴드들의 무대다. 시즌 2의 2회차를 마친 지금이지만, 나의 귀는 그 어느 때보다 호강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밴드음악은 시끄럽고 만다? 그 틀에 박힌 초상화를 걷어차고도 남는 최고의 무대들이 쏟아진다.

 

누가 떨어질까?라는 걱정? 긴장감? 무대에서만큼은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의 그들 표정만큼이나 시청자로서 즐겁고 또 즐겼다. 그래서인지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것이 이젠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을 지금껏 느끼게 해주었던 프로그램은 탑밴드가 유일하다. 어쩌면 그들 밴드의 정신이 자유로움과 스피릿이라는 것으로 물들여져 있기 때문이라 짐작해본다. 타 프로그램에서 흔히들 성공하기 위해 왔다는 참가자들이 즐비하다면, 탑밴드는 조금 다르다. 참가동기에 "설곳이 없어서 왔다" 탈락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좋은 소리 다 하시더니 왜 떨어트렸나요?"라며 가식은 싫다며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쯤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됐는데? 이런 생각도 보기좋게 빗나간다. 성공만 쫓기 위함이 아닌 음악을 하기 위해서, 여기에서 떨어져도 공연은 할 수 있다는 밴드들이 뭉친 이유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밴드들의 스피릿이 좋은 무대를 만들고 좋은 컨텐츠로서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지도가 엄청난 두개, 혹은 3개의 밴드를 파격적으로 묶어 시청률을 올린다거나, 그들의 결과를 다음주에 발표하는 이런 떡밥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분열조짐(?)때문에 탑밴드가 좋은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아, 트랜스픽션, 네미시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 밴드들이 우승을 할 확률이 적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시청자들도 이제 알만큼은 알고있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아직까지 상승가도를 달리고있는 이 좋은 프로그램이 외부적 요인들의 잘못된 좌표 설정으로 인해 소나기를 맞지 않기를 바란다. 5명의 심사위원이 아닌 아닌 4명으로 구성해 2:2 구도를 만들어 탑초이스를 써가며 만드는 긴장감? 탑밴드들이 들려주는 감성적 오르가즘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