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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해피투게더, 중년가장 유재석의 박명수 일병 구하기

by 라이터스하이 2012. 2. 3.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었던 오서방, 오재미를 선두로 이제는 MC 이미지가 더 강한 남희석, 주식 방송을 한다는 김수용, 그리고 나름 가수다에서 유재석을 도왔던 김숙이 출연했다. 이름 하여 해피투게더 희극인실 특집. KBS 출신 개그맨들의 총 집합이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모두 개그맨 출신이다.

해피두게더의 사우나에 말 그대로 개그맨들로만 가득 찬 것이다. 유명 배우들이나 특급 가수들의 섭외로 가슴 설레는 라인업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을 갖게 하기엔 충분했다. 며칠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개식스의 위력. 그것의 연장선이었을지, 아니면 평타는 치고 떠나는 개그맨들의 결과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는지.. 아마도 둘 다였던 것 같다.

결과는 어땠을까?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기와 에피소드로 무장한 개그맨들의 내공이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오재미의 그 시절 그 개그. 남희석의 닮은 꼴 찾기. 김수용의 알 수 없는 개그코드. 김숙의 4차원 캐릭터. 개그맨들로만 이루어진 목장에 방목된 양떼들처럼 편안한 웃음들이 난무했다. 조금 더 지나면 절정에 다다를 것 같은 타이밍에 끝나 버려서 아쉽기도 했지만, 꽤나 괜찮았던 특집이었다.

게스트들의 활약, G4의 리액션 모두 깨알 같았고, 그 조율과 배급에는 유재석이란 존재가 있었다. 개그맨들 위주의 예능은 웃음이 난무하지만 반대로 자칫 조잡스러울 수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서로 유행어를 과도하게 남발한다거나 오디오가 겹쳐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부담감을 해피투게더 희극인식 특집에서 희석시킨 유재석이었다.

남희석의 다리털 이야기로 토크의 포문을 연 유재석은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깔끔한 진행으로 모두를 이끌고 있었다. 마치 화두라는 미끼를 달아 게스트들의 에피소드를 낚는 강태공의 그것이었다. 이렇게 토크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울 수 있는 개그맨들의 토크와 개인기의 복선에 적절한 겸손을 더한 과유불급의 마지노선, 명불허전의 모습이었다. G4가 평소와 달리 유행어나 개인기에 있어서 절제를 할 수 있었던 그 시작점, 유재석의 토크 줄기 조율이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MC유의 존재감, 해피투게더의 터줏대감, 또 다른 말로 중년의 가장스러웠다.

또 이날 가장 걱정스러웠던 박명수의 분량까지 유재석은 신경쓰고 있었다. 박명수는 몇 기수는 아래뻘인 다수 개그맨들 사이에 앉았다. 자세히 보니 박명수만 빼고 다 한집안 식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G4의 등장으로 그렇지 않아도 바짝 긴장하고 있을 그에게는 장트러블이 온다 해도 이상치는 않을 프라블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분량뽑기에도 위기인 상황에 유재석은 박명수의 차별로비 식사대접 에피소드로 거성의 분노를 이끌어내며 자칫 벤치멤버가 될 뻔한 박명수의 리듬에 불을 지폈다. 시작부터 작정이나 결심마저 느껴졌던, 박명수의 송장같은 무표정에 혈색이 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웃자고 한 박명수의 권리금 개그에 오늘만은 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미간에 미등도 없던 미약한 출연자들의 서포터, 연출이라 일컫는 짜여진 이야기들의 컨트롤러, 할 말만 하고 빠지는 진행형 MC에서 진화한 참여하는 MC로써의 스토리텔러.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그만큼 많은 것을 신경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낙동강 오리알 되기 직전의 박명수 일병 구하기 작전은 눈부셨다.

오버스럽다로 시작하는 유재석 기사의 몇몇 댓글들. 한결같이 쏟아지는 칭찬의 릴레이. 지극히 정상적인 이 양극화 속에서 유재석을 향한 지지의 환호성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를 뛰어넘는 누군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으로써는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진행자로써의 덕목에 휴머니즘까지 풀풀 풍기는 배려의 아이콘 국민MC 유재석이니 말이다. 연예인은 기획사가 만들고 스타는 여론이 만든다. 유재석을 향한 여론의 긍정적 마일리지가 결코 허구가 아님을 잘 보여준 해피투게더 희극인실 특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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